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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설계 이야기]

생애설계 관점에서 본 건배사

  • 보도 : 2020.01.09 08:00
  • 수정 : 2020.01.09 08:00

 지난 연말에 가까운 친구 몇 명과 송년회를 가졌는데 최근 경제침체 분위기와 달리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식당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니 가족, 친구, 연인 등이 주류를 이루고 한쪽 구석의 넓은 테이블에는 10명 정도의  회사 직원들의 모임으로 보이는 1팀이 있었는데, 동석한 사람들을 보니 제일 높은 간부로 보이는 사람이 40대 후반 그리고 30대, 20대 남녀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직장 회식 팀의 옆 좌석이 우리 자리여서 우리는 '오늘 옆 자리가 소란스러워 자리를 잘 못 찾은 거 같다.'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필자가 한창 직장 생활을 하던 90년대에는 송년회 모임이 친구나 가족 단위 보다는 직장 단위가 많았고 직장 송년회에는 어김없이 큰 소리의 건배사와 박수가 옆 좌석까지 울려 퍼져 주위에 피해를 주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음식이 나오고 술이 들어가자 직장 회식을 하던 팀이 예정된 행사를 시작하는데 평소 들어보지 못한 상큼한 이야기를 하면서 조용하게 끝나는 것이었다. 순간 우리는 조금 당황스러워졌다. 대리급 정도는 되어 보이는 30대 중반의 남자가 일어서더니 “오늘은 술을 많이 마셔 취하지 마시고 여기 참석한 모든 사람들에게 취하셔야 합니다.”라고 이야기 하고  잔을 들어 “소·취·하” 라고 낮은 소리로 선창하니 옆의 동료들도 “당·취·평”하고 조용히 응답하며 와인 잔을 맞대고 한 모금씩 하는 것이었다. “소·취·하”는 소주에 취하면 하루가 즐겁고 “당·취·평”은 당신에게 취하면 평생이 즐겁다는 이야기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이번에는 부서장으로 보이는 40대 후반의 사람이 잔을 들고 “여자는” 하고 선창하니 동료들이 함께 “뷰티풀”하고 응답하고, 이어 “남자는”하고 선창하니 동료들이 “파워풀”로 응답하고, 마지막으로 “우리는”하고 선창하니 동료들이 “원더풀”이라고 응답하였다. 그 사람들 말로는 “풀·풀·풀”이라고 한다. 옆에서 듣고 있던 우리 모두는 그 팀을 잠시 쳐다보고 “세상 참 많이 바뀌었다.”라고 서로 이야기 했다.     

  요즘 직장생활이 맞벌이·공동육아·워라밸·가족중심 등으로 변하고 술 위주의 회식이 지나쳐 성희롱 등의 문제가 발생하여 부서 단위의 회식을 하려면 사전에 상위 부서에 승인을 받고 부서장이 책임지고 1차만 하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조직의 중간 계층인 간부급이 조직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데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조직 활성화를 위하여 술자리나 회식을 하려면 1달 전에 사원들에게 물어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우스개 이야기도 있다. 그런 조직 분위기에 비하면 송년회를 하고 있는 이 조직은 건배사 하나로 미루어 보아도 서로를 존중하고 활기가 넘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의 5060세대는 평생직장이라는 생각으로 회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야근과 회식이 업무의 일부이고 연장으로 여겨, 부서장이 퇴근 전에 부서 회식을 통보하면 열외 일명 없이 참석해야 했고 술이 약한 사람과 여사원은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억지로 먹어야 했던 시절이다. 회식이나 송년회에 참석하는 날이면 “오늘은 또 어떤 건배사를 해야 하나?”하는 초조감으로 가고 싶지도 않은 술자리를 참석하는 사람도 많았다. 당시 기억나는 건배사로는  “개나발” “당나발” “주받주먹” 등이 있는데, “개나발”은 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 “당나발”은 당신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 “주받주먹”은 주(술)는 대로 받고 주(술)는 대로 먹는다는 뜻으로 대부분의 건배사가 조직의 단합이나 회사의 발전과 나라를 위하는 내용이었다. 개인의 건강이나 가정, 행복 등을 위한 건배사는 없었고 회식 분위기에 맞지 않는 건배사를 할 경우에는 벌주로 술을 마시고 다시 해야 하는 곤욕을 치르곤 했다.  

  그러나 지금 젊은 세대는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직업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직장의 분위기도 예전과 비교하면 많이 변했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도 변화하고 있다.  백세시대를 살아가는 고령사회에서는 상명하복식의 과거 건배사보다 건강, 가정, 행복, 존중, 배려 등을 위하는 건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중장년 세대는 “인생이모작은 지금부터” “행복과 건강을 위하여” “술은 적당히 건강은 영원히” “노인과 청년의 소통을 위하여” 등의 건배사가 어떨까 제안해 본다.  

  50대 후반인 우리들은 모처럼 송년회를 하러 왔다가 옆 좌석의 건전한 송년회 분위기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의미 있는 건배사를 접하고 2020년 새해에는 자주 만나고 건강하자는 뜻에서 “영원한 우정과 건강을 위하여”라고 조용히 외친 후 그 팀을 남겨둔 채 식당을 나왔다.  

꿈세생애설계협동조합
윤철호 이사

[약력] 현)꿈세생애설계협동조합 이사, 한국컴플라이언스인증원 전문위원, 현)부산가톨릭대학교 사회적경제센터 연구원, 현)한국생애설계협회 교육지원본부장, 현)생애설계사 자격증과정 전문 강사, 현)한양대학교 사이버대학 강사, 전)삼성디스플레이 사내교수, Compliance 경영 전문가(CCP 1급), ISO37001/19600 인증심사 위원, 한국생애설계사(C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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