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수요부진에 법인세 3조 감소…정유·화학 나란히 하락

정유·화학업계 부진 속 LPG만 세수확대 기여

매출액 상위권 석유화학사의 올 상반기 법인세비용 계상액 규모가 전년도보다 3조원 이상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기조가 팽배해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국제유가도 급락하며 불황의 늪에 빠진 영향이다. 석유화학 사업을 함께 영위하는 정유사들조차 지난해 역대급 호실적 달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정제마진이 수요 부진으로 인해 동반 하락하자 업계 전반적으로 부침을 겪었다.

GS칼텍스, S-OIL, HD현대오일뱅크,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한화솔루션, E1, SK가스, 금호석유화학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들의 상반기 합산 별도기준 법인세비용 계상액은 모두 303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상반기 3조 3865억원 대비 91.0% 줄어든 규모다.

업계 전반적으로 매출과 이익이 모두 지난해보다 줄어드는 실적 부진에 시달린 가운데 작년 상반기 역대급 호실적을 올렸던 정유사들도 수익 지표가 뒷걸음질 쳐 법인세비용 계상액 규모도 크게 쪼그라들었다. 이들 10개사의 상반기 별도기준 매출액은 모두 합쳐 87조 6781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4.9% 감소했다. SK지오센트릭을 제외하고 일제히 외형이 축소된 탓이다. 세전이익(법인세차감전순이익) 합계도 1조 5963억원으로 같은 기간 87.8% 줄어들었다. 지난해 상반기엔 유가와 정제마진 급등 등 양호한 업황에 주력사업이 날개를 달았던 정유사들과 LG에너지솔루션 주식 매각 등으로 영업외수지가 크게 개선됐던 LG화학이 크게 기여하며 13조 1261억원의 합산 세전이익을 내비친 바 있다.

상반기 당기순이익의 합도 1조 364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6.0% 줄었다. 업계 전반의 실적 부진에 유효세율은 19.0%로 작년 25.8%보다 6.8%p 떨어지며 국내 법정 최고세율(25%)을 하회했다.

정유업계의 경우 유가 하락과 수요 부진에 의한 정제마진의 급락이 부진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운반비 등을 뺀 값으로 보통 배럴당 4~5달러 내외가 손익분기점(BEP)으로 평가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지난해에는 상반기 배럴당 80달러 수준에서 최고 12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던 반면 올해 상반기에는 80달러를 밑도는 수준에 그쳤다. 증권업계에 의하면 정제마진도 유가와 유사하게 작년 상반기엔 손익분기점을 크게 상회하며 역대 최고 수준인 배럴당 20달러를 넘기기도 했으나 올 상반기엔 1분기 초 10달러대에서 2분기 손익분기점 내외를 겨우 넘나드는 수준에 머물렀다.

석유화학업계도 부진한 수요에 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고유가로 인해 제품제작 기초원료인 납사(나프타) 가격이 급등해 원가부담이 커졌다면 올해엔 유가가 떨어졌으나 수요 약세로 판매가격 반영이 어려워졌다. 업계 대표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차이)는 톤당 300달러가 손익분기점으로 평가되는데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에틸렌 스프레드가 15개월째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다. 이달에도 200달러를 넘기지 못하는 수준이다. 각 회사 중 외형 규모가 가장 큰 GS칼텍스는 상반기 별도기준 매출액 21조 2504억원, 세전이익 899억원, 법인세비용 180억원으로 집계해 공시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매출이 18.4%, 세전이익이 97.0%, 법인세비용이 97.8% 줄어든 실적이다. 불리한 업황에 2분기 351억원 영업손실과 888억원 세전이익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신음했다. 유효세율은 20.0%로 전년동기보다 7.1%p 낮아졌다.

S-OIL은 상반기 별도기준 법인세비용으로 전년도보다 89.0% 줄어든 779억원을 계상했다. 그나마 10개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매출액은 16조 6453억원으로 전년대비 18.8% 줄었으며 세전이익은 같은 기간 87.7% 감소한 3190억원으로 기록됐다. 이 회사 역시 2분기 세전이익이 364억원 적자로 전환되는 등 부침을 겪었다. 유효세율은 24.4%로 작년보다 3%p 하락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상반기 별도기준 매출액 13조 3021억원, 세전이익 1586억원, 법인세비용 87억원으로 집계했다. 전년동기에 비해 매출과 세전이익, 법인세비용이 각각 12.7%, 90.1%, 97.9%씩 감소했다. 단 이 회사는 별도기준 실적이 정유부문 한정으로 구분된다.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정제마진이 부진했던 2분기 965억원의 영업적자와, 737억원의 세전손실을 기록하는 등 신음했다. 유효세율은 전년도에 비해 20.3%p 떨어진 5.5%를 기록했다.

