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尹 '부동산 감세'에…시민단체 "투기 공화국 만드냐"

"집부자 감세 폐기하고, 주거 불평등 해결 대안 제시해야"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지난 23일 '부동산 세제 정상화 공약'을 내놨다. 내년도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고,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통합하면서 사실상 종부세를 폐지하는 게 주요 골자다. 여기에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소득세 중과를 최소 '2년간 유예'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이른바 '집부자 감세'를 공약을 제시한 상태다. 시민단체에서는 이를 두고 "부동산 과세체계를 무력화시키며, 대한민국을 더욱 부동산 투기 공화국으로 만들겠다는 심각한 구상"이라며 지적하고 있다.

참여연대·집걱정없는세상연대·내가만드는복지국가 등 80여개 단체들이 발족한 '집걱정끝장! 대선주거권네트워크'는 24일 성명을 통해 두 대선 후보의 부동산세제 공약을 지적했다.

앞서 지난 13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부동산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한 바 있다. 당시 이 후보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를 1년 유예'를 언급했다. 다주택자들에게 주택을 매각할 시간을 주자는 것이었다. 또 공시가격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밝히고 있어 윤 후보와 별반 다르지 않은 행보다.

이들 시민단체는 "이 후보는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겠다는 본래 자신의 공약과 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까지 뒤엎어가며 집부자 봐주기에 혈안이 된 모습"이라며 "게다가 다주택자 양도세는 민주당 정부의 유일한 부동산 정책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다주택자 양도세(중과)를 유예하자는 주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두 후보가 내세운 공시가격 재검토에 대해선 어처구니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한국만큼 공시가격에 실거래가 반영률이 낮은 국가도 많지 않다"며 "부동산의 유형이나 가격 등에 따라 천차만별로 적용되어 하루 빨리 공시가격을 현실화해서 바로잡아야하는 건 상식 중 상식"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다주택자 중과세 유예를 할 경우 매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세력에게 '버티면 이긴다'는 확신을 줄 것"이라며 "게다가 이미 매각한 사람들과의 격차만 발생시켜 혼란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려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불안한 삶을 유지하는 서민들의 주거안정에는 관심이 없는 정치 현실이 참담하다"며 "두 후보는 당장 집부자 부동산 공약을 폐기하고 주거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들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