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심판원은 최근 심판결정례를 통해 "현실적인 퇴직을 단순히 회사에 출근여부로만 판달할 수는 없고, 구체적인 업무범위, 상시 업무수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사진 클립아트코리아)
현실적인 퇴직인지 여부를 두고 퇴직 후 급여를 지급받았는지가 아닌 실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느냐로 판단해야 한다는 조세심판원의 결정이 나왔다.
철강재 등 제작·판매하는 업체의 대표이사이자 회장인 A씨는 2016년 횡령 혐의로 '옥살이(법정구속)'를 하게 되는 기구한 운명에 처하게 됐다. 해당 회사는 그해 10월·이듬해 5월 A씨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줬고, 이 퇴직금은 비용(손금) 처리했다. 그런데 2021년 1월 이루어진 국세청의 세무조사에서 세법상 A씨가 ‘현실적인 퇴직’으로 볼 수 없는 정황이 드러났고, 해당 퇴직금을 업무무관 가지급금으로 보고 세금을 매겼다. 해당 회사는 과세처분이 억울하다며 조세심판원에 불복을 제기했다.
이 회사(이하 청구법인)는 왜 A씨에게 퇴직금을 지급했던 것일까.
청구법인에 따르면, A씨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됨에 따라 더는 위임사무를 행할 수 없게 되었다. A씨가 회사에도 사임의사를 표시했다고 한다. 청구법인은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매일 끊임없는 회의를 주재하고, 공장방문을 통해 엔지니어들과 소통하며, 금융기관과 업무를 협의하는 등 '현장경영'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수감생활로 호사 임원으로 엄무수행은 사실상 불가능했단 소리다. 청구법인은 "A씨가 실질적으로 옥중에서 임원직을 계속 수행했다면 급여를 받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도 했다.
반면 국세청(처분청)은 "실제로 그 지위나 직책에서 물러나 회사의 업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는 정도까지 이르러야 현시적인 퇴직이라 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비추어볼 때 A씨의 퇴직은 현실적인 퇴직으로 인정하 수 없다"고 맞섰다. 청구법인의 소명자료에 따르면 A씨가 법무부 인터넷 서신으로 부서별․담당자별로 매일 업무보고를 받고, 수시로 구치소 면회접견을 통해 직접 대면보고를 받고 이에 대한 업무지휘를 한 것이 확인된다.
'A씨가 계속 근무한 것으로 보더라도 구속되어 회사에 출근을 할 수 없어 상근임원에서 비상근임원으로 변경됐으므로 현실적인 퇴직으로 봐야 한다'는 청구법인의 주장에 조세심판원은 기각 결정을 내렸다. 퇴직 여부를 직책으로 구분할 게 아니라 업무 수행이 가능한지로 따져봐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A씨는 수감기간 동안에도 옥중서신 등을 통해 중단 없이 회사의 경영 전반에 관해 최종 의사 결정업무를 수행했고, 출소 이후에도 현재까지 대표이사직을 역임하고 있다"며 "구속수감에 따라 부득이하게 사무실에 출근을 할 수 없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상근임원이 비상근임원이 된 경우라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참고심판례: 조심 2021서67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