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경제 > 경제

[토지공개념 진단] 취재후기

호텔 개조주택이 청년 임대주택 대안될까?

  • 보도 : 2020.12.20 07:00
  • 수정 : 2020.12.20 07:00

청년 맞춤형 공공주택 '안암생활' 입주 시작

복층형·일반형 총 122호 규모, 방 넓이는 13~17㎡

호텔·오피스텔 등 '비주택 리모델링' 지속 공급 예정

조세일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1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자리잡은 청년 맞춤형 공공주택 '안암생활'을 공개했다. 안암생활은 지난달 30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사진=홍준표 기자)

"계약서를 쓸 때 보증금 숫자를 잘못 본 것인지 눈을 의심했어요. 숫자 뒷자리에 0이 하나 더 붙은 줄 알았어요. 서울에서 보증금 100만원에 괜찮은 원룸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죠"

서울시 성북구 안암동에 위치한 청년 맞춤형 공공주택인 '안암생활' 입주민 김모씨(28·개인사업자)는 처음 이곳에 입주할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안암생활은 시중 임대료의 절반인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7~35만원(관리비 6만원 별도)을 내면 거주가 가능한 호텔을 개조한 공공임대주택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해 이러한 형태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내용의 대책을 내놓자 그 효과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 입주민들은 주거환경을 어떻게 평가할까?

◆ '안암생활'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7~35만원

조세일보

◆…청년 맞춤형 공공주택인 '안암생활'은 총 122호실로,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7~35만원의 임대료를 내면 입주할 수 있다. (사진=홍준표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1일 공개한 '안암생활'은 LH가 코로나19로 장기 공실 상태인 관광호텔을 매입한 뒤 리모델링해 청년 1인 가구에 공급하는 공유주택이다. 주택 운영기관인 사회적기업 '아이부키'와 협력해 청년들의 주거생활에 특화된 공간을 구성했다.

규모는 총 122호로, 복층형 56호와 일반형 66호(장애인 2호 포함)의 원룸으로 구성돼 있고, 방 넓이는 1인 가구에 적합한 13~17㎡이다. 각 호실에는 침대와 에어컨, 냉장고 등이 기본 옵션으로 제공된다. 다만 주방과 세탁실은 원룸에 포함돼 있지 않아 지하 2층에 공유주방과 공용세탁실이 따로 마련돼 있다. 옥상에는 루프탑 라운지와 바비큐 존을 설치했고, 입주민들을 위한 전용 주차장도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인 '쏘카존'이 갖춰져 있어 자차가 없더라도 대여료를 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안암생활'은 공유주택의 장점을 살려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갖췄다. 지상 1층에는 입주 청년들이 창작·창업 활동을 통해 만든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창업실험가게 '샵인샵'을 운영하고, 취·창업 아카데미와 일자리 카페 등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지하 1층 미팅 룸에서는 공부하거나 모임을 가질 수 있고, 지하 2층에는 입주민들이 직접 먹거리를 판매하는 '무인마켓'이 설치돼 있다.

또 주택 운영기관인 아이부키 측은 온라인 전용 앱을 통해 입주자 간 커뮤니티 활동을 이끌어내고, 생활물품과 재능을 공유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1층의 창업실험가게는 향후 인근 지역 주민이 들어와 전시된 물품을 구경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다만 기자가 방문한 날은 입주 초기라 전시공간이 많이 비어있는 모습이었다.

'안암생활'은 11월 30일부터 입주가 시작돼 전체 호실의 입주자 총 120명이 계약을 끝낸 상태다. 이미 40여명이 입주했고, 순차적으로 입주할 예정이다. 이날 여러 명의 대기자가 계약하기 위해 방문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건물을 관리하는 아이부키 관계자는 "건물이 완공되기 전부터 입주 문의가 많았고, 경쟁률이 상당히 높아 대기자가 많다"고 말했다.

◆ 입주민 "시설·가격 모두 만족, 주변에서 부러워해"

조세일보

◆…'안암생활'은 커뮤니티 기반의 공유주택으로, 지상 1층에 입주 청년들이 창작한 물품을 전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창업실험가게'를 운영한다. (사진=홍준표 기자)

조세일보

◆…'안암생활' 지하 2층에는 입주민들이 직접 먹거리를 판매하는 무인마켓과 공유주방, 공용세탁실 등 휴게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홍준표 기자)

조세일보

◆…'안암생활' 지하 1층에는 학습하거나 모임을 가질 수 있는 회의실과 테이블이 갖춰져 있고, 도서를 공유하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사진=홍준표 기자)

일각에서는 비주택을 리모델링한 공공임대주택이 '호텔 거지'를 양산하는 '21세기 쪽방촌'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입주민들은 1인 가구가 장기간 머물기에 적합한 주거 환경이라며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입주민들은 최소 2년부터 최대 6년까지 거주할 수 있고,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7~35만원의 저렴한 임대료가 '안암생활'의 장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관리비 6만원에 자치회비를 포함하더라도 민간 원룸이나 청년주택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는 것이다.

