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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빅브라더' 꿈 꾸는 국세청, 그리고 견제의 시선들

  • 보도 : 2020.02.05 09:47
  • 수정 : 2020.02.0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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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국세행정포럼에서 제기된 주장의 핵심은 금융기관에서 직접 제공하는 금융거래정보를 국세청이 세무조사 대상 선정 단계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풀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1차 가공 또는 심의를 거치지 않은 소위 '날 것' 자체를 통째로 들고와서 쓸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도 FIU 이첩 정보는 탈세 혐의 확인을 위한 세무조사 업무에 필요한 경우 활용되고 있고 보다 넓은 의미로까지 해석, 세무조사 대상 선정 과정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다만 이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니, 금융실명법에 따른 금융거래정보 활용 수준을 FIU법 상 FIU 정보 활용범위와 그 키를 맞추자는 것으로 얼핏 별다른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단순히 결코 활용범위 수준을 맞추자는 선을 넘어선 모습이다. 

금융거래정보 활용폭을 대폭 넓혀줄 경우 가뜩이나 '권력기관' 이미지를 가진 국세청이 현재보다 더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되는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날 것' 받고 싶은 국세청… '빅브라더' 욕심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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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7일 국세행정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현준 국세청장. 세무조사 대상 선정 단계에서부터 금융거래정보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제발표에 대해 김 국세청장은 "금융정보의 과세 활용도 제고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실한 과제"라고 화답했다. (사진 국세청)

국세청이 제공받는 금융거래정보는 금융기관에 직접 요청해 받는 경우와 FIU를 통해 받는 고액현금거래(CTR)와 의심거래(STR) 정보로 나뉜다.

FIU 정보는 국세청에서 필요한 자료를 FIU에 요청하면 FIU가 정보분석심의위원회를 열어 정보제공 여부를 심의한 뒤, 제공한다. FIU법에 근거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받는 자료는 이와는 다소 다른 면이 있다. 국세청은 탈세 혐의 확인이 필요한 계좌에 대해 금융기관에 직접 조회를 신청해 정보를 제공받는데 이는 금융실명법과 상속·증여세법, 과세자료법 등에 근거한다.

국세청이 금융기관을 상대로 금융정보를 조회한 건수(조사대상자 기준)는 2014년 5500건, 2015년 5456건, 2016년 6587건, 2017년 7175건, 2018년 7564건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조사대상자가 아닌 '계좌추적'을 기준으로 금융정보를 조회한 건수는 이보다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2013년~2016년 기간 동안 국세청은 총 123만4354건, 연 평균 30만8589건의 계좌를 추적·조회했다.

이는 탈세 혐의를 확인하기 위한 용도, 즉 세무조사 '과정'에서만 활용되어야 하며 조사 대상 선정 단계에서는 활용이 불가능하다. 또한 국세청이 금융기관에 직접 조회 신청을 하기 때문에 FIU처럼 심의위원회 같은 안전장치가 아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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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에서의 주장은 금융실명법을 개정해 금융기관이 직접 국세청에 제공하는 금융거래정보도 조사 선정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세무조사 효율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 핵심.

다만 금융거래정보가 민감한 정보인만큼 탈루 위험이 일정 기준 이상인 납세자를 대상으로만 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하자는 보완책도 제시됐다. 실제 당시 포럼에서 참석한 교수 등 패널들은 개인정보보호라는 안전장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세청 "절실한 과제" vs 전문가 "과도한 욕심"

국세행정포럼에서 발제자의 주장에 기대어 금융거래정보 활용 확대 방안이 발표되는 형식을 취했지만 김현준 국세청장은 "이는 절실한 과제"라며 발제자의 주장에 힘을 잔뜩 실었다. 

국세청 내부에서도 발제 내용처럼 금융실명법 개정이 된다면 큰 도움이 된다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직원들이 상당수다.

A국세공무원은 "조사 대상 선정 단계에서부터 금융거래정보를 들여다본다면 더욱 정교하게 대상자를 선정할 수 있다"며 "금융거래정보를 조사 대상 선정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냐, 없느냐 여부는 아주 큰 차이"라고 말했다.

B국세공무원 역시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있으니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법 개정으로 인해 얻는 실익이 더욱 클 것"이라며 "현재도 국세공무원들이 납세자의 재산자료 등을 함부로 들여다볼 수 없는데 금융거래정보 역시 비슷한 방식의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세전문가들은 국민들의 재산권에 제재를 가하는 특성이 있는 국세청이란 기관의 속성상 더 이상의 정보접근 권한 확대는 '위험'하다는 입장이었다.

고은경 한국세무사회 부회장은 "복지 분야 등 다른 공공기관의 적극 행정은 필요하지만 국세청의 속성은 수탈·침해행정이다 보니 적극 행정을 한다면 납세자들에게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이 사안에 대해선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고 부회장은 "다만 재정지출이 확대되는 등 국가재정이 어려워지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를 시행해야 한다면 정말 탈세를 잡아내기 위한 용도로만 쓰인다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며 "납세자의 불안감을 낮출 수 있는 비밀보장 강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대 교수·조세일보 조세정책연구소장)은 "세무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금융거래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이미 (탈세혐의가 있는) 기업이나 개인이 타겟팅된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며 "하지만 세무조사 대상 선정 과정에서 정보를 보겠다는 얘기는 개인정보보호법 자체가 무력화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회장은 "A라는 사람의 금융거래정보를 열어보고 조사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았다면 그 이후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국세청에 왜 A의 정보를 조회했냐고 했을 때 '조사대상이 될 줄 알고 열어봤었다'라고 말하면 끝이 아니냐"라며 "이런식으로 정보를 본다면 평소에도 다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에서 보지 못할 정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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