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당헌 개정안, 특정인 사당화 위해 비대위가 앞장서?... 좀 서운해"

26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마지막 기자간담회'

"논란 없는 것까지 부결 바람직하지 않아"... '전당원 투표' 제외하고 재상정

"특정인 사당화?... 논쟁은 좋은데 엉뚱한 비대위 공격은 서운"

차기 지도부에는 "소통 최우선해야"

"尹·윤핵관·與, 전화 한통 안 해... 협치하겠나"

"25∼26% 정도에서 머물렀던 정당 지지율에서 시작... 지금은 여당과 비슷하거나 조금 앞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자신의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위 투표가 진행 중인 당헌 개정안과 관련, "특정인의 사당화를 만들기 위해 비대위가 앞장선 것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각의 주장처럼 비대위가 특정인의 사당화에 앞장선 게 아니라는 것이다.

우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 임기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열고 두달 여만의 비대위 체제를 마무리하는 소회를 밝혔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연패에 따른 당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지난 6월 10일 비대위원장을 맡은 그는 오는 28일 전당대회를 끝으로 80일의 임기를 마무리 짓는다.

회견에서는 최근 지도부가 당헌 80조 변경, '권리당원 전원투표 우선' 등의 개정을 놓고 빚어진 논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우 위원장은 "지난번 (중앙위) 부결 핵심사안은 14조 2항 전 당원 투표 조항이라고 판단해 '이 문제는 삭제하자'고 해서 비대위에서 수정안을 만든 것이다. 정치적 절충안과 정치적 해법을 만든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당헌 개정안을 보면 논란이 되는 사안만 포함된 것이 아니고 10가지 사안 중 8~9개는 전혀 논란이 없던 사안들인데 논란이 되는 사안이 1~2 개 있다고 해서 8~9개 당헌 개정안을 다 부결시킨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정무적 판단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절차적 규정은 지켜져야 하지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비대위의 정무적 판단으로 그 결정을 달리할 수 있다고 돼 있기 때문에 시간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며 "핵심 되는 내용을 제거하고 기존 안을 그대로 올리는 것인데 5일 기간이 더 필요하느냐 문제는 중앙위원들이 양해해줄 수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 중앙위는 지난 24일 '전 당원 투표'를 최고 의사결정 방법으로 규정한 당헌 개정안에 대해 부결시킨 바 있다. 당규상 중앙위 개회 5일 전에 미리 숙려기간을 두도록 하고 있지만 이틀 만에 다시 중앙위를 열어 '전 당원 투표'만을 제외한 당헌 개정 수정안을 상정한 것을 두고 절차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우 위원장은 "중앙위가 대면으로 진행했으면 부결되기보다는 현장에서 조항을 수정해서 통과시킬 수 있었을 텐데 코로나 등 여러 다양한 조건 때문에 대면으로 진행하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전 개인적으로 비대위가 특정인 사당화를 돕기 위해 이런 논의를 한 것처럼 규정하는 건 억울하다. 제가 그렇게 할 이유도 없고, 견해를 달리하는 분들이 논쟁하는 건 좋은데 엉뚱한 비대위를 공격하는 건 솔직히 좀 서운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중앙위에 재상정된 당헌 개정안에는 당헌 80조 '기소 시 직무정지' 관련 조항이 있어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명 의원에 대한 '방탄용'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당대회준비위원회는 지난 16일 당헌 80조 1항의 당직 정지 기준을 '기소 시'에서 '하급심 금고 이상 유죄 시'로 변경하는 안을 의결했지만, 다음날 비대위는 전준위 결정을 수용하지 않고 1항을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3항에서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로 기소가 됐다고 인정되는 경우 달리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한 주체를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로 고쳤다.

우 위원장은 "도덕적 기준을 후퇴시킨다는 것을 우려하시는 분들 의견을 반영해 1항을 개정하지 않고, 대신 정치보복 수사를 했을 때 거기서 오는 결과를 당연히 징계하는 것이 맞느냐는 우려를 반영해 3항에서 당무위에서 정치적 보복 수사라 판단될 때는 신속하게 당연 직무 정지를 하지 않도록 만드는 조항을 만들어서 절충을 시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위원장은 오는 28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차기 지도부를 향해선 소통을 최우선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다음 당 대표가 어느 분이 되든 주류 그룹이 되면 비주류와의 소통이 최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작은 이견이 큰 갈등으로 빚어지는 건 결국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게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은 견해 차이에 오해가 얹어지면 심각한 감정적 대립으로 가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며 "다음 당 대표, 지도부 되는 분들이 지도부 내 의견, 소통, 지도부에 포함돼있지 않은 그룹과의 다양한 소통 방식을 잘 활용해서 당을 단합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견은 언제나 존재하는데 그 이견을 어떻게 절충하고 화합해가느냐는 정치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전당대회 과정에서) 새로운 긴장관계가 형성되는 걸 보면 우려스럽긴 하지만 새로운 지도부 안에서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고, 주류와 비주류 사이 공개 및 비공개 대화가 잘 진행되길 바란다. 그게 중요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강조했다.

