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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의 상속이야기]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치매와 성년후견인 제도'

  • 보도 : 2022.09.05 08:00
  • 수정 : 2022.12.05 15:52

인지능력 저하 성년을 위한 후견인 제도

알츠하이머, 유해 단백질 뇌에 들러붙어 신경세포 파괴하면서 발병

인지능력 저하로 정상적 의사 결정에 어려움 겪는 성인 

성년후견인 제도 활용, 신상 및 재산관리 가능

후견인 있더라도 선거권이나 유언과 같은 법률행위능력 인정

조세일보
◆…내머리속에 지우개 영화 포스터.
그리스 신화 속 레테(Lethe)는 망자가 저승에 가기 전 거쳐야 하는 강이다. 망자는 레테의 강물을 마셔 전생의 기억과 번뇌를 반드시 지워야 한다. 뇌 속에 저장된 기억이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승에 있는 사람이 레테의 강물을 마신 듯 과거의 기억을 잃는 병이 있다. 치매, 즉 알츠하이머다. 대게 노년층에서 나타나지만 드물게 젊은 층에서도 발병이 된다.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주인공 수진(손예진 분)은 평소 지갑 등 소지품을 자주 잊어버리는 등 건망증이 심하다. 집안 내력이겠거니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병원을 찾는다.

병원을 다녀온 수진이 남편인 철수(정우성 분)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툭 내뱉는다.

"내 머리 속에 (기억을 지우는) 지우개가 있대"

손예진은 영화 속에서 알츠하이머를 앓았지만 배우 윤정희는 현재 진행형이다. 유명 피아니스트인 남편 백건우는 2019년 아내의 치매 소식을 공개했다.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증세는 약 1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한다.

투병 중인 윤정희를 두고 뜻밖의 소송이 벌어졌다. 그의 동생들이 2019년 프랑스의 한 지방법원에 백건우 부녀를 윤정희의 재산 및 신상에 대한 후견인에서 철회해 달라며 이의신청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패소했고 백건우 부녀가 이른바 성년후견인 지위를 확인받았다.

성년후견인은 일상생활을 스스로 영위하기 어려운 성인의 신상 및 재산관리를 맡은 자를 말한다. 민법에 그 근거를 두고 있으며 2013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는 지적장애인, 치매노인 및 정신장애인 등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중점을 둔다.

원칙적으로 후견인의 선임 청구는 본인이 해야 한다. 제3자에 의한 청구는 법원이 직권으로 이를 허용할 때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성년후견인의 90% 이상은 친족이 차지한다.

그러나 드물게 법원이 지정하기도 한다. 고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경우, 법원이 공익법인('사단법인 선')을 성년후견인이 아닌 한정후견인으로 지정했다. 신 회장이 성년후견인을 지정할 만큼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사무처리능력이 부분적으로 결여된 것으로 본 듯하다.

이 제도는 당사자의 행위능력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다보니 재산상의 이해관계에 얽혀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난다.

모 대기업의 장남이 심신이 건강한 모친에 대해 후견인 지정을 신청하기도 했다.

피후견인은 법정 후견인의 선임과 관계없이 법률상 유언능력을 가진다. 재산에 대한 유언의 경우 당사자의 의사를 우선한다. 법원이 예외적으로 피후견인의 동의를 조건으로 한 경우에만 제한할 수 있다.

기억이 사라지면 추억이 지워지고 더 진행되면 사랑하는 사람도 잊는다. 치매에 걸리면 가장 최근의 기억부터 지워진다 한다. 마치 지우개로 기억을 지우는 것처럼. 그러니 방금 밥을 먹고도 또 밥을 찾는다. 상태가 심해지면 자식 얼굴까지 못 알아보기도 한다는데...

영화 속 수진은 급기야 철수도 못 알아본다. 남편과의 사랑했던 기억을 잊어버리고 싶지 않았던 수진은 말한다.

"나는 당신을 기억하지 않아요. 당신은 그냥 내게 스며들었어요"

법무법인 원
정찬우 고문

[약력]성균관대 법전원 법학박사, (사)한국조세연구포럼 수석부(차기)학회장, 동국대 객원교수
[저술]통일세 도입론/상속세 및 증여세법 해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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