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활성화 유도 위해 법인세율 인하 필요"
해외 진출 韓기업 경쟁력 제고 위해 '영토주의 과세' 검토도
국회예산정책처, '경제전환기 세제개혁 방향' 보고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GVC)'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GVC 재편 과정에서 국내로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법인세율 인하 등 조세 환경을 경쟁력 있게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영토주의 과세체계'로 전환도 제안되고 있다.
가치사슬은 기획, 연구개발(R&D), 디자인, 부품·소재 조달, 제조, 판매, 사후관리 등 일련의 가치 창출 활동을 말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GVC 재편에 따른 기업과세를 중심으로'라는 보고서(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제조업 부활정책의 일환으로 법인세율을 파격적으로 인하(35→21%)하고 있으며, 일본도 아베노믹스 핵심에 자국기업의 국내복귀를 유도하는 정책이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선 중국 내 거점을 둔 다국적기업 중 본국으로 회귀를 검토한 곳이 80%에 이른다. '리쇼어링(해외 생산기지 국내 회귀)' 문제가 글로벌 이슈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과거 GVC는 생산의 글로벌 세분화의 촉진과 함께 전 세계적 차원의 확대형태로 발전됐지만, 코로나19 대유행과 미·중 갈등 등 여건 변화로 지역적 차원의 가치사슬 구축 또는 리쇼어링을 통한 국가적 차원의 가치사슬 강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자료 국회예산정책처)
매력 있는 투자처엔 낮은 법인세율 부분도 한 몫한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 중에서 가장 먼저 법인세율을 내린 국가는 독일이었다. 2008년 법인세 명목세율을 25%에서 15%로 낮췄고, 일본은 30%였던 법인세율을 점진적으로 낮춰 지난해엔 23.2%까지 내렸다. G7국가의 평균 법인세율은 2010년 33.1%에서 지난해 27.3%로 낮아졌다.
반면,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7.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3.5%보다 높다. 글로벌 기업의 입지로서의 경쟁력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세계 주요국들은 경쟁적으로 법인세율을 내리는데 반해 한국만 '역행'하고 있기 때문에서다. 여기에 50년 넘게 유지해왔던 외국인투자에 대한 법인세 감면 제도가 폐지된 부분도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리게 만드는 요소다.
보고서는 "GVC 재편과정에서 국내기업·글로벌기업의 한국 내 투자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법이세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법인세율 인하가 기업 투자에 직접적인 연결을 담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막대한 '세수감소'만 가져올 수도 있다. 보고서는 "차선책으로 고려될 수 있는 것이 현행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의 투자세액공제 제도를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의 제도로 변경하면서 동시에 공제율도 올리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자료 국회예산정책처)
특히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현지에서 다른 국가의 기업들과 동일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지원책으로 제시된 게 '영토주의 과세제'다. 현재 우리나라는 자국 기업이 벌어들이는 국내·해외소득 모두에 대해 세금을 매긴다(글로벌 과세체계). 반면 영토주의 과세체계는 자국 기업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만 과세대상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멕시코, 칠레, 아일랜드 등 OECD 회원국 중 5개 국가만 글로벌 과세체계를 갖고 있다. 보고서는 "GVC 재편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해외 현지에서 직면하는 경쟁상황의 중요성이 점점 더 중요시되는 상황에서 한국도 법인세 과세체계를 영토주의 체계로 변경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유럽의 주요 국가에서 활용되고 있는 특허박스제도 도입도 제안했다. 이는 특허 등 지식재산권을 활용해서 제품제작이나 판매 등 지식재산권을 사업화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제도다. 보고서는 "특허박스제도를 도입한 국가들에서 전반적인 혁신수준이 뚜렷하게 높게 나타났으며, 외국인직접투자의 증가율도 특허박스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들에 비해 크게 높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