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피하기 힘든 세금을 어찌할까?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납부할 세금에 대해 상속받은 재산의 한도내에서 책임

사해행위로 상속재산을 넘겨받은 전득자도 납부의무를 피할 수 없어

미납 세금에 가산세도 함께 물어야

세금은 생전에 정산하는 것이 상속인을 도와주는 것

망자의 영혼이 '바르도(Bardo)'를 떠돌지 않으려면…

보통 사람들은 세상을 떠날 때 후손에게 재산을 남기지는 못할 망정 경제적 피해는 주지 않으려 한다. 우리 민법은 상속인에게 상속포기라는 선택권을 주어 피상속인이 남긴 부채에 대해 면책기회를 준다.

한데 세금문제는 여타 부채의 승계 혹은 포기와 다른 측면이 있다. 지방 대도시에 살고 있던 갑의 사례를 보자.

갑은 2014년 부동산을 7억원에 매도하고, 장남에게 3억원, 차남에게는 2억원을 각각 증여하였다. 이혼한 상태였던 장남은 그 즈음 해당 금전을 전처와 전 장모(이하 '전득자')에게 각각 1.5억원씩을 이체하였다.

세무서장은 2015년 갑에게 해당 부동산에 대한 양도소득세 약 3억원을 부과하였다. 하지만 갑은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은 채 2016년 사망하였다.

이에 세무서장은 이를 추징하기 위해 상속재산 수익자인 차남(상속인)과 전득자를 상대로 피상속인의 납세의무를 승계하라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경우 상속인과 전득자는 피상속인의 체납세금에 책임이 있을까?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 차남은 상속인이니 당연히 납세의무를 승계한다. 반면 전득자는 상속인이 아니므로 법률상 납세의무를 승계하지 않는다. 다만, 전득자의 사해행위가 전제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해당 행위의 취소를 통하여 승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해행위를 취소하기 위해서는 피상속인이 과세관청을 기망하여 조세채권을 해치는 행위를 한 상황에서, 수익자 또는 전득자가 그 행위 시에 사해의 사실을 알고 있었어야 하며 과세관청이 그러한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법률행위 있은 날로부터 5년 내에 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

법원은 해당 사례가 이러한 요건들을 모두 충족한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피상속인의 양도소득세 납세의무가 상속인과 전득자에게 승계되었다. 그 결과 그들은 망자의 미납 세금뿐만 아니라 가산세까지 납부해야 했다.

만약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했다면?

상속을 포기한 자는 피상속인의 납세의무를 승계하지 않는다. 다만, 피상속인이 상속인을 수익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상속인이 보험금을 받는 때에는 예외적으로 승계한다.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부채를 승계하지 않으면서 보험금만 챙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상속인은 상속받은 재산의 한도내에서만 납세의무를 진다. 따라서 여타 부채는 없이 체납세금만 있다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할 필요가 없다. 다만, 피상속인이나 상속인이 고의로 체납을 하였다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할 수 없다는 법원의 결정이 있으니 유의하여야 한다.

국가에 대한 채무인 세금은 사후에도 피하기 어렵다. 망자의 세금이 상속인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가산세까지 붙은 세금은 시지프스의 돌덩이가 되어 상속인에게 고통을 준다.

그러니 가능한 세금은 생전에 정산해야 한다. 망자의 영혼이 바르도를 떠돌지 않으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