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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목적 소진된 '통관취급법인' 제도, 계속 유지해야 되나

  • 보도 : 2019.12.16 10:23
  • 수정 : 2019.12.1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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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광열 한국관세학회 회장이 지난 13일 열린 관세학회 정책세미나에서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통관 시스템이 갖추어 지면서 제도 도입 취지가 희미해진 '통관취급법인 제도'의 존치 여부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통관취급법인은 관세사법에 의해 설립된 법인이 아니라 상법상 일반 법인에 대해 '통관업무를 허용한 법인'으로, 관세사 아닌 자가 관세사를 고용해 통관업을 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다.

통관은 전문자격사인 관세사가 해야 하지만 '신속통관'을 목적으로 운송, 보관, 하역을 업(業)으로 하는 법인이 위탁받은 물품에 한해 통관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978년 예외적으로 도입된 제도가 통관취급법인 제도다.

지난 13일 한국관세학회(회장 : 엄광열)는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 51층 중회의실에서 '통관취급법인제도의 존치여부에 대한 타당성 연구'라는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관세사 아닌 자가 관세사를 고용...

관세학회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통관취급법인은 ▲(주)공성로지스틱스 ▲(주)판토스 ▲(주)에이씨티앤코아물류 ▲(주)익스피다이터스코리아 ▲롯데글로벌로지스(주) ▲유성물류(주) ▲(주)우성에프아이 ▲(주)한진 ▲비아이디씨(주) ▲DHL글로벌포워딩코리아㈜ ▲㈜하나로티앤에스 ▲㈜에이엔씨익스프레스 ▲㈜티지엘 ▲씨제이대한통운(주) ▲인터지스㈜ ▲유피에스에스씨에스코리아㈜ 등 총 16개 업체다.

까다로운 기준 때문에 1993년까지 통관취급법인은 대한통운국제물류 1개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법개정에 따라 기준이 대폭 낮아지고 1994년부터 허가받는 법인이 늘어나게 됐다.

현재 통관취급법인은 자본금의 규모 10억 이상 업체가 10개, 5억이상 5개, 3억 이상이 1개다.

업종별로 보면 운송, 보관, 하역업을 모두 겸하고 있는 경우는 2개 업체에 불과하고 보관업이 6개, 운송과 보관을 겸업하는 경우가 5개, 운송업이 3개이며 하역업만 취급하는 통관취급법인은 없다.

올해 7월31일 기준 관세사 업무를 행하는 자는 1972명이며 이 중 개인 관세무소에 근무하는 관세사수는 593명(30.1%)이다. 합동관세무소에 198명(10.0%), 관세법인에 1154명(58.5%)의 관세사가 있으며, 통관취급법인에 근무하는 관세사는 27명(1.4%)이다.

관세사 업무처리 실적에서 통관취급법인의 실적 비중은 0.66% 수준이다. 관세사 1인당 1일 처리건수를 보면 관세사무소에 근무하는 관세사는 30.4건을 처리하나, 통관취급법인의 관세사는 150.8건을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관취급법인 업체 수는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2013년 30개 업체)를 보이고 있으며 통관취급법인의 건당 보수액도 2010년 1만1000원 수준에서 지난해 3900원 수준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보고서는 통관취급법인 업체수가 감소한 것에 대해 건당보수액이 하락하는 등 시장에서 수익성 악화가 주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속통관 취지, 이미 사라졌다" 독립성만 훼손

보고서는 다른 자격사 제도에 없는 예외적 제도이기 때문에 통관취급법인이 본질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전문자격사법에서는 일반으로 자격이 없는 자 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자에게 고용되거나 기타의 형태로 지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관세사의 경우 통관취급법인에 관세사가 고용되도록 예외적인 규정이 운영되고 있어서 관세사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통관취급법인제도는 관세사의 독립성, 전문성 훼손, 그리고 다른 자격사와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므로 통관취급법인제도의 존폐에 대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또 관세사법제정 취지와 통관취법법인제도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통관취급법인은 관세사제도의 예외로서 통관업무의 신속성이 요구되던 시절 정책적으로 도입된 제도로 폐지되거나 관세법에서 통관절차와 관련해서 규정되어야 마땅하다는 것.