개인사업자인 김씨는 지난 1일 입주를 시작하자마자 이사 왔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35만원을 내는 가장 큰 평수의 복층형 17㎡에 당첨된 김씨는 이날 방을 꾸미기 위한 인테리어 작업을 한창 준비 중이었다. 김씨는 "체감상 일반 원룸보다 큰 느낌"이라며 "서울에서 보증금 100만원으로 집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인데 이 가격에 이 정도의 주거공간에 살게 돼 만족스럽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주택은 거주기간이 보통 2년인데 반해 최장 6년까지 살 수 있는 부분이 메리트였다"면서 "부대시설도 구비돼 있어 개인사업자로서 장기적으로 어느 정도의 절세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흔쾌히 계약했다. 주변 지인들도 다들 부럽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굳이 단점을 말하자면 공유주방과 공용세탁실 정도인데, 이것도 마인드 차이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커뮤니티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부분도 장점으로 꼽았다. 김씨는 "안암생활 자체에서 동아리와 자치회를 만들어 다양한 사람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직 입주 초기라 더 살아봐야겠지만 1층 프리마켓을 통해 전시하는 것도 주민들과 호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안암생활의 '가성비'가 좋다고 평가한 김씨는 "(안암생활이) 지하철역과 다소 거리가 있지만 역과 멀리 떨어진 청년주택이 많고, 반대로 홍대나 신촌 등 번화가에 있는 주택은 월세가 너무 비싼 편"이라며 "앞으로도 청년과 1인 가구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 '좁은 평수' 아쉽다는 평가도 나와

조세일보

◆…안암생활 입주민이 살고 있는 13㎡ 크기의 복층형 구조의 방. 입주민 양모씨는 "방이 조금 더 넓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홍준표 기자)

조세일보

◆…'안암생활' 입주민이 살고 있는 복층형 구조 원룸의 2층에 침대 매트리스가 놓여져 있다. (사진=홍준표 기자)

좁은 평수가 다소 아쉽다는 평가도 있었다. 지난 4일 전남 순천시에서 올라왔다는 양모씨(26·취업준비생)는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30만원인 복층형 13㎡의 방에 당첨됐다. 양씨는 "계약할 때는 체감하지 못했는데, 이사와 보니 생각보다 좁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복층 구조라 침대 매트리스가 2층에 놓여 있는 점도 조금 불편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복층 구조라 그나마 공간이 나와 다행이지만 일반형 방은 살림 배치가 다소 어려워 보인다"며 "운영 업체에서 커튼 설치나 인터넷 랜선 위치 등 세밀한 부분도 신경을 써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용 시설과 관련해서도 "어차피 식사는 주로 밖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주방은 크게 필요가 없지만, 공용세탁실의 경우 입주자들이 더 늘어나면 붐빌 것 같아 걱정된다"고 했다.

기자가 양씨의 방을 둘러본 결과, 복층 구조라 층고가 높아 실 평수보다 넓어 보였고 화이트 톤의 가구 배치로 인해 환한 느낌이 들었다. 방 곳곳에 수납 가능한 빌트인 서랍장이 여러 개 배치돼 있고, 깔끔한 인테리어의 화장실도 장점이었다. 다만 양씨의 지적처럼 좁은 평수를 활용하기 위해 수면 공간을 2층에 배치한 부분은 불편해 보였다.

그럼에도 양씨는 청년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은 더욱 확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소득 수준이 낮은 청년조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청년주택에 입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공임대를 늘리는 한편, 편의시설을 잘 갖춘 '질 좋은 주택'으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은 원룸의 전세 매물이 없을뿐더러 월세도 너무 높아 공공 주도의 주택이 많이 늘어야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시간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 비주택 리모델링, 공공임대 '구원투수' 될까

조세일보

◆…청년 맞춤형 공공주택 '안암생활'의 복도 모습. (사진=홍준표 기자)

이처럼 호텔 등 비주택을 개조한 공공임대주택이 전세난을 잡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심각한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당장 공급이 어려운 아파트보다 다세대주택을 매입하고 비주택을 리모델링해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달 19일 전세대책을 발표하며 2022년까지 전국에 전세형 주택 11만4100호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공공임대주택 공실 활용 3만9100호 △공공 전세주택 1만8000호 △신축 매입 약정 4만 4000호 △비주택 공실 리모델링 1만3000호 등을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비주택 리모델링'을 통해 전세 부족을 완화한다는 방안을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기존 비주택 리모델링 물량 5500호에 7500호를 추가해 총 1만1000호를 공급한다. 정부는 지난 부동산 대책에서 공공임대주택 매입 대상을 상가와 숙박업소, 오피스텔까지 확대했다. 또 민간사업자가 비주택을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리모델링할 경우 규제를 완화하고 저리로 장기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혜택을 준다.

한편 정부는 3~4인 가구 등 다자녀 가구 맞춤형 공공전세주택도 단기에 최대한 공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LH 등 공공주택사업자를 통해 2022년까지 서울에 5000가구, 경기·인천 등 수도권 1만3000가구의 공공전세주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현재 최대 3억원(평균 1억2000만원)인 기존 매입임대주택의 가구당 정부 지원 단가를 서울 기준 6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려 도심 내 방 3개 이상의 중형주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축주택 확보를 위해 민간 건설사를 통해 매입하는 매입약정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공공전세주택은 소득·자산 기준 상관없이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무작위 추첨을 통해 입주자를 선정하고, 당첨된 입주자는 시중 전세보증금의 90% 이하로 최대 6년간 거주할 수 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현재 상황은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위 계층도 전세를 구하기 어려운 만큼 주거비가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지속해서 공급해야 한다"며 "비주택 거주자와 무주택자의 숫자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부동산 투기로 인한 비상식적인 시장 과열 현상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공개념 특별취재팀 : 홍준표·염재중·염정우·태기원·강대경 기자]

※ 본 기사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주요기사

  • 출생 :
  • 소속 :
  • 학력 :
  • DID :

상세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