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부가가치세법상 용역 공급 장소' 관련 연구용역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기획재정부가 현 부가가치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용역의 공급 장소'에 대한 기준을 손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용역이 제공되는 장소를 둘러싼 '과세 분쟁'이 빈번한 상황에서 이를 해석할 법조문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움직임이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한국세법학회에 '부가가치세법상 용역의 공급 장소 개선'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국내외 사업자 간 용역제공 사례에 대한 과세관청과 납세자 간 불복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과세권 분쟁이 덜 발생하도록 세법에 좀 더 명확하게 규정하려는 방안을 검토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재화(물건), 용역(서비스)의 공급 장소가 국내인 경우 외국기업도 부가가치세 납세의무(국내기업이 대리납부)를 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면 그 카페를 공급 장소로 보기에, 재화는 비교적 공급 장소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용역은 어디에서 공급되는지 여부를 두고 해석상 논란이 있으면서 납세자들의 이에 대한 납세불복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상태다.
#. 국내 보험회사인 A사는 미국 회사가 판매한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었다. 당시 A사는 '투자회수 위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매'라며 해당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했고, 이 과정에서 미국 현지 로펌을 소송대리인으로 삼았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세청에서 A사에 과세 칼날을 갖다 댔다. A사가 외국법인으로부터 법률자문을 받으며 대가를 지급했음으로, 세금(부가가치세)을 대리납부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과세처분에 위법 결정을 내렸다. '용역이 제공된 곳과 결과물이 사용된 곳 역시 국외이기에, 법률자문을 보고 받은 A사가 국내에 있더라도 이는 잘못된 과세'라고 했다.
국가 간 용역의 공급거래가 늘어나고 공급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 규정으로는 그 공급 장소를 특정하긴 어려운 실정(원천지국 과세권 미비). 부가가치세법 20조(용역의 공급 장소)에선 '역무가 소비되는 장소'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사안마다 달리 해석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사례만 다를 뿐,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은 디지털 공급 기업에 대한 과세체계 정비는 이루어진 바 있다.
2015년 7월부터 국외사업자가 국내 소비자에게 전자적 용역을 부가가치세가 과세되고 있다. 이후 정부는 전자적 용역에 해당하지 않았던 '클라우드 컴퓨팅'까지 포함(지난해 7월부터 과세)시켰다. 이번 연구용역도 원천지국 과세권 확보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특정 사례를 콕 짚은 것이 아닌 공급 장소에 대한 기준 자체를 들여다보는 제·개정 작업이라는 점에서 결과물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제2의 구글세'로 여겨지기에 과세권을 확보하는 규정을 쉽게 내놓긴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세전문가는 "국가 간 과세분쟁 소지도 있어 개정 작업은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