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찬성' 경찰직협 "'경·검, 서로 견제·감시할 시스템 필요"

경찰직협 회장단 명의 첫 지지 성명서... 전국 5만 경찰 '검수완박' 찬성

"수사·기소 분리함으로써 검경이 견제·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 필요" 주장

"검찰이 담당한 0.6％ 수사, 그동안 그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아"

민관기 경찰직협 위원장 "지금도 형사 사건의 99%는 경찰이 수사해"

최근 김오수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추진에 항의하는 뜻으로 사표를 제출한 가운데, 경찰의 노동조합 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가 지난 17일 회장단 명의로 성명문을 내고 '검수완박'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경찰직협은 노조 활동이 금지된 경찰의 노사협의 기구다. 그동안 경찰 내부망에는 '검수완박'을 지지하는 취지의 글들이 올라왔지만, 공식적인 성명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경찰직협은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 혜택은 국민에게'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5만3000명의 회원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형사사법 체계를 위해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찬성한다"며 "검찰의 직접 수사와 기소권, 영장 청구권이 일체화돼 권력과 금력에 따라 언제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도구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직협은 "이제 형사사법 체계도 선진화된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야 할 시기"라며 "모든 민주국가 정부 구성의 보편적 기준인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경찰과 검찰이 서로 견제·감시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검찰이 담당한 0.6％의 수사는 그동안 그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았다"며 "검사의 직접 수사권 폐지는 진정한 수사와 기소의 분리이고 대한민국 수사 전체가 완전한 통제가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이 결합해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처벌하고 봐줄 수도 있었다"며 "수사권과 기소권 결합은 그 누구의 견제와 감시도 받지 못하게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경찰직협은 또 "경찰의 수사권 행사를 검사가 기소권을 통해 통제하고, 검사의 기소권 행사는 법원의 판결을 통해 통제 가능해야 한다"며 "검사의 직접 수사권이 폐지되면 '통제받지 않던 0.6％의 수사'는 '통제받는 수사'로 변화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사는 (검수완박 법안 통과 후에도) 여전히 영장 청구권과 기소권을 통해 경찰 수사를 통제할 수 있다"며 "수사는 경찰이, 검사는 중립적 통제자로서 그리고 객관적 기소권자로서 기능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직협은 "검찰에 진정한 협력관계를 제안한다"며 "선진국이 경찰과 검찰도 분리된 권한을 바탕으로 견제와 균형의 원칙 하에 서로 밀접하게 협력하면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검사의 조언, 협의, 상담 등 모든 형태의 협력에 응할 자세가 돼 있다"며 "검사는 법률 전문가로서, 경찰은 수사 전문가로서 긴밀하게 논의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경찰직협은 "경찰청과 국가수사본부는 수사 경찰의 근무 여건 개선에 힘써야 한다"며 인력 증원과 근무성적평정 제도 개선, 현업부서 확대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 민관기 경찰직협 위원장 "검찰, 현장 경찰관들을 모욕하지 마라"

한편,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추진에 검찰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관기 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지금도 형사 사건의 99%는 경찰이 수사한다"고 주장했다. '검수완박'을 반대하는 근거로 경찰의 부족한 수사 역량이 거론되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민 위원장은 지난 1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민생·생활 사범 쪽에 집중한 경찰이 권력형 비리, 지능범죄 등의 수사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어 민 위원장은 "현재 경찰에서 수사하는 게 99.2%고 검찰이 0.8%"라며 "국가수사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154만여 건을 수사하고 있고 검찰이 1만700여 건 정도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검찰 수사권이 폐지되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엄청난 피해를 볼 거라고 하는데 사실 (검찰 담당인) 6대 범죄는 일반 시민들이 할 수 있는 범죄가 없다"며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맞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 12일 민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사들은 경찰관을 모욕하지 마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지금도 검사들은 수사권이 박탈되면 경찰이 사건을 말아먹을 것이라 경고하지만 이는 오만한 주장"이라며 "현장 경찰관을 모욕하지 마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라디오에서 민 위원장은 이 같은 글을 게재한 이유에 대해 "수사권 이야기만 나오면 검찰이나 정치권에서 '경찰이 사건 능력이 없어서 해결 안 되고, 늘어지고, 말아먹고, 국민들은 엄청난 피해를 볼 것'이라고 20년 동안 이야기 해 온 것 같다"며 "그래서 정치권과 현직 검사들이 사실과 왜곡된 부분에 대해 경찰을 비하하지 마라, 모욕하지 말고 저희들도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러지 마라, 이런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 위원장은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돼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이 0.8%에 대해 수사권을 갖고 있는데 이는 시험 보는 학생이 직접 문제를 출제하고 그 답을 적은 다음에 판사가 채점을 하는 것이다. 그럼 내가 자신있는, 내가 좋아하는 문제를 선별하고 정답을 적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갖고 있는 검찰의 형태는 권한을 분리해 견제하는 검찰개혁 방안으로 진행돼야 맞다는 원론적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검찰은 검수완박 주요 문제점으로 ▲ 위헌 요소 ▲ 사건처리 지연에 따른 국민 불편·피해 ▲ 국가 범죄대응역량 저하 ▲ 경찰 부실수사 견제 불가능 ▲ 인권보호기능 후퇴 등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 때도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을 남겨둔 것은 그만큼 법률 전문지식이 필수적인 범죄수사임을 방증한다며 경찰의 수사 역량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민 위원장은 지난 15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6대 범죄는 일반 서민들이 접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다. 음주, 폭력, 절도, 사기 이런 것을 생활형 서민 범죄라고 하는데, 그간 99%를 경찰이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전에도 검찰이 해왔던 것을 저희가 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하면 '시민들한테는 정말 피해가 갈 수 있겠구나'라고 이야기를 하는 게 맞는데, (검찰의 주장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으로 보여지고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민 위원장은 경찰이 수사를 맡은 가상자산 거래소 사건(피해자만 5만2000명), 법인자금 횡령 임플란트 직원 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을 예로 들며 경찰의 수사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