LG화학은 상반기 별도기준 매출액이 10조 8453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4.8% 감소했으며 세전이익은 98.7% 줄어든 524억원으로 계상해 공시했다. 영업이익 583억원으로 적자전환하는 등의 영향에 법인세비용이 환입으로 계상돼 이번 집계에서 제외됐다. 세전이익은 524억원으로 흑자를 유지했으나 LG엔솔 주식 매각 등이 반영됐던 전년도보다 98.7% 줄어들었다.

롯데케미칼은 상반기 별도기준 매출액 6조 8986억원, 세전이익 1467억원, 법인세비용 156억원으로 각각 계상했다. 이는 전년동기와 비교해 매출이 18.4%, 세전이익이 36.2%, 법인세비용이 74.7% 줄어든 것이다. 영업이익이 207억원 적자로 돌아섰으나 과거 공장 화재에 대한 보험수익과 보증수익 등에 영업외수익이 발생함에 따라 세전이익 흑자는 유지할 수 있었다. 유효세율은 10.6%로 작년보다 16.2%p 떨어졌다.

SK지오센트릭은 지난해 법인세비용 집계에서 제외됐으나 올 상반기 별도기준 29억원으로 계상해 공시했다. 세전이익은 48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4.2% 감소했지만 매출액이 5조 8295억원으로 2.0% 늘었다. 이번에 외형 확대는 10개사 중 이 회사가 유일했다. 매출원가율이 95.6%로 전년도보다 1.5%p 개선되며 영업이익도 250.1% 늘어난 826억원으로 나타났다. 유효세율은 5.9%로 조사됐다.

한화솔루션은 상반기 별도기준 매출액 4조 399억원, 세전이익 995억원, 법인세비용 319억원이 계상된 성적표를 내놨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이 5.0%, 세전이익이 88.4%, 법인세비용이 86.0% 줄었다. 영업이익이 2101억원으로 31.3% 감소에 그쳤으나 지난해 신설법인 지분 매각 등 5000여억원 규모 투자주식처분이익 효과가 빠져 작년 5483억원 영업외수익이 올 상반기 1106억원 영업외손실로 돌아섰다. 유효세율은 32.0%로 전년도보다 5.4%p 뛰었다.

E1은 상반기 별도기준 법인세비용 계상액이 56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81.0% 늘며 10개사 중 가장 큰 증가폭을 내비쳤다. 매출은 3조 6758억원으로 작년보다 2.7% 줄었으나 세전이익이 2245억원으로 195.5% 증가했다. 액화석유가스(LPG) 유통 사업을 영위하는 이 회사는 정유사가 정제마진 하락에 고전했던 것과 달리 견조한 LPG 수요가 유지되는 가운데 가격 하락세에도 수출을 늘려 양호한 실적이 이어졌다. 매출원가율이 93.4%로 전년도보다 3.1%p 낮아지며 원가부담을 덜어 영업이익이 1597억원으로 169.6% 늘어났으며 금융자산처분, 외환·파생상품관련 이익 등에 영업외수지도 개선됐다. 다만 유효세율은 25.1%로 1.3%p 낮아졌다.

LPG 시장을 양분하는 SK가스의 상반기 별도기준 법인세비용 계상액은 전년도보다 14.6% 늘어난 535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이 2조 9998억원으로 작년동기 대비 15.2% 감소했지만 세전이익이 2138억원으로 5.4% 늘었다. 매출원가율이 86.8%로 4.8%p 개선되며 영업이익도 45.3% 늘어난 2703억원을 기록했다. 유효세율은 25.0%로 2.0%p 상승했다.

금호석유화학의 장부에는 상반기 별도기준 매출액 2조 1914억원, 세전이익 2430억원, 법인세비용 391억원으로 계상됐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 세전이익, 법인세비용이 각각 22.1%, 50.1%, 68.4% 줄었다. 전년도보다 7.4%p 매출원가율이 상승하며 원가부담이 커진 가운데 판관비도 다소 늘어 영업이익이 1483억원으로 65.6% 감소하는 등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업계 불황에 신음했다. 유효세율은 16.1%로 9.4%p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