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OECD 디지털세 기본합의안 전망' 보고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제공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심으로 물리적 고정사업장이 없이 국경을 초월해 사업하는 글로벌 IT(정보기술)기업에 물리는 '디지털세' 도입을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만의 독자적인 대응전략을 짜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각국마다 과세권 확보에 따른 이견으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수도 있기에,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파리에서 열린 OECD 인클루시브 프레임워크(IF) 총회에서 디지털세 기본 골격이 나온 상태다.
21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간한 'OECD 디지털세 기본합의안의 주요 내용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합의안은 고정사업장과 같은 물리적 실재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시장 소재지국의 과세권을 인정하는 '통합접근법'과 세원잠식 방지를 위한 '글로벌 최저한세율' 도입하는 게 주요 골자다.
디지털 기업 이외에 소비재 제조기업(소프트웨어, 핸드폰, 화장품, 자동차 등)도 과세대상으로 포함되어 있다. OECD는 올해 말까지 최종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나, 디지털세를 둘러싼 '잡음'도 생겨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늘어나는 세부담을 소비자·중소기업에 전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보고서는 "프랑스 디지털세 도입(지난해)이 결정된 이후 미국의 주요 IT 기업들이 늘어나는 세수부담을 수수료 인상으로 대응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결국은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글로벌 디지털 기업은 디지털세의 4%를 부담하는 대신, 소비자·소매상(중소기업 포함)이 각각 57%, 39%를 부담할 것이라는 관측(프랑스 디지털세 도입 당시 딜로이트 보고서)도 있다.
디지털세 과세 기준을 기업규모(매출액 기준)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보니, 오히려 공정과세 차원에서 전통적인 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엔 순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과세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소리다.
마케팅이나 유통·판매 활동이 세부적으로 다른 다국적기업의 과세기준이 되는 고정이익을 제대로 계산할지에 대한 의문, 국가 간 서로 다른 조세체계로 인한 최저한세율 의견 불일치 등도 합의에 장애물로 꼽힌다.
보고서는 "OECD 디지털세 논의가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다자간 조약형태로 전 세계 국가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조세체계가 마련될 수 있다"며 "그러나 합의에 실패할 경우 각국의 독자적인 디지털세가 추진될 가능성이 크기에 정부는 두 가지 가능성에 대해 동시에 대응책(국내 조세제도 개혁 논의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