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세 도입 찬반논란 팽팽
빌 게이츠 "로봇세 통해 기본소득 지급" 주장
이미 법인세 내는데… 로봇세 내면 이중과세
"아직 도입 어렵지만 소득재분배 효과 있을 것"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장.
로봇 도입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에게 세금을 더 내게 하고 그 세금을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에게 매칭하면 세제를 통한 소득재분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장은 17일 오후 2시 한국세무사회관 4층 소강당에서 열린 제16차 조세정책 웹 세미나에서 '로봇세 도입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로봇세(Robot Tax)는 단어 뜻만 놓고 봤을 때 근로자의 일자리를 뺏는 로봇에게 매기는 세금이지만, 자동화 설비를 이용해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뺏는 회사에 세금을 부과하는 넓은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해외에서 직접적으로 로봇세를 매기고 있는 나라는 없지만 도입여부에 대한 논의는 한창 이루어지고 있다.
앞서 2017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미국의 IT전문지 쿼츠와의 인터뷰에서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이라며 "최소한 자동화의 확산을 지연시키기 위해 로봇을 활용하는 기업에 세금을 매기고 다른 형태의 고용방식에 재정을 지원하는 것도 함께 추진해야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로봇세를 기반으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와 고령자 지원이 가능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증대 사업시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로봇세 도입 반대론자들은 과세대상인 로봇의 정의가 어렵다는 점과 로봇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로봇의 도입으로 생산성을 증대시킨 기업은 이미 법인세를 납부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과세한다면 이중과세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이와 관련해 박 교수는 "로봇세에 대한 도입여부는 로봇을 이용한 생산 활동에 대한 세제혜택을 둘 것인지, 혹은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분에 대해 세제상 불이익을 줄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라며 "현행 세법은 소득세 및 법인세 혜택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의 발언대로 우리나라는 지능형 로봇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래먹거리 사업으로 꼽으며 세제지원을 적극 부여하고 있다.
| "아직까지 세금 매기긴 쉽지 않은 상황" |
◆…로봇이 어느새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일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해 로봇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안내로봇이 공항을 찾은 어린이들을 반기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사진)
로봇이 어느새 국내 경제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공장에서 생산을 맡고 식당에선 서빙도 대신해준다. 그 만큼 삶이 편리해졌지만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새로운 변화에 따라 두려움도 생긴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트렌드가 일상화되면서 로봇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시기에 빌 게이츠는 로봇세를 부과해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이른바 '보편복지'를 주장했지만 세무전문가들은 당장에 로봇세를 부과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박 교수는 "지금 당장 로봇에 의한 일자리 감소를 전제로 한 세금을 매기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로봇 사용 확대에 따라 근로소득이 줄거나 없게 되는 사람에 대한 재정지원의 차원, 과도한 일자리 감소에 대한 대응(또는 일자리 일정 수준 유지)으로서 세제상 불이익을 주거나 일자리 유지에 대한 세제상의 혜택을 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로봇 자체의 법적 지위를 인정한다면 로봇을 납세의무자로 해서 과세를 하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은 가능할 것"이라면서 "(이 경우) 납세의무자가 되는 로봇의 정의를 명확하게 하고 로봇을 통해 버는 소득에 대한 계산이 명확하게 이루어져야한다"고 언급했다.
박 교수는 "근로소득이 줄거나 없게 되는 사람에 대한 재정지원은 기본소득과도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문제는 재정지원을 위한 재원 확보다. 이는 로봇 자체, 로봇으로 인해 이익을 얻는 자(개인 및 법인)에 대해 일정한 세금을 내게 하는 제도적 설계를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방법이 어렵다면) 동일 매출에 고용이 줄어드는 경우 추가적으로 세율을 가산하는 방법, 로봇 취득에 대해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 방법 등으로 과세소득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