우 위원장은 또 "지난 2~3번의 선거에서 우리가 유권자 지형을 오판했다고 본다.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우리가 펼치고 있는 지금 여러 정책과 노선 대한 진단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겠다. 그러니까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 모델을 다음 지도부가 원점에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새로고침위원회의 보고서 내용을 언급하며 "새로고침위원회의 보고서를 보면 43%대 지지는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데 외연 확장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내용"이라며 "지금의 양당 구도에선 계속 아깝게 선거에서 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준석 현상'이 새로운 유권자 모델도 만들어내고 있어, 이런 것들도 다 분석해야 한다"며 "새 지도부가 민주당의 브랜드를 새롭게 확장할 수 있는 형성 전략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새로고침위원회는 민주당의 지난 선거 패배 원인을 문석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출범했다. 해당 보고서는 전당대회 직후인 오는 29일 배포될 예정이다.

우 위원장은 차기 지도부와 관련해 제기되는 공천 학살 우려에 대해선 "선거가 안 끝났는데 특정인을 지칭해 발언할 순 없고, 공천 문제 관련해 말하면 친박-친이로 계파 갈등 심했던 정당은 주류가 바뀌면 비주류를 공천에서 학살하는 경우가 있다. 민주당은 최근 서너번의 국회의원 공천 과정에서 특정 계파를 집중적으로 학살해 공천 탈락시킨 예가 있나.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금 민주당의 공천 시스템은 특정 진영이 집중적으로 공천학살 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다. 아직 지도부가 들어서지 않았는데 공천 학살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해 우려를 표하는 건 과도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안한 중진협의체에 대해서는 "구속력이 있는 결정을 하는 기구로 만들면 국회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라며 "국회의장 중재 하에 국회가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중진들이 모여 정치적 대화를 하는 수준의 자문기구를 하는 게 맞지 않냐"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지금처럼 국정을 운영했을 때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요인들을 주로 지적했다. 큰 틀에서 국정운영 기조를 민생과 경제 중심으로 바꾸라고 조언했다. 이제 제가 했던 조언 일부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그게 너무 보여주기식이다. 그런 방식으론 민생경제의 변화와 성과를 내기 어렵다. 정치보복, 권력기관 장악 등을 포기하고 이쪽으로 가야 한다. 이걸 포기하지 않고 '민생 쇼'만 하면 여전히 어렵다"고 강조했다.

우 위원장은 "이 위기를 돌파하려면 야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저와 박홍근 원내대표는 협조할 준비가 돼 있단 얘기를 계속했고, 어떤 점은 우리가 도와주자는 제안도 했다"며 "그런데 대통령은커녕 윤핵관의 전화 한 통 받은 적 없다. 이준석, 주호영, 권성동 등 어떤 분의 전화도 받은 적 없다. 협력 전화는커녕 축하전화도 받은 적 없다. 이진복 정무수석도 왜 안 찾느냐고 공개발언을 하니까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야당과 협력하겠단 기본적인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이래서 어떻게 (야당에게) 협력받을 수 있겠냐"며 "이 정부 안에서 2년 정도는 어떻게 협치 모델을 만들지 신중히 고민하고 그에 따른 야당과의 관계맺음 전략을 가지고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위원장은 지난 비대위 활동을 두고는 "처음 비대위를 맡았을 때 당 상황은 암담했다. 많은 의원들이 선거에 지고 나서 힘들어했고, 자신과 생각을 달리하는 분들에 대해 증오에 가까운 언사를 공개적으로 하시는 게 힘들었다"면서도 "25∼26% 정도에서 머물렀던 정당 지지율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여당과 비슷하거나 조금 앞서는 것 보면, 국민들이 민주당의 존재를 인정하고 필요하다고 해주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