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하면 세제(稅制)도 변해야 한다. 73년째 과세체계 골격을 유지하고 있는 상속세(상속세법 1950년 제정·공포) 얘기다. 상속세는 그 어떤 세목보다 많은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응능부담의 원칙을 생각한다면 '부자들이 더 많은 세부담을 짊어져야 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지만, 그 부담이 너무 과도하고 형평성마저 어긋나 있다.
'조세일보'는 5명의 조세전문가(박기백·안창남·오문성·정세은·홍기용 교수)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현행 상속세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개선할 부분을 물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상속세율을 대폭 내리거나(또는 폐지), 그것이 힘들다면 자산을 받은 만큼 내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라도 전환하자는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속세는 담세능력을 무시한 과세체계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닌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현행 유산세 과세방식이 상속인의 입장에서 불만일 것"이라며 "유산취득세로 한다면 공평과세원칙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도 "상속은 피상속인의 선택에 의거 상속분의 상속분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상속인별 상속분에 따른 과세가 조세의 형평성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상속받은 사람이 몇 명인지 관계없이 상속재산 총액에 대해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현행 유산세 과세방식은 불합리하기에, 상속받은 사람의 몫별로 상속세액을 매기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유산취득세로 바뀐다면 유산세에 비해 세수가 줄어들 수 있는 부분은 숙제로 남아 있다. 일부에서는 '부자 감세' 우려도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산취득세로 바꾸면 세부담이 줄어들어 돈 많은 계층에게 유리한 결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Q. 정부가 상속세 과세체계를 현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로 개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정부의 세제개편 방향성에 어떤 의견인지(답변 이름 가나다순).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 : 유산취득세 도입에 찬성한다. 유산취득이라는 것은 생각해보면 받는 사람 입장에서 그만큼 소득이 생긴 것이기 때문에 소득세로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상속세는 그런 논리가 없다. 쉽게 말하면 사망하셨다하면 사망하신 분이 모아둔 돈에 과세하겠다는 것인데, 거기다 왜 과세하는지에 대한 적절한 논리가 없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 : 찬성이다. 유산세 과세방식이 상속인의 입장에서는 불만인 것이다. 최고세율을 적용받으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에 유산취득세로 한다면 공평과세원칙에 부합한다.
현재 상속세와 관련해서 여러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빚이 많은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상속인끼리 상속분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법정 지분을 초과하면 세무간섭이 너무 심하다. 그러지 말고 상속인이 받은 지분에 한해서 과세를 하면 과세 자체가 클리어해지고 불만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 : 궁극적인 방향은 상속세를 폐지하는 게 맞다. 다만 그 중간 과정으로 유산취득세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증여세와 마찬가지로 상속인이 받은 만큼 상속세를 내는 게 맞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 : 유산취득세로 개편 핵심은 상속세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상속세의 취지는 부의 대물림을 완화해 자본주의가 가진 양극화의 누적을 막는 것인데, 유산취득세로 바꾸면 세부담이 줄어들어 돈 많은 계층에게 유리한 결과가 생긴다.
지금도 상속세 세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 공제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상속세를 피하는데 여기에 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면 상속세의 취지가 거의 무너질 것 같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 : 상속세의 유산취득세방식은 글로벌 기준과 추세에 부합하며, 상속인의 상속분에 따라 세율이 결정되는 것이 상속인별 세부담의 형평에 부합한다. 특히 자녀가 많든 적든 동일한 상속세는 저출산 해소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상속은 피상속인의 선택에 의거 상속인의 상속분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상속인별 상속분에 따른 과세가 조세의 형평성에 부합한다.
Q. 중장기적으로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 등으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향후 상속세제를 운영하는데 있어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대체적으로 상속세 과세구조 손질은 '이중과세' 논란에서부터 출발한다. 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하고, 그 후에 축적된 자산에 대해 상속세를 또 과세하는 것은 동일한 소득에 두 번 과세하는 대표적인 이중과세라는 소리다. 미국 등 주요국의 사례를 근거로 '자본이득'차원에서의 과세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생전에는 높은 소득세율로 과세하면서 무상 이전되는 자산에 대해서는 자본이득세 형태로 과세하는 것인데, 부모가 1000원에 자산을 산 후 1500원에 이를 자식에게 넘기면 차액인 500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기는 구조다.
박기백 교수 : (자본이득 과세는)이미 외국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 하는 대로 따라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추후에 제도를 시행하고 보완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창남 교수 : 찬성이다.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전환한다는 것은 양도소득세를 과세하겠다는 취지다. 피상속인의 재산 명의가 이전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양도소득세 과세체계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양도소득세와 상속세를 비교해보면 양도소득세가 조금 더 세금 부담이 적다. 또 현행 상속세법은 상속세 재산에 대한 평가가 너무 복잡하고 전문가도 알기 어려운 수준이다. 반대로 양도소득세와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정착이 되어 있다.
자본이득세로 과세한다면 과세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양도소득세 체계 안에서 흡수해서 과세를 하겠다는 취지이고, 양도소득세가 상속세보다 훨씬 간편하고 훨씬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어서 세법 적용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오문성 교수 : 상속세 과세체계를 유산취득세로 가는 게 중간과정이라면, 그 과정에서 볼 때 가업상속공제를 확대 해주는 것보다 과세이연해서 자산을 팔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
정세은 교수 : 자본이득세 논의는 부모가 가진 원래 재산은 과세 없이 넘겨주는 대신 불린 재산에 대해선 세금을 내게 하자는 것이다. 이는 결국 세부담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이 제도는 나라마다 비슷한 이름을 짓지만, 어느 정도 공제해줄 거냐 말 것이냐에 따라 복잡해진다. 양극화 해소 장치가 없는 가운데, 자본이득세로 전환하면 재벌의 상속 부담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홍기용 교수 : 상속세를 폐지 혹은 저율과세하는 것이 글로벌 추세이며,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과도한 상속세로 얻은 편익보다는 편법상속을 비롯해 기업투자의 동적 성장을 막는 등의 이유로 사회적 폐단이 더 클 수 있다는 면에서, 장차 상속세의 폐지 혹은 저율과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또한 1세대 1주택의 상속의 경우, 배우자가 생존하면 배우자가 사망 시까지 유예함으로써, 배우자의 주거안정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