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2023년 부실기업 추정' 보고서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에 주요 기업체 건물들.(사진 연합뉴스)
경기침체로 인한 판매 부진, 재고 증가로 국내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부실기업 수가 크게 늘었다는 추정 분석결과가 나왔다. 부실기업은 기업의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 자본총계(자기자본)가 마이너스 상태인 완전자본잠식이 발생한 기업을 말한다.
31일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이 기업부실확률추정모형을 바탕으로 2018~2022년까지 비금융업 외감기업의 자산·부채·매출액·이자비용 등 재무지표를 분석한 결과, 이 지표들이 악화될 경우 부실확률(재무상태가 정상적인 기업이 완전자본잠식 기업으로 전환된 확률)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기업의 자산과 매출액이 각각 1% 증가했을 땐, 부실확률은 각각 0.02%포인트·0.0004%포인트 감소했다. 부채와 이자비용이 각각 1% 늘었다면, 부실확률은 각 0.02%포인트·0.00004%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자산 감소와 부채 증가는 변화 폭이 클 경우 부실확률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과 부채가 1%씩 감소·증가할 경우 부실확률의 증가 폭은 0.02%포인트이지만, 자산이 절반으로 감소하거나 부채가 두 배로 증가할 경우 부실확률은 30%포인트 이상 늘었다.
한경협이 외감기업들의 평균 부실확률을 진단한 결과에선, 지난해 부실확률은 7.92%였다. 2019년 5.33%를 기록한 이후 매년 증가세가 뚜렷하다. 외감기업들의 부실확률을 견인한 업종은 부동산·임대업과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으로, 해당산업의 부실확률은 각각 21.4%로 분석됐다. 그다음은 교육서비스업(14.2%), 전기·가스, 증기 및 수도사업(13.9%), 운수업(13.4%) 순이었다.
부실확률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업종은 건설업이었다. 건설업의 부실확률은 2019년 2.6%에서 지난해 6.0%까지 올랐다. 부동산 대출 연체율 증가로 인한 부동산 경기 침체, 고금리 지속·원자재값 상승·부동산 PF 부실화 우려 등으로 인한 자금경색에 기안한 것으로 보인다.
◆…2019~2022년은 실적치, 2023년은 한경협 추정치.(자료 한경협)
한경협이 외감기업 평균부실확률을 이용해 지난해 부실기업 수를 추정한 결과, 전체 외감기업(금융업 제외) 3만6425개사 중 11.7%인 4255개사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일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2022년 부실기업 수(3856개사)보다 399개사 늘어난 수치다. 분석기간인 최근 5년(2019~2023년) 중 가장 많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부실기업 증가는 금융과 실물경제간의 리스크를 확대 재생산해서, 경제전반의 안정성을 크게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이라며 "부실 위험을 경감시키기 위해 자금조달 금리를 인하하고, 기업활력제고법상의 사업재편 제도를 활용한 선제적인 사업 구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