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종료 2시간 만에 류삼영 총경 대기발령 조치
류삼영 "강경 징계 방침 '윤희근 후보자 윗선의 의중'"
김대기 비서실장 임명 이후 처음으로 현안 입 열어
민형배 "이번 징계, 윤대통령 40년지기 이상민 장관 주도"
행안부 "경찰 수뇌부에서 조율할 일"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마친 총경급 간부 참석자들이 회의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총경급 간부 350여 명은 '국민의 경찰' 리본이 매인 무궁화 화분을 보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 수뇌부가 집단행동에 나선 총경들에 대해 징계성 인사와 감찰 등을 강행하자 경찰 내부 반발이 거세지면서 사상 초유의 '경란'으로 사태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4일 윤희근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울산중부경찰서장)을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로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고 회의현장에 참석한 총경급 경찰관 56명에 대해서는 국가공무원법상 복종 의무 위반을 이유로 감찰을 지시했다.
회의 종료 2시간 만에 류삼영 총경이 대기발령 조치되자 경찰 안팎에서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나고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 결과를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류 총경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회의 전날(22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측에서 회의를 마치면 다음주 월요일(25일)에 오찬하면서 회의 결과를 들려달라고 했다.그런데 회의 진행 중이던 오후 4시쯤 해산하라고 직무명령이 내려왔다”며 "갑자기 기류가 바뀐 것이다. 인사조치는 윤 후보자의 의중이 아니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행안부 장관은 (경찰 장악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번 인사를 보면 안다. 까불면 죽여버리고, 말 안 들으면 목을 날리겠다는 경고”라고 말했다.
류 총경은 이날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도 ‘징계 방침이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 윗선 의사로 보는 것이냐’는 질문에 "최소한 윤 후보자 윗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들 역시 경찰 지휘부가 돌연 강경 대응으로 선회한 이유에 대해 경찰청장 후보자보다 더 '윗선'의 힘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내놓고 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에 이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총경 회의는 "부적절한 행위"라며 검수완박으로 경찰 힘이 세진 만큼 견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 실장이 현안에 대해 입을 연 건 임명 이후 처음이다.
그런데 하필 갑작스러운 대기발령으로 '배후'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는 이 시점에 김 실장이 나서면서 대통령실의 입장을 밝히자 논란을 둘러싼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징계성 인사발령 배경에 대통령실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왼쪽) 황운하 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경찰청장이 공석이니 이번 징계는 윤대통령 40년 지기인 이상민 장관이 주도했을 것이다. 아마 혼자 결정하지는 않았으리라 본다"며 "이미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회가 서둘러야 겠다"고 압박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태도 돌변 배경을 합리적으로 추론해볼 때 윤석열 대통령 또는 윤 대통령의 심복을 자처하는 이상민 장관의 압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서야 '직무를 수행할 때'라는 요건을 갖추지 않았음에도 그렇게 급하게 대기발령할 이유가 없다"고 추측했다.
이에 행안부는 “경찰 내부의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복수의 행안부 관계자들은 류 총경의 대기발령에 “행안부가 아니라 경찰 수뇌부에서 조율할 일”이라고 이날 밝혔다.
한편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를 계기로 총경급 간부들마저 집단행동 전면에 나서면서 정부와 일선 경찰 간의 갈등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전국경찰협의회 민관기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청, 행안부에서 경찰서장 회의를 직접 주관하지는 못하더라도, 기관장들이 의견을 취합하는 정도의 회의조차도 인정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수뇌부 조치에 개탄했다.
서울 관내 한 경찰서장은 "잠잠한 지휘부를 보며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경찰 내부망 등을 통해 "정권 입맛에 맞게 행동하는 지휘부를 규탄한다"며 성토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은 경감, 경위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 현장 팀장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서강오 전국경찰직장협의준비위원회 사무국장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철회를 촉구하며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 1인 시위와 경찰국 신설 반대 대국민 홍보전을 열 계획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행안부는 정부조직법상 장관 사무에 '치안'이 없다는 비판에도 통상 40일인 입법예고 기간을 4일로 대폭 단축하며 경찰국 설치안을 속전속결로 진행 중이다. 경찰국 신설 대통령령·행안부령은 21일 차관회의를 통과했으며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8월 2일 공포·시행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