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 심리적 지지선…외환위기 가능성은 낮다”

정부와 외환당국의 연이은 구두개입에도 환율이 폭등하며 1400원에 육박하고 있다. 연말에는 1450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긴축 기조가 지속되면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울트라스텝(한번에 1.00%p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상도 추가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이언트 스텝(0.75%p), 중국의 제로코로나 봉쇄정책, 아시아 주요국의 화폐가치 동반하락이 더해지면서 외환위기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시장 일각에서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1400원을 넘는 환율과 금융시장에 대해 ‘위드 코로나 2022년 경제전망’의 저자 한양대학교 김광석 겸임교수(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의 진단과 처방을 들어봤다.

- 환율이 1400원을 넘으면서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에는 어떤 충격이 발생하는가

“환율의 1400원 돌파와는 무관하게 기본적으로 강달러 기조가 지속되면 크게 세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먼저 물가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물가잡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시차는 있겠지만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해 원자재, 부품 가격이 높아진다. 1300원은 하나의 위험신호라고 보는데 1400원은 심리적 지지선이라고 볼 수 있다. 1400원을 넘으면 그것이 균형점이 돼서 강달러 기조가 고착될 우려가 있다. 두 번째로는 대외거래 측면에서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무역적자가 역사상 최대를 기록했는데 수입가격이 환율상승으로 인해 더 크게 오르면서 무역적자도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 세 번째로 우리나라 금리도 문제가 된다. 그동안은 베이비스텝만으로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환율문제가 커지고 있고 유럽도 자이언트 스텝으로 대응하는 등 움직임이 커졌다. 우리나라도 강달러에 대응하기 위해 더 큰 폭의 금리인상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금융통화위원들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 정부 및 외환당국의 잇따른 구두개입이 이어지고 있는데

“미세조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직접개입과 간접개입(구두개입)이 있다. 현재 정부와 외환당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 단기적인 급등락을 방어하기 위한 움직임인 것이지 대세조정, 즉 기조적인 조정은 아니다. 강달러 기조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강달러 기조는 미국이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고인플레이션을 반드시 잡아야 할 필요성도 더해졌기 때문에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시장 일각에서는 금융위기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 상황은 외환위기 때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어떠한 경우에도 외환위기가 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첫 번째로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외국인 자금유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가 높을 때 자금유출이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추측은 상식선에선 타당해 보이지만 기준금리 역전만으로 자금유출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실제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기간에 외국인 자금 유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5~2007년에는 약 21조9000억원의 외국인 자금 순유출이 일어났지만 2018~2020년이나 2022년에는 각각 약 16조6000억원, 5조9000억원의 순유입이 있었다. 2022~2023년 기간에는 추가적인 자금유출이 있을 것이라 예단할 수 없고 이로 인한 외환위기 가능성을 점치는 것은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일이다. 두 번째로 외환보유액이 급감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강달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외환당국이 환율안정을 위해 달러화 매도에 나섰고 외환보유액이 감소했다. 외환보유액은 2021년말 약 4631억달러에서 2022년 7월말 약 4386억달러로 줄었다. 향후에도 강달러 기조가 지속될 경우 외환당국의 개입이 지속될 수 있다. 2008년에도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줄었지만 외환위기 상황에 놓이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외환보유액이 절대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9위 수준으로 IMF 외환위기 당시와는 현저한 차이가 난다. 향후 외환보유액이 추가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로 인해 외환위기가 올 것으로 판단할 만한 근거를 찾기는 부족함이 있다. 마지막으로 대외채무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데 외환위기는 외국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1990년대 한국은 순채무국이었고 2000년대 이후 순채권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대외채무가 늘고 있지만 장기외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단기외채 비중은 38.4%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김광석 교수는 “1400원의 심리적 지지선이 깨진다면 강달러 기조가 더욱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수 차례의 구두개입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강달러가 고착화되는 현상은 강달러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강달러 상황을 전제하고 어떻게 대응할지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또한 외환위기 가능성을 배제하려는 것은 아니다. 긴장감을 가지되 과도한 불안은 피해야 한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