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오피니언 > 칼럼

[홍재화의 무역이야기]

미중 무역전쟁의 명분은 WTO 규범 준수

  • 보도 : 2019.10.30 11:04
  • 수정 : 2019.10.30 11:04

어느 갈등이든지 실리와 명분이 있다. 실제로는 이익을 취하기 위함이지만 야비하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하여 '명분'을 겉으로 드러낸다. 미중 무역전쟁의 명분은 무엇일까? 'WTO의 규범을 누가 더 지켰는가?'이다. WTO가 추구하는 바는 공정한 자유무역이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미국과 중국 양국이 모두 인정한 규범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중 무역전쟁에서 명분은 바로 WTO의 규범을 누가 더 잘 지켰는지에 달려있다.

WTO의 탄생과 역할
미중 무역전쟁을 보다보면 늘 나오는 말이 WTO(세계무역기구, World Trade Organization)이다. WTO는 1995년 1월 창설되었으나, 실제 그 연혁은 1948년 체결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GATT, General Agreement on Tariff and Trade)의 연속된 국제 무역 규범의 실행기구이다. 

WTO는 세계무역기구로 국가 간의 자유로운 무역을 위하여 전 세계 164여개국이 합의하여 만든 기구이다. 간단히 말하면 WTO는 거의 전 세계적인 수준에서 국가들 간의 무역규범을 다루는 곳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기능도 가지고 있다. WTO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WTO는 무역자유화를 위한 기구이며, 각국 정부가 무역과 관련된 협정들을 협상하는 장이기도 하다. 또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기구이기도 하고 무역과 관련된 규범 체계를 이행하는 기구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WTO가 전 세계 모든 문제를 해결 - 또는 야기 - 할 수 있다고 하기도 하는데 WTO는 슈퍼맨이 아니다!)

원칙적으로 WTO는 회원국 정부들이 다른 회원국들과의 통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는 곳이다. 그러므로 첫 단계는 대화다. WTO는 협상으로 탄생했으며 WTO가 하는 모든 것은 협상의 결과이다. 현재 WTO 업무의 상당부분이 1986~94년간 우루과이라운드(Uruguay Round)라는 협상과 그 이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하에서 이루어진 일련의 협상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WTO는 지금도 2001년부터 시작된 “도하개발아젠다(Doha Development Agenda)”라는 새로운 협상을 주관하고 있다. 협상은 회원국들이 직면한 무역장벽을 낮추어 무역자유화를 이루도록 도와주었다. 하지만 WTO는 단순히 무역자유화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WTO 규범들이 무역장벽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나 질병을 예방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그런 경우이다.

중국의 WTO 가입이 의미하는 것
중국의 WTO과정은 다른 자유자본주의 국가와는 달리 순탄치 않았다. 공산중화국가인 중국이 자유-자본주의를 기본 바탕 이념으로 하는 WTO에 가입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등소평 주석이 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한 이후 IMF, World Bank, ADB 등의 국제경제기구에 잇달아 가입했으며 1986년에는 WTO의 모태인 GATT에 가입 신청을 하였다.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포함한 내부 이슈와 함께 가장 중요하게는 미-중 양자관계의 굴곡 속에서 1995년 1월 WTO체제가 출범할 때에도 중국은 참여하지 못하였다. 미국이 정치적(인권, 대만 문제 등), 경제적(지적재산권 보호, 미국의 對中 무역적자 등) 이유로 가입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1999년 11월 15일 미-중 양국간 협상이 타결되었고 2000년 5월에는 EU와의 양자협상이 완료되었으며 2000년 5월 24일과 2000년 9월 19일에 각각 미국 하원과 상원이 "항구적 정상무역관계" (PNTR)를 중국에게 부여하기로 결정하였다. 그 후에도 약 1년 가까이 미-중의 현안으로 남아있던 농업보조금 문제와 보험시장 개방문제가 2001년 6월 9일에 완전히 타결되었다.

이후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릴 제4차 WTO 각료회의에서 중국의 WTO 가입 의정서를 채택하였다.  이 때 중국은 WTO 가입을 위한 여러 가지 조건의 이행을 약속하고, WTO의 기본 원칙을 준수하기로 약속하였다. 그리고 이 원칙의 준수 약속은 이후 현재까지 미중 무역전쟁의 명분싸움의 주된 의제가 되기도 한다.

WTO의 기본 원칙
WTO 협정은 다양한 분야들을 포괄하는 법적인 문서들의 집합이기 때문에 길고 복잡하다.
협정이 다루는 분야는 농업, 섬유, 금융, 통신, 정부조달, 산업표준 및 생산물 안전, 식품의 위생 규정, 지적재산권 등이다. 하지만 단순하고 기본적인 원칙들이 이 모든 법적 문서들 속
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 이 원칙들이 다자무역체제의 기초인 것이다.

가. 차별 없는 무역 원칙
1) 최혜국(MFN : Most-favoured-nation) : 다른 사람들을 서로 공정하게 대우하기
WTO 협정하에서는 어떤 국가가 무역상대국들 간에 차별을 둘 수 없다. 누구에게 특별한 대
우를 해주면(예를 들어 그 상품에 대해 관세를 낮춰주는 조치) 다른 모든 WTO 회원국들에
게도 동일한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이 원칙은 최혜국대우(MFN : most-favoured-nation)로 알려져 있다.

