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주 "아크로비스타에 소방(닥터)헬기, 대통령 전용헬기 이·착륙 자체 불가능"
"헬리포트(헬기 착륙장) 규모 작아, 로프 사용해 시민 구조하는 '구조공간' 활용"
이수진 원내대변인 "사저 고립...尹대통령이 밀어붙인 집무실 이전이 빚은 참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8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이동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주민 불편을 우려해 실행되지 못했던 것과 관련해, 실제 윤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건물의 헬리포트(헬기 착륙장)에 '대통령 전용헬기'가 이·착륙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3일 "대통령 사저 헬기 이착륙 불가, 대통령은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공개한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대통령 자택이 있는 아크로비스타에는 닥터헬기인 AS-365와 AW-189 기종의 이착륙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기종은 동체 길이가 각각 13.72m, 17.57m이며, 대통령 전용헬기 S-92의 경우 17.32m이다.
닥터헬기인 AW-189의 로터(날개)지름은 14.6m, 대통령 전용헬기 S-92의 로터 지름은 17.71m이다. 대통령 전용헬기가 닥터헬기보다 동체 길이는 0.25m 짧지만, 로터 지름은 3.11m 길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실제 아크로비스타 A동과 C동의 헬리포트의 길이와 너비는 각각 10.5m에 불과하다. 현행 기준에는 미달인 크기지만, 아크로비스타의 경우 2000년 2월 23일 건축허가를 받은 건축물이어서 최소 너비인 10m 이상의 헬리포트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했다.
이 의원실은 소방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서초 아크로비스타의 헬리포트는 규모가 작아 현재 이착륙이 아닌, 로프를 사용해 시민을 구조하는 '구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아크로비스타 건물에는 헬기포트가 A동과 C동에만 설치돼 있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주하는 B동에는 헬리포트 자체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크로비스타 건물에는 소방(닥터)헬기뿐만 아니라 대통령 전용헬기의 이·착륙 자체가 애초 불가능했다는 게 이 의원 측의 주장이다.
이 의원은 전날 "대통령 거처에서 헬기의 이착륙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국가안보의 심각한 구멍"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실과 윤 대통령은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기면서 이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현실이 이런데도 대통령실이 안보 공백이 없다고 말하는데,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밤 서울지역 폭우가 내리던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로 이동하기 위해 경호팀에 동선 확인 지시를 내렸으나 자택 주변 도로가 막혀 이동할 수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
헬기를 타고 이동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밤중 폭우에 주민 불편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자택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등과 통화하며 실시간으로 비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만전을 기하도록 지시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 "헬기 이착륙 가능 여부 확인했나...尹대통령, 고립 자초"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사저 헬기 이착륙 불가, 대통령은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다"면서 "대통령 사저 헬기 이착륙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는 한 것인가"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의 헬기 이동을 고려했다가 이웃에게 불편을 줄까 봐 이동하지 않았다’던 대통령실의 해명은 거짓말로 드러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원내대변인은 "긴급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의 부재를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없으니 국민께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무능함도 부족해 국민을 기만했다. 애초에 ‘이웃 불편’을 핑계로 댄 것도 황당했지만, 대통령이 재난 상황에서 사저에 고립된 사실을 숨기려고 국민을 속인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이 재난 상황에서 사저 전화 지시로 책임을 다했다는 말도 이제는 믿을 수 없다"며 "이번 수해에 대한 대통령의 자택 전화 지시는 윤석열 대통령이 고집으로 밀어붙인 무리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빚은 참사"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이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답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께서 요구하는 인적 쇄신과 전면적 국정 기조 전환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다음에는 민심으로부터 고립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