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업의 시행' 의미 분명… 해석 논란 해소
납세자 예측가능성 제고
◆…법무법인 율촌 김지수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제공)
행정청의 개발구역 지정·고시가 수반된 토지개발사업에 해당되어야 세법상 재산가치증가사유인 '개발사업의 시행'에 해당하고, 공장 신축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아 이를 증여세 과세의 계기로 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최근 "'개발사업'이 구 개발이익환수법의 개념을 차용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는 적어도 '행정청의 개발구역 지정ㆍ고시가 수반된 것으로서 그 대상 토지를 개발하여 그 토지가치를 증가시키는 사업'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공장의 완공은 기업이 제품생산을 위하여 개별적으로 공장 건물을 신축한 것에 불과하고 여전히 … '개발사업의 시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세법은 직업, 연령, 소득 및 재산상태로 보아 자력으로 해당 행위를 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자가 특수관계인의 증여, 기업내부정보의 이용, 특수관계인의 담보 등으로 재산을 취득한 후 5년 이내에 '특정 사유'로 인해 그 재산의 가액이 증가하여 이익을 얻는 경우 그 이익에 대하여 증여세를 과세하고 있다.
이는 본인의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특수관계인'의 기여에 의한 가치상승에 대하여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으로, 해당 세법 규정은 변칙증여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어 2004년부터 시행되었다. 참고로 세법상 '특수관계인'이란, 본인과 친족관계, 경제적 연관관계 또는 경영지배관계에 있는 자를 말한다.
'특정 사유'는 세법상 '재산가치증가사유'라고 하는데, 세법은 개발사업의 시행, 토지의 형질변경, 공유물 분할, 사업의 인·허가를 대표적인 '재산가치증가사유'로 열거하고 있다.
대상판결에서 원고는 특수관계자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을 재원으로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였다. 그 후 회사가 공장건물을 신축하였고 해당 회사의 주식가치도 상승하였는데, 이 공장건물 신축을 재산가치증가사유인 '개발사업의 시행'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세법이 '개발사업의 시행'을 재산가치증가사유로 규정한 것은 어떤 토지가 개발구역으로 지정·고시되면 그 자체의 경제적 효과로서 아직 개발사업의 시행이 완료되지 않았더라도 장차 개발사업이 이루어져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대이익이 현실화되어 그 시점에서 토지의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는 전제에 있다"고 해석하였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해석을 바탕으로, 세법상 개발사업은 "적어도 '행정청의 개발구역 지정·고시가 수반된 것으로서 그 대상 토지를 개발하여 그 토지가치를 증가시키는 사업'을 의미한다"고 하면서, "공장의 완공은 기업이 제품생산을 위하여 개별적으로 공장건물을 신축한 것에 불과하여 세법에서 정한 '개발사업의 시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즉, 행정청의 고시가 수반되는 토지개발과 무관한 개별적인 건물 신축은 재산가치증가사유인 '개발사업의 시행'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대상판결에서는 세법상 재산가치증가사유가 제한적으로 열거된 것인지, 예시적으로 규정된 것인지도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해당 세법 규정의 형식, 개정연혁,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세법이 재산가치증가사유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열거되지 않은 어떤 사유를 재산가치증가사유로 포섭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사유가 열거된 재산가치증가사유와 유사한 것으로서 공통된 특징을 가진 사유여야 한다고 하면서, "공장의 완공은 일정한 토지에 대한 개발과 그로 인한 토지가치 상승분을 예정하고 있는 '개발사업의 시행'이라는 재산가치증가사유와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하였다.
대상판결이 있기 전, '개발사업의 시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하여 일부 하급심 법원의 판결례는 있었으나, 대법원의 확립된 해석이 존재하지 않아 세무조사나 조세불복 단계마다 다른 결론이 도출되었고, 그에 따라 납세자들에게 혼란이 야기되었다.
예컨대, 이미 조성된 토지를 분양받아 오피스텔·상가를 신축하는 등 토지개발과 무관하게 개별적으로 건물을 신축하는 경우에도 과세관청이 이를 '개발사업의 시행'에 해당된다고 보아 증여세를 과세하는 사례가 발생하곤 하였다.
대상판결은 '개발사업의 시행'의 의미를 분명히 하여 그 해석에 관한 논란을 해소하고, 세법상 열거되지 않은 사유를 재산가치증가사유에 포섭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대법원 2023. 6. 1. 선고 2019두31921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