사과 농부는 부자가 됐을까?
파 한단 875원… '합리적 가격'이라고?
'농부의 역설'과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야채 매장에서 염기동 농협유통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물가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 한단 875원이면 합리적 가격' 민생 행보 중 시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의 말이다. 윤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무엇일까?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발걸음이 바쁘다.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전국을 돌며 '민생토론회'를 20여차례 진행하고 있고, 여전히 멈출 기색이 없다.
여기저기 지역을 돌아다니며 맞춤형 공약과 지원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관권선거 개입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듯 보인다. 다만 그 재정(예산) 뒷받침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지금까지 쏟아낸 지원 방안을 뒷받침하려면 800조가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도 상관없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조용한 시스템 공천을 자랑하던 여당의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은 '5.18 망언의 도태우 후보 사퇴, 난교 장예찬 후보의 낙마, 돈봉투 사건 의혹 정우택 후보의 낙마'로 막바지 총선 판세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해병대 채 모 상병의 사망 사건수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발언'이라는 악재가 겹쳐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들의 불만이 표출되면서 '2차 윤-한 갈등'이 불거진 상황이다.
한동훈 위원장은 지난 17일 이종섭 호주대사의 자신 귀국 후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자신 사퇴를 거론했고,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불쾌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일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황상무 수석의 사의를 재가했으며, 이종섭 호주대사가 조만간 귀국 후 공수처 수사를 받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위기 의식 속에 다가오는 총선의 향배를 가를 가장 큰 위협 요인 중 하나로 '서민들의 시장 바구니 물가'가 꼽히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소비자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충언이 나오자,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급하게 양재동 농협 하나로 마트를 방문했고, 그 자리에서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인 것 같다"고 말해 의도와 달리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무엇인지? 정부의 물가 대책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상이 제시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아니면 제시됐음에도 홍보가 부족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윤 대통령의 '대파 875원 합리적 가격' 발언이 알려지자, 여러가지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일단 윤 대통령의 발언은 팩트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양재 하나로 마트에서 당일 판매한 대파 가격이 그 전날에 비해 매우 싼 가격에 팔렸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와 동떨어진 점에서 설득력을 갖기보다는 반감을 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대파 1단의 생산 단가를 고려하면 875원은 농부 입장에서 합리적인 가격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경험에 비춰보면 대파 1단의 생산단가가 1000원을 넘는다는 점에서 만약 시장에서 875원에 판매된다면 농부들은 밭을 갈아엎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과거 농부들은 생산단가에 못 미치는 시장가격이 형성되자 대파 생산을 포기하고 밭을 갈아엎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오곤 했다.
여기서 잠깐 경제학에서 거론되는 '농부의 역설' 문제를 짚어보자.
수요탄력성을 설명할 때 나오는 '농부의 역설'은 가격과 공급 문제에서의 비탄력성을 설명할 때 나오는 예이다.
농산물은 주로 공급 주기가 연간 단위이기 때문에 수요에 즉시 대응하기가 어렵다. 이를 비탄력적이라 한다. 수요가 높더라도 즉각적인 공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수요비탄력적'이라고 표한할 수 있다.
반대로 공산품의 경우 수요탄력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농산물에 비해 비교적 제품을 즉각적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농부의 역설'이 나온다.
농부의 입장에서는 풍년이 들면 많은 생산물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고, 그래서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되지만, 생산물이 시장에 많이 공급됨에 따라 가격이 낮아져서 총수입(가격*판매량)이 거의 늘지 않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반대로 흉년이 들어 시장 공급량이 줄어들 경우에도 총수입에는 거의 변화가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것은 가격이 높아지더라도 공급을 즉각적으로 늘릴 수 없는 수요 비탄력성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사과 가격이 1개에 1만원 가까이 올랐다는 뉴스를 접하곤 한다. 그렇다면 사과 재배 농부들은 그 만큼 부자가 됐을까?
아마도 농부들은 이 상황에서 크게 수익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농장에서 도매상이나 중간 판매상에게 파는 가격이 1만원에 미치지 못할 것이고, 더욱이 농부들의 생산량이 평년에 비해 상당히 줄어들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농부의 역설'은 그래서 시장의 작동 원리가 때로는 원리원칙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반증하기도 한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의 다양한 공약과 장미빛 미래가 약속되지만 경험론적으로 모든 공약이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장바구니 물가가 좀 더 가벼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가 물어야 하는 질문은 '집권 여당의 경제정책은 무엇인지?', '시장 물가를 잡을 윤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무엇인지?' 따져 물어야 하지 않을까.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필요해보이는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대선 캐치프레이즈를 공유한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