보고서는 엄밀히 말해 관세사법은 관세사 개인이나 관세사법인을 규율하는 법이지 통관취급법인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운송, 보관, 하역을 모두 수행하는 법인체에 한해 통관취급법인제도가 운영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행 통관취급법인허가업체 16개중 2개 업체만 운송, 보관, 하역업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실정으로 일관운송과 화주의 편의를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운영상의 문제점도 여러가지 제시했다.

일단 보고서는 통관취급법인의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면서 통관취급법인의 통관실적도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27개 업체가 취급한 통관실적이 100만7122건이었으나, 2014년에는 24개 업체가 취급한 통관실적이 63만4075건이었다.

2014년 관세사법 개정으로 통관취급법인은 직접 위탁한 업무만을 통관할 수 있게 됨으로써 보수료 감소 등 통관업 시장에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

또 통관취급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관세사의 비율이 1%대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통관취급법인의 관세사 고용효과가 거의 미비하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는 보수액도 동반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이 수치는 이미 하락할 대로 하락한 상태로, 현재가 더 이상 내려 갈 수 없는 마지막 노선임을 관련 업계들은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관취급법인 고용관세사의 과다한 수출입신고 처리도 문제가 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통관취급법인 고용관세사는 연간 1인당 취급건수가 4840건을 처리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관세사가 처리하는 수출입신고의 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고용관세사들에게는 과도한 업무량 부여로 기계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이에 따른 수출입신고의 정확도가 저하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이것은 자칫 정확한 수출입신고라는 관세사의 공적기능의 수행이 불가능하게 될 수 도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관취급법인 폐지에 대한 대안은?

보고서는 연구결과 통관취급법인제도는 일정 요건을 갖추면 관세사를 고용해 통관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 도입되었지만 그동안 법·제도상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폐지가 된다면 법·제도의 정비가 시급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관세사법에서는 신규 통관취급법인의 등록이 제한되더라도 기존 통관취급법인의 지위는 유지되어야 하므로 관세사법에서 별도의 경과규정을 만들어 기존 통관취급법인이 폐업을 하기 전까지는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의 신설이 필요하며, 관세사, 관세법인 등 관세사만이 통관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관세사법에서 자격사제도의 공정성 유지, 의뢰인 보호, 국가세수확보 등을 위해 자격사 아닌 자가 자격사를 고용하여 업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비자격사에 의한 통관업의 제한 규정을 별도로 신설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고서는 통관취급법인에 대해 고용관세사와 직무보조자의 부족으로 인한 수출입신고 사후관리 문제를 해결하고 화주에게 더 나은 통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직원채용 등이 이루어져야 하며, 직무보조자들에 대한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통관취급법인 소속 관세사는 기존과 동일한 업무수행을 통해 통관실적 증대와 수익성 강화를 위한 직업윤리 의식을 강화하고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외부에서 바라보는 통관취급법인에 대한 지위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관세사 업계에 대해선 화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로서 법적 지식과 사고능력을 갖추어야 하고 전문자격사로서 직업윤리와 윤리강령을 준수하며, 관세행정업무의 동반자로서 관세행정의 발전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관세법인의 활성화를 위해 신규 통관취급법인의 등록제한을 기회로 삼아 통관업을 포함한 다른 물류업에도 진출하고, 통관서비스에 있어서도 지금보다 더 전문적이고 전산화해야 한다면서 직무보조자에 대한 전문화되고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서 한층 고품질의 서비스를 화주에게 제공하고 전문화되고 특화된 우수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관세사는 통관서비스에 있어서도 차별화된 고품질 서비스를 추구해야 한다며 단순한 통관서비스뿐만 아니라 화주의 무역계약 체결에서부터 컨설팅서비스(FTA컨설팅 업무 포함)를 실시할 수 있는 전문성과 대형성을 갖추어야 화주로부터 신뢰받는 관세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관세사는 AEO 공인 이후 수출입화물의 안전망 확보를 위해 업무프로세스를 업체에 대한 정보제공과 교육실시, 위험관리를 통한 법규준수도 관리, 거래업체와의 관계유지 등 사후관리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관세사의 입장에서는 화주에게 수출입신고를 정확히 해 주는 게 가장 큰 의미이지만 화주와의 관계개선을 위한 거래업체 관리, 교육자료 제공, 관세행정 정보제공 등을 철저히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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