2) 내국민대우 : 외국인과 내국인을 동등하게 대우하기
수입상품과 국내상품은 최소한 외국상품이 국내 시장에 진입한 후 동등하게 취급되어야 한다. 서비스, 상표, 저작권 및 특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국민대우는 외국의 상품, 서비스 또는 지적재산권 보호 대상이 국내시장에 진입한 이후에 적용된다. 그러므로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국내상품에 동등한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국민대우를 위반하는 것이 아니다.

나. 보다 자유로운 무역: 점진적으로, 협상을 통해
무역장벽을 낮추는 것은 무역을 장려하는 가장 명백한 수단 중 하나이다. 그러한 무역장벽
에는 관세나 수량을 선택적으로 제한하는 쿼타 또는 수입금지와 같은 조치들이 포함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의 행정규제나 환율정책이 논의되기도 한다. 시장개방 원칙이 회원국의 이익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구조 조정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WTO 협정은 회원국들이 “점진적 자유화”를 통해 점차적으로 변화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개도국들에게는 보다 긴 의무이행기간이 주어진다. 참고로 중국에게는 2001년부터 2016년까지 15년의 시간이 주어졌다.

다. 예측가능성 : 양허와 투명성을 통해
경우에 따라 무역장벽을 높이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도 무역장벽을 낮추는 것 만큼이나 중
요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런 약속이 기업으로 하여금 미래의 기회에 대해 보다 명확한 전망
을 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안정성과 예측가능성 덕분에 투자가 장려되고, 일자리가 창출되
며,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의 확대와 보다 낮은 가격이라는 경쟁의 이익을 충분히 향유할 수
있게 된다.

다자무역체제는 기업환경을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노력의 산물인 것이다. WTO 체제는 다른 방법을 통해서도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가지 방법은 쿼타나 수입량에 제한을 두기 위해 활용하는 여타 조치들(쿼타 운용이 더 불공정한 관행이나 불필요한 행정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의 사용을 자제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각국의 무역정책이 가능한 한 최대로 명확하게 공개(“투명하게”)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많은 WTO 협정들이 각국 정부로 하여금 정책과 관행을 해당 국가 내에서 공개하거나 WTO에 통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무역정책검토제도(TPRM: Trade Policy ReviewMechanism)를 통한 회원국의 무역정책에 대한 정기적 검토는 국내적으로나 다자적으로 투명성을 적극 권장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이다.

라. 공정한 경쟁의 증진
WTO는 흔히 “자유무역”기구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용어가 전적으로 정확한 것은 아니다. WTO 체제 자체는 관세뿐만이 아니라, 일부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다른 보호형태도 허용한다. 따라서 WTO 체제를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자유롭고, 공정하며 왜곡되지 않은 경쟁을 추구하는 규범체제의 집합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최혜국대우(MFN) 및 내국민대우라는 비차별 원칙에 대한 규범은 공정한 무역의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져 있다. 덤핑(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수출하는 것)과 보조금에 대한 규범들도 그렇다. 이러한 이슈들은 복잡하다. 그리고 그 규범들은 무엇이 공정하고 무엇이 공정하지 않은지 또 불공정한 무역에 의해 발생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추가적인 관세를 부과하는 등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려고 하고 있다.

중국의 WTO원칙 준수 여부가 무역전쟁 명분
2001년 중국이 WTO 가입한 이래로 미국과 중국은 원칙 준수 여부를 둘러싼 첨예한 싸움을 계속해왔다. 미국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의 이점은 누리면서 원칙은 여전히 준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18 중국의 WTO 규정 이행에 관한 연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경제와 무역 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USTR는 중국이 여전히 정부가 시장에 깊이 개입하는 정부 주도적, 중상주의적 무역 관행을 유지하고 있으며 WTO 정책에 준하는 개방경제, 시장경제로 이행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이 자국의 무역 관행과 경제 시스템의 변화를 도모하는 새로운 WTO 규정을 적용하는 데 동의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마디로 미국은 중국의 원칙 준수에 대한 기대를 포기했다는 의미이다.

반면에 중국은 자국의 형편에 따라 가입 국가의 형편에 따라 WTO의 원칙의 일부를 유예시켜주는 약정서에 따라 자국의 경제 구조를 바꾸려고 노력했다는 반박을 하였다.  중국정부는 중국이 WTO 가입 15년이 경과하면 시장경제 지위, 즉 자유 자본주의 원칙을 잘 지키고 있음을 인정하는 지위를 자동으로 획득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중국의 주요 교역상대국인 미국 및 유럽 국가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중국은 미국과 유럽을 가입의정서 의무 위반으로 WTO에 공식 제소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WTO위원들이 중국의 시장경제 국가로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스스로 제소를 철회하였다. 결국 중국은 여전히 비시장 경제 국가로서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 WTO원칙을 지키지 않았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되었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

홍재화 필맥스 대표

[약력] 중앙대학교 무역학과 졸업, 전 KOTRA 파나마무역관, 홍보부 근무
[저서] 무역&오퍼상 무작정 따라하기, 수출 더 이상 어렵지 않아요, 어제를 바꿀 순 없어도 내일은 바꿀 순 있다, 해외무역 첫 걸음 당신도 수출 쉽게 할 수 있다 등 다수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drimtru

관련기사

  • 출생 :
  • 소속 :
  • 학력 :
  • DID :

상세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