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 관련 5개 기관, 20명 수사 요청

5개 기관, 총 20명에 직무유기 등 혐의로 수사 요청... 직무유기 등 적용

국가안보실·통일부·국정원·해양경찰청·국방부 등 줄줄이 수사상에 올라

검찰, 서해 공무원 월북 조작 사건 피고발인으로 서욱 전 국방장관 조사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등을 검찰에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수사 요청했다.

13일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부, 통일부, 국정원, 해양경찰청 등 5개 기관의 20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의 자진 월북을 근거 없이 단정지었다는 판단이다.

앞서 감사원은 2020년 9월 22일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객관적·실체적 진실을 규명해 국민 의혹을 해소하고자 국방부, 해경 등 9개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다.

지난 6월 국방부와 해경 등이 사건 당시의 발표 내용을 번복해 월북을 인정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한 데 따른 조치였다.

감사원은 지난 7월 19일부터 57일간 특별조사국 인력 등 18명을 투입, 국방부·해경 등 관련 기관들의 초동 대응이나 사건 발표 등 업무처리를 정밀하게 점검했다.

점검 결과 감사원은 해당 기관들이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른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봤다. 안보실에 대해선 대통령에게 보고할 '국가안보일일상황보고서'에 이씨의 피살·소각사실을 제외하는 등 사실 은폐, 해양경찰청은 피살 정보를 전달받고도 실종자를 발견하기 전처럼 수색 및 구조 유지, 국방부 등은 장관 지시에 따라 밈스(MIMS·군사정보체계)에 탑재된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을 삭제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안보실에 대해선 '국가위기관리 컨트롤타워'의 미작동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월북을 단정할 수 없는 월북 의사 표명 첩보와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자진 월북'을 속단한 점도 지적했다.

통일부에 대해선 장관 주재 간부회의에서 통일부가 실종 사건을 최초로 인지한 시점을 국정원으로부터 최초로 전달받은 시각이 아닌 피살 이후이자 장관이 최초로 인지한 시각으로 정하고, 사실과 다른 최초 인지시점으로 국회와 언론에 대응자료를 작성, 제출했다고 봤다.

이날 감사원이 수사를 요청한 대상은 안보실 3명, 국방부 7명, 통일부 3명, 국정원 1명, 해양경찰청 6명 등 20명이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감사위원회의의 의결 등을 거쳐 관련 공무원에 대한 엄중문책 등의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檢, '서해 공무원 월북 조작 사건' 서욱 전 국방장관 조사 '서해 피격 공무원의 월북 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해수부 공무원 이모씨 사망 이틀 뒤인 2020년 9월 23일 새벽 1시와 오전 10시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관계장관회의 이후 국방부과 국가정보원 등 전산망에서 기밀정보가 삭제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장관급 인사가 소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모씨 유족들은 당시 감청 정보 등 군사 기밀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서욱 전 장관을 고발했다.

◆ 與 "증거없어 월북 아냐" vs 野 "결론 바뀌는게 말되나" 여야는 앞서 이날 해양경찰청 대상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의 국정감사에서 일제히 '서해 피살 공무원'의 월북 사실을 뒤집은 해경을 질타했다.

국민의힘은 증거가 없는데도 애초 월북으로 단정 지은 점을 문제 삼으면서 '윗선' 지시 여부를 따져 물었고, 더불어민주당은 추가로 나온 것들이 없는데도 조사 결과가 뒤바뀐 이유를 집중 추궁했다.

정봉훈 해경청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피살 공무원의 월북 사실 번복 질타에 "제가 판단하기 어렵다"고 답해 해양경찰청 최고 책임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비판을 수차례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