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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 설문 결과…다시 따져 보는 '세무조사 녹음권' 득실

  • 보도 : 2020.02.17 10:21
  • 수정 : 2020.02.17 10:21

납세자·대리인·세무학계 500명 대상 설문조사
10명 중 7명 "녹음권, 즉시·중장기 도입 필요"
긍정적 효과로 '세무조사 투명성 제고' 꼽혀
조사공무원 '권한남용 실태' 파악해보니... '양호' 평가 지배적
녹음 허용한 국가는 'Only 미국'

지난 2018년 '세무조사 녹음권' 이라는 사안을 둘러싸고 기획재정부, 국세청 사이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었다.

기재부가 세법(국세기본법)에 세무조사 과정(조사공무원과 대화)을 녹음할 수 있는 권리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기재부는 세무조사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납세자들의 불만을 이유로 제도 도입을 밀어부쳤고, 국세청은 "세무조사가 위축된다"며 반발했다.

양측의 대립은 국회에서 승패가 갈렸다. 국회는 기재부의 제도 도입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관련 법 개정안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제도 도입시 예상되는 장·단점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조사공무원의 권한남용 여부 등을 조사하라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국회 요구에 따라 기재부, 국세청이 각각 대상을 나누어 설문 조사를 진행했는데, 상당히 애매모호한 결과가 도출됐다.

기재부는 지난해 7월 제도 도입의 필요성 및 장단점 측면을 핵심으로 납세자, 납세대리인(세무사 등), 세무관련 학자 500명을 뽑아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이 '세무조사 과정에 녹음규정을 도입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정작 녹음권 도입의 핵심 근거였던 세무조사 공무원의 권한남용 실태에 대해 국세청이 대상을 뽑아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사실상 '무결점'의 결과가 나왔다. 조사 대상자는 지난 2018년 1월~2019년 2월 세무조사(정기·비정기)를 받은 개인·법인사업자 300명이었다.

세무조사 과정의 불투명성이라는 제도 도입의 논리를 무너뜨리는 설문 결과가 도출되면서 현재로서는 세무조사 녹음권 논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지긴 했지만 언제든지 불씨가 되살아날 여지는 존재한다.

"도입" 74% vs "반대" 26%

녹음

세무조사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라고 할 수 있는 납세자, 납세대리인 및 세무관련 학자들은 세무조사 녹음권 도입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실제 조사 결과, 세무조사 녹음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중장기적(3~5년 후)으로 도입해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이 62.8%였다. 즉시 도입해 시행해야 한다(10.8%)는 의견까지 포함하면, 열에 일곱이 제도 도입에 동의한 셈이다.

반면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26.4%였다.

녹음규정 도입 시 장·단점이 무엇인지 여부에 대한 설문 조사도 이루어졌는데, 전체 응답자 절반은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가 비슷할 것(49.2)'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장점으로는 '세무조사 과정의 투명성이 제고되어 납세자 권리보호에 도움이 된다(44.6%)'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과세처분에 대한 불복과정을 위한 확실한 증빙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26.4%)', '조사공무원의 권한남용 행위·부적절한 언행 방지(22.6%)' 순이었다.

단점으로는 '경직된 분위기로 개별 납세자의 사정이 제대로 고려되지 못할 수 있다(39.4%)'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녹음을 의식한 공무원이 서면위주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34.8%)'는 의견도 있었다.

녹음

세무조사 과정 적법 '10점 만점에 9점'

적법

국세청 주도로 세무조사 담당 공무원의 권한남용 행위(적법절차 준수 등)가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지 여부를 파악했더니, 세간에 퍼져 있는 부정적 인식과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이른바 '청렴도 성적표'는 10점 만점에 9.61점이었다. 

실태조사 결과(객관식, 0~10점 척도로 묻는 질문)를 보면, 비정기조사(9.40)보다는 정기조사(9.63) 대상자의 평가점수가 높았다. 개인사업자(9.52)보다는 법인사업자(9.69)가, 세무서(9.56)에 비해 지방국세청(9.84)의 조사가 더 긍정적인 평가였다.

9점 이상 평가를 내린 건수는 전체의 89.9%(223건)를 차지했다. 7점 이하 구간은 16건(6.4%)이었는데, '보통(5점)' 점수를 매긴 건 3건에 불과했다. '대체로 그렇지 않다(3점)'는 평가는 1건이었다.  

항목별로는 '금품·향응 미요구' 항목이 최고점(9.87)을 받았다. '조사과정 중 강압적인 언행이나 폭언·폭설을 하지 않았다(9.75)'가 2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최저점(9.38)를 기록한 부분은 '조사 중 충분한 해명기회 부여'였다.

개선

이러한 고평가에도 '세무조사 제도를 손질하라'는 목소리는 있었다. 주관식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대상자를 공정하게 선정해야 한다", "1차로 서면조사하고, 소명이 부족할 때 현장조사를 해야 한다(조사방법 변경)", "경기상황을 고려해 적정수준 세금을 추징해야 한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납세자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불필요한 자료제출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 "다소 권위적·고압적 태도를 개선해야 한다" 등 세무조사를 하는 공무원이 고쳐야 할 행동도 꼽았다.  

세무조사 녹음권 허용한 나라는 '미국' 뿐

납세자에게 세무조사 과정을 녹음할 권리를 주는 나라는 현재 미국 밖에 없다.

국세청 직원이 납세자와의 '대면 면담'을 가지려고 할 때, 납세자가 사전(면담 일시보다 10일 전, 이를 넘겼더라도 허용 가능)에 음성 녹음하는 것을 요청한다면 이를 허락해야 한다. 국세청 직원도 면담내용을 녹음할 수 있는데, 이 땐 면담 전 납세자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전화 면담'은 해당사항이 없고, 카메라·비디오기록 장치·전자영상기록 장치 또한 허용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조사공무원과 대상자에게 녹음·녹화할 수 있는 권리가 규정(행정조사기본법 제23조)되어 있긴 하다. 행정조사의 범위에 세무조사도 포함되나, 조세에 관한 사항은 이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다만 세무조사를 과정을 녹음하더라도, 금지 조항이 없어 처벌은 없다. 

검찰에선 수사절차에서의 녹화, 녹음 관련한 내용을 내부지침으로 규정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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