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바이든 쪽팔려서' 보도한 MBC에 정정보도 소송

원고, 윤 대통령 아닌 박진 장관… 법조계 "당사자 적격 의문"

외교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뉴욕 방문 중 비속어 발언을 최초 보도한 '문화방송'(MBC)을 상대로 정정보도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지난 15일 단독 보도를 통해 "외교부가 지난달 19일 서울서부지법에 문화방송을 상대로 정정보도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외교부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 원고가 되어, 피고 박성제 '문화방송' 대표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한편 비속어 발언의 당사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소송 당사자에서 빠졌다.

문화방송은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짧은 면담 후 나오면서 욕설과 비속어 논란에 대해 보도했다.

방송에서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냐"고 발언했다며 자막을 넣어 보도한 것이 문제가 됐고, 이후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지난해 문화방송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문화방송'이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해 동맹국 내 부정적 여론이 퍼지고 우리 외교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흔들렸다며 정정보도를 청구했지만, 조정이 결렬돼 결국 소송으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5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정정보도를 청구하려면 무엇이 사실인지부터가 먼저 명확하게 성립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경우 '사실은 내가 이러저러한 발언을 했는데, MBC가 이를 잘못 보도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정정보도청구 소송의 원고가 '박진 외교부 장관'"이라며 "윤 대통령은 애꿎은 언론사 핑계는 접어두고 직접 국민 앞에 자신이 무슨 발언을 했던 것인지 밝히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겨레는 보도를 통해 법조계 입장을 전하면서 "해당 보도에 대한 정정보도청구를 청구하는데 외교부가 당사자 적격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며 "윤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한 것인데, 대통령실이 아닌 외교부가 '대리 소송'에 나선 모양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외교부는 관계자는 "외교부는 우리 외교의 핵심 축인 한미관계를 총괄하는 부처로서 해당 보도의 가장 큰 피해자라 당사자 적격을 가진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