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삼영 총경 "대기발령은 직권남용... 청장 후보자 아닌 윗선 개입 있었을 것"

류삼영 전 울산 중부경찰서장

"직무명령 복종 의무 있지만.... 회의는 직무 아냐"

"법관·검찰은 되고 경찰은 회의 안되나... 차별"

경찰국 신설... "40일 이상 여론 수렴 등 과정 거쳐야"

최근 윤석열 정부의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 추진에 반발하며 지난주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 개최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대기발령 된 류삼영 총경 (전 울산 중부서장)이 25일 갑작스런 대기발령과 회의의 해산명령에 대해 배후설을 제기했다. 그는 경찰청장 후보자가 아닌 장관이나 대통령 등 윗선의 개입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류 총경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제가 개별적으로 들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건 밝힐 수 있는 건 아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어떤 징계가 내려지든지 그건 작은 일이고 이거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지금 행안부 경찰국 설치를 반대하는 일은 큰일"이라며 "제 징계 절차가 국민들에게 관심을 이렇게 폭발적으로 불러일으킨 상태에서 저는 오히려 이런 조치를 해 준 분들한테 감사한 마음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3일 류 총경을 비롯해 190여명이 총경은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온·오프라인 회의를 개최해 4시간의 논의 끝에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 법령 제정 절차를 당분간 보류하고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전국 630여명의 총경 중 356명의 총경은 무궁화 화분을 보내 동참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경찰청은 회의 개최를 강행해 국가공무원법상 복종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을 울산 중부경찰서장에서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 소속으로 대기발령 조치했다. 또 회의 현장에 오프라인으로 참석한 총경 50여명에 대해서는 감찰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류 총경은 경철청의 해당 조치가 지나친 처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당한 직무명령에는 복종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우리 경찰서장들이 공식적인 절차를 받아서 승인을 받아서 관외를 이탈하고 관외를 여행하겠다는 승인을 받아서 개별적으로 다 사비를 들여서 휴일에 경찰의 일에 중대한 변화를 한번 논의해보자 하는 것은 직무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가 한 세미나 형식의 모임은 직무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직권명령 발동의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며 "오히려 불법한 직권명령을 내린 부분이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경찰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법관이나 법관이 법원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하고 평검사들이 검찰의 중대한 결정에 참여해서 의견을 개진하는 것, 경찰서장이 31년 만에 바뀌는 이런 경찰 제도와 관련해서 의견을 개진하는 것 하나 다를 것이 없는데 이것은 법관하고 평검사는 되고 경찰은 안 된다 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되는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개정 등 세 가지를 바꿔서 행안부 내 경찰국을 신설하는 졸속 추진을 잠시 중단해야 한다. 지금 충분히 국민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경찰 내부의 의견도 모아야 한다"며 "40일 이상 기간 동안 충분히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고 법적으로 타당하고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해당 방안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류 총경은 '해산 명령을 내린 것이 청장 후보자의 개인의 의견이 아닌 그 윗선이라면 장관이나 대통령을 생각을 하시냐'는 사회자 질문에 "예, 그렇다"고 답하며 "경찰청장이 회의 후에 수집된 의견을 듣겠다고 한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하는 결정이고 이런 결정을 보면 우격다짐이다. 지금 징계까지 하는 거 보면 세련되지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에 대해서 강하게 나가고 징계 절차로 위협을 한다 하면 더 큰 이슈를 만들고 문제를 확산시킬 것이 불을 보듯이 뻔한데 그런 걸 다 아는 행정관료들이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류 총경은 이번 사태에 결정을 내린 인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경찰청장도 어찌할 수 없는 그런 입장에서 지금 정책 결정했다, 결정은 위에서 하고 책임은 경찰청장 후보가 진다, 이것도 구태"라며 "결정을 한 사람이 책임지고 사태를 야기하고 지금 판을 키우고 있는 그런 분들이 책임져야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총경은 이날 오전에만 KBS라디오를 비롯해 MBC·YTN·CBS 등 최소 4곳의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 출연하며 경찰국 신설에 대한 반박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 문답에서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는 경찰 내 기류와 관련 "뭐, 행안부하고 경찰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잘 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42분경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취재진으로부터 '경찰 총경에 이어 경감·경위급도 집단행동을 예고했는데 어떻게 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짧게 답했다. 행안부와 경찰 간의 갈등 상황을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