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 박상현 변호사.[사진=법무법인 율촌 제공]
과세처분 무효확인소송에서 납세자가 당초의 처분사유에 대하여 무효사유를 증명한 경우에는 교환∙변경된 처분사유를 근거로 하는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과세관청이 부담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최근 "원고가 당초의 처분사유를 전제로 하여 위헌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근거로 한 이 사건 제5∙7 처분의 무효사유를 주장∙증명한 이상, 변경된 처분사유를 전제로 한 이 사건 제5∙7 처분의 적법성은 피고들이 증명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변경된 처분사유에 대하여도 무효사유를 주장∙증명할 책임이 납세자에게 있다고 본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대법원은 최근 "원고가 당초의 처분사유를 전제로 하여 위헌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근거로 한 이 사건 제5∙7 처분의 무효사유를 주장∙증명한 이상, 변경된 처분사유를 전제로 한 이 사건 제5∙7 처분의 적법성은 피고들이 증명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변경된 처분사유에 대하여도 무효사유를 주장∙증명할 책임이 납세자에게 있다고 본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소송에 있어서의 증명책임이란 증명이 필요한 사실의 존부가 확정되지 않은 경우 그 사실이 없는 것으로 취급되어 법률판단을 받게 되는 일방 당사자의 위험 내지는 불이익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에게 빌려준 금전의 반환을 구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철수가 자신이 영희에게 금전을 빌려주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철수가 영희에게 금전을 빌려주었다는 사실은 없는 것으로 취급된다.
따라서 위 예시에서는 철수에게 증명책임이 있고, 영희로서는 철수가 금전의 대여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자신이 철수로부터 금전을 빌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할 필요는 없다.
과세처분 취소소송에서는 과세처분의 실체적∙절차적 위법사유에 관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세관청이 그 과세요건 사실의 존재 및 절차의 적법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으나, 과세처분 무효확인소송에서는 민사소송의 증명책임의 법리에 맞추어 그 무효를 구하는 납세자가 그 과세처분에 존재하는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는 것을 증명할 책임을 진다.
즉 과세처분 취소소송에서는 과세관청이 과세처분의 적법성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해당 과세처분은 위법한 것이 되고, 과세처분 무효확인소송에서는 납세자가 과세처분이 무효라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해당 과세처분은 적법한 것이 된다.
한편 조세소송에 있어 과세관청은 소송 도중 과세처분에서 인정한 과세표준 또는 세액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자료를 제출하거나 처분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처분 사유를 교환∙변경할 수 있다. 이때 처분의 동일성은 일반적으로 행정소송에서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 허용되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보다 넓은 범주로 인식되고 있고, 구체적으로는 동일 과세단위에 관한 과세처분이라면 처분의 동일성이 인정된다.
예를 들어 법인세법 소정의 저가양도에 해당한다고 보아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에 따라 손금부인하여 과세처분을 한 후 이를 고가매입에 해당한다고 주장을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며, 과세대상 소득이 이자소득이 아니라 대금업에 의한 사업소득에 해당한다고 처분사유를 변경하는 것도 허용된다.
이 사건에서는 과세처분 무효확인소송에서 납세자가 과세처분에 존재하는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는 것을 주장∙증명한 이후 과세관청이 처분사유를 변경한 경우, 그와 같이 변경된 처분사유와 관련한 증명책임은 납세자와 과세관청 중 누구에게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경우에 있어 변경된 처분사유를 근거로 하는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과세관청에게 있다고 판단하였으나, 위와 같은 판단의 구체적인 근거를 설시하지는 않고 있어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과세처분 무효확인소송에서 납세자가 과세처분이 무효인 사유를 증명할 책임을 지는 이유는 민사소송의 증명책임의 법리에 따른 것이고, 과세처분 무효확인소송에서 처분사유의 변경이 있었다고 하여 그러한 민사소송에서의 증명책임의 법리에 어떠한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과세처분 무효확인소송에서 처분사유의 변경이 있다고 하여 논리필연적으로 과세관청이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대상판결은 조세소송에서의 특수성을 고려한 판결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즉 조세소송은 여타 행정소송에 비하여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 허용되는 범위가 넓으므로, 과세처분 무효확인소송에서 과세관청이 처분사유를 변경한 경우에까지 납세자로 하여금 변경된 처분사유 역시 무효라는 점을 증명하도록 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는 고려가 전제된 것으로 판단된다.
대상판결은 기존 선례를 넘어선 새로운 판단을 하면서도 그 구체적인 이유를 설시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위와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대상판결은 조세법률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조세소송에서의 증명책임을 합리적으로 분배한 판결이라는 의의를 갖는다.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0두46073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