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경찰청 강력수사대 중심 전담 수사팀 꾸려... 오후엔 국과수 합동 감식
관련자 형사 입건 방침... 노동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여부 검토
정의당 "반복되는 죽음의 외주화 굴레에 대한 철저한 조사 촉구"
◆…11일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여천NCC 3공장 폭발 사고 현장에서 국과수 직원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폭발은 오전 9시 26분께 열교환 기밀시험(테스트) 도중 발생했고, 현장에 있던 작업자 8명 가운데 4명이 사망하고 4명은 중·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사진=연합뉴스>
이날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전남청 강력범죄수사대를 중심으로 여수국가산단 내 여천NCC 3공장 폭발 사고 전담 수사팀을 구성한다. 경무관급 전남청 수사부장이 팀장을 직접 맡으며 61명 규모로 꾸려진다. 추후 수사 상황에 따라 인력·조직은 유동적이다.
이날 오후 전담 수사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비롯한 전문 유관기관과 현장 합동 감식을 벌인다. 폭발의 구체적인 원인과 경위를 확인하는 대로, 현장 안전 관리 소홀 또는 노후 장비 정비 불량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진행한다.
앞서 이날 오전 9시 26분경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천NCC 3공장 내 에틸렌 설비 일부 구역에서 폭발이 발생, 협력업체 노동자 3명과 NCC 소속 안전 감독자 1명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또 나머지 협력업체 노동자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협력업체 직원들을 중심으로 열 교환기 누출 점검을 위해 공기 압력을 높이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공장 측은 일부 설비 부품이 파손되면서 폭발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담팀은 관련자의 책임 소재가 드러나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형사 입건해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에 적용된다.
여천NCC는 국내 500대 기업에 포함된 대형 사업체로 상시 근로자 수 50인 미만 중소기업에 해당하지도 않아 곧바로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번 사고로 숨진 4명 가운데 3명은 협력업체 직원, 나머지 1명은 원청인 여천NCC 직원인 것으로 파악된 만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여천NCC는 광주·전남에선 최초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위반 사업장이 될 전망이다. 이번 사고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 전국 기준으로는 3번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첫 사례는 지난달 29일 경기 양주에 있는 삼표산업 석재 채취장에서 토사가 붕괴해 매몰된 3명이 숨진 사고에 적용됐다. 이어 지난 8일에는 경기 성남시 판교 건물 신축 공사 현장에서 승강기 설치 작업을 하던 작업자 2명이 지상 12층에서 지하 5층으로 추락해 숨진 사고가 발생해 2호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대상이 됐다.
◆ 정의당 "죽음의 외주화 이제 끝내야... 철저한 조사 촉구"
◆…정의당 여영국 대표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중소상공인자영업자 선대본 발족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오현주 정의당 선대본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늘 오전 여수산업단지에 위치한 여천 NCC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2월 13일 화학물질 제조 공장 화재로 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지 불과 2달밖에 지나지 않아 전해진 소식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사망하신 네 분의 노동자에게 조의를 표하며 부상당한 분들의 조속한 회복을 간절히 기원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반복되는 사고는 결국 정치의 책임"이라며 "최근 5년 동안 여수 산단에서는 한 달에 한번 꼴로 화재·폭발·가스 누출사고가 일어났고 지난해까지 총 37명에 달하는 노동자가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 더군다나 지난번 사고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피해자의 대부분은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위험의 외주화는 이제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두 달 전 여수의 사고는 화학물 제조 업체에서 안전 관리 소홀로 인한 명백한 인재였다"며 "위험천만한 환경에서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이 후순위로 미뤄졌을 때 얼마나 끔찍한 사고로 돌아오는지 우리는 매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가 부상자가 없는지 확인이 무엇보다 우선이고, 그 후에는 사고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규명해야 할 것"이라며 "또한 돌아가신 분들 대부분이 하청업체 노동자라고 한다. 반복되는 죽음의 외주화 굴레에 대한 철저한 조사 역시 촉구하는 바이다"라고 호소했다.
한편, 여천NCC는 나프타를 열분해해 석유화학산업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지난 2001년 10월에도 공장 내 수소가스 폭발로 노동자 1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여수산단 내 이일산업에서는 폭발 사고로 노동자 3명이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