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 이슬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제공)
기존 명의개서를 유용하여 명의수탁자는 동일하되 명의신탁자만 변경하는 방식으로 주식 명의신탁이 이루어진 경우, 새로운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는 새로운 명의신탁관계가 성립하고, 따라서 위 새로운 명의신탁관계에 대하여 다시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에 따른 증여세 과세가 가능하다.
대법원은 최근 "명의신탁관계의 성립에 명의수탁자 앞으로의 새로운 명의개서 행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 소유 주식을 취득하면서 명의수탁자와 사이에 명의신탁 합의를 하여 기존에 명의수탁자 앞으로 마친 명의개서를 유용하기로 한 경우 새로운 명의신탁관계가 성립하고, 명의신탁자는 명의신탁관계가 성립한 때로부터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 및 구 상증세법 제4조 제4항에 따른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였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은 권리의 이전이나 그 행사에 등기 등이 필요한 재산의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실제소유자가 명의자에게 그 재산을 증여한 것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산의 소유 명의를 숨기면서 조세의 부담을 피하고자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이러한 명의신탁재산의 증여 의제 규정은 ① 양 당사자의 합의로 재산의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르게 되는 경우(이하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와 ② 이러한 합의는 없지만 명의개서를 해태하여 그 소유자가 소유권 취득일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말일까지 명의개서를 하지 않은 경우(이하 '명의개서 해태 증여의제 규정')이다.
이 두 규정은 세법상 증여가 있는 것으로 보는 시점에 차이가 있다.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은 다른 사람의 명의로 등기 등이 된 시점이 증여로 보는 때이고, 명의개서 해태 증여의제 규정은 소유권을 취득하고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세법에서 정한 시점이 증여로 보는 때이다.
이에 따라 국가가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의 기산점도 달라지게 된다. 이 사건의 납세자에게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이 적용되면 국가가 과세할 수 있는 기간이 경과하여 과세할 수 없게 되고, 명의개서 해태 증여의제 규정이 적용되면 그 기간이 남아 있어 과세할 수 있게 된다. 세무서는 명의개서 해태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하여 과세하였다.
명의개서 해태 증여의제 규정은 주식의 소유권을 취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명의개서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실질이 명의신탁과 같으므로, 이를 명의신탁으로 의제하여 과세를 강화하고자 2003년부터 도입되었다.
이때 법률의 부칙은 2003년 전부터 소유권을 취득하였으나 2003. 1. 1.까지 명의개서를 하지 않은 주식에 대해서는 2003. 1. 1.에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보아 2005. 1. 1.을 증여일로 보아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003년 이후에 취득한 재산에 대해서는 취득일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말일의 다음 날에 증여가 있는 것으로 본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1992년 기존 명의신탁자로부터 주식을 양수하면서 주식의 소유 명의는 그대로 두기로 명의자와 합의하였다. 따라서 과세가 이루어질 때까지 주식의 명의개서를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세무서는 2005. 1. 1.에 증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하였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대하여 ① 주식양수도로 인하여 원고와 명의수탁자 간에 새로운 명의신탁 합의가 있었던 점에 주목하면 명의신탁 합의일을 증여일로 보아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에 의한 과세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② 주식양수도 이후에도 장기간 원고에게 명의개서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에 주목하면 2005. 1. 1.을 증여일로 보아 명의개서 해태 증여의제 규정에 의한 과세 또한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만약 이 사건에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이 적용된다면 증여일은 명의신탁 합의가 있었던 1992년 무렵이 되어 위 부과처분은 부과제척기간을 도과하여 무효이나, 명의신탁 해태 증여의제 규정이 적용된다면 처분 당시 아직 증여일인 2005. 1. 1.부터 아직 15년의 부과제척기간이 도과하지 않아 위 부과처분은 적법하게 된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경우 당사자의 신뢰와 법적 안정성 보장을 위하여 먼저 과세요건이 성립되는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에 의하여만 과세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명의개서 해태 증여의제 규정은 명의신탁의 합의가 없는 등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이 적용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이라고 보았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먼저 명의개서 해태 증여의제 규정은 주식을 취득한 자가 장기간 명의개서를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전 소유자에게 주식을 명의신탁한 것과 다름없게 된 경우에 대하여 예외적으로 명의신탁의 합의가 있었던 경우와 마찬가지로 증여의제의 대상이 되도록 정한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그리고 양 규정이 모두 적용 가능하다고 본다면 동일한 사실관계에 따른 동일한 세목에 대하여 중복하여 과세요건이 성립되는 결과가 되므로, 당사자의 신뢰와 법적 안정성 보장을 위하여 먼저 과세요건이 성립되는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에 의하여만 과세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따라서 대법원은 위 법리에 따라 이 사건에는 새로운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간 명의신탁 합의가 존재하여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이 적용될 수 있으므로, 명의신탁 해태 증여의제 규정이 적용될 여지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명의신탁 해태 증여의제 규정의 입법취지 및 납세자의 법적 안정성 보장, 부과제척기간의 지나친 연장 방지 등 구체적 타당성에도 부합하는 판단으로 보인다.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0두53378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