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오피니언 > 칼럼

[홍재화의 무역이야기]

한·중·일 무역전쟁은 자해행위

  • 보도 : 2019.10.23 10:06
  • 수정 : 2019.10.23 11:48

현재 동북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역전쟁은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화폐-무역전쟁과 정치-무역 전쟁이다.

rmfla

화폐-무역전쟁의 중심에선 달러
근세이전까지는 대부분의 나라는 금본위와 은본위제를 섞어서 화폐제도를 운영하였다. 비록 나라에서 발행한 화폐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무역을 하였지만, 금이나 은이라는 실물 자산의 담보를 통해서 거래하였다. 이런 실물 본위 화폐 제도 하에서는 국가 간의 무역이 발생해도 지속적인 적자나 흑자를 볼 수 있지 않고, 길지 않은 시간 내 균형을 찾게 된다.

예를 들면 아편전쟁만하더라도 영국이 중국에 대하여 무역적자가 계속되자 영국이 보유한 본원 화폐인 '은'이 빠져나가게 되고, 결국 영국은 자국내 '은'이 부족하여 더 이상 타국과의 무역이 어려운 지경에 떨어진다.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영국은 중국에 또 다른 실물인 '아편'을 수출함으로써 '은'을 되찾고자 하였다. 이러한 실물본위 경제는 1971년 닉슨 미국 대통령이 브레턴우즈체제의 붕괴를 선언하는 '금태환 정지 선언'을 함으로써 태초이래 인간 경제의 근간이 되었던 실물체제는 마감했다.

그 이후 세계 경제는 아무런 보증이 없는 종이에 쓰인 '100달러'를 100달러라고 생각하며 거래하고, 가치를 저장하고 측정하였다. 어느 나라든지 자국의 '금'이나 '은'의 보유 상태와 무관하게 무한정 다른 나라로부터 실물을 사고 팔 수 있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미국이 발행하는 '달러'는 모든 나라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유일한 화폐가 되었다. 한국, 일본, 중국과 같은 다른 나라의 화폐는 믿기가 어려웠지만, 그래도 달러는 언제든지 미국 정부가 보증하여 교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은 가장 큰 생산 국가이자 소비 국가이다. 모든 나라는 미국에 수출하기 위하여 애를 썼다. 미국도 '금'본위의 제한에서 풀려 자국이, 세계가 필요로 하는 만큼 화폐를 발행해서 다른 나라의 물건을 샀다. 다른 나라는 가능한 한 많이 미국에 수출해서 달러를 벌어들이고자 했다. 금본위제의 해체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에 축복이 되었다. 달러를 벌어야만 세계는 먹고살고 발전할 종자돈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서로 미국의 기업과, 그리고 다른 나라의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 결국 할 수 있는 방법은 가격을 싸게 하는 것인데, 이는 환율을 자기 나라의 화폐가치를 떨어뜨려서 수출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또한 미국제품보다 가격을 낮추어야 했다.

결국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는 미국의 화폐인 달러에 비하여 자국 화폐의 가치를 낮춘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국제 경쟁력을 잃게 되고 지속적인 무역적자를 보게 된다. 미국이 무역적자를 본 것이 제조업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하는 데, 이는 가만히 보면 미국의 기술력이 낮추어진 게 아니라 가격 경쟁력을 잃은 탓도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한 첫 번째 시도가 플라자 합의였다. 1985년 플라자 합의에서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내리고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 가치를 높이는 정책을 채택했었다. 미중간의 무역전쟁도 화폐전쟁의 성격이 짙다. 중국이 시장개방하고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수출로 중국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었다. 1992년부터 1994년 사이에 중국 정부는 위안 대 달러환율을 5위안/달러에서 9위안/달러까지 변동시켰다. 현재도 중국은 시장변동 환율이 아닌 정부의 영향력이 매우 큰 상태에서 환율이 움직이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의 무역적자는 수십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오랫동안 막대한 무역적자를 볼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전 세계 기축통화국으로서 세계가 감당할 수 있는 한 무한정 달러를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미국도 그리 큰 손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한 국가와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을 때 미국은 환율과 금리라는 전형적인 화폐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치-무역전쟁의 폐해
무역이 국제정치와 따로 놀았던 적은 없다. 조선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무역은 다 국가에서 관리했다. 그렇지 않고 개인적으로 몰래했다가는 국가의 처벌을 받았다. 그리고 국가가 관리하는 무역은 순전히 그 나라와의 관계에 의해 커지거나 작아졌다. 정치 지도자의 입장에서 보면 국제간의 무역은 권력구조나 국내 경제제도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통치 수단의 하나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국제 정치관계로 인하여 무역이 영향을 받는 일이 늘어났다. 정치는 매우 변덕스럽고 비이성적일 때가 많다. 감정의 영향을 받는다. 기분 좋으면 사고, 나쁘면 사지 않는다. 비록 바다멀리 떨어져 있다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일제 물건이 좋다하더라도 기분이 상하면 사지 않는다. 동북아 국가 간에 벌어지는 무역전쟁은 국가 이익보다는 자존심을 앞세우는 전쟁이다. 이익은 별 문제되지 않는다.

정치적인 이유로 무역전쟁을 발생하는 경우는 대체로 중국과 연결된 나라들이다. 센카쿠열도 갈등으로 인한 중-일 무역전쟁은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금지, 중국 정부의 대일 관광 통제가 있었다. 중국은 일본에 대하여 선제적인 무역전쟁을 벌였지만, 결국 센카쿠열도 문제를 해결하지도 물질적인 이익도 얻지 못했다. 다만, 일본과 중국 사이에 영토 분쟁이 심화되었음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을 뿐이다. 심지어는 일본이 희토류 대체사업을 벌여서 대중 희토류 의존도를 현격하게 낮추는 계기가 되어 중국으로서는 오히려 경제적 손해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사드경제보복으로 시작된 한중 무역 분쟁도 정치 갈등이 무역전쟁으로 확전된 사례이다. 중국의 사드보복 이전까지는 한국과 중국은 별 문제없었다. 너무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중국은 북한 편을 들자, 남한은 자구책으로 사드를 갑자기 들여올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남한의 안보를 위하여 단 한 번도 도와준 적은 물론이고, 늘 방해요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반하장 격으로 오히려 사드보복을 해왔다.

그 보복 수단은 정치적으로 외교를 단절하거나, 군사위협을 가한다거나, 외교관을 불러 항의하는 공식적인 수단이 아니었다. 한국의 가수와 배우들이 출연한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또는 영화로 중국에 진출하는 것을 하루아침에 막아버렸던 '한한령', 일본과 정치문제로 중국인의 일본 관광을 억제하자 물밀 듯이 한국으로 들어오던 중국인 관광객을 일언반구도 없이 금지해버린 일이 대표적인 보복이다. 롯데의 매장들을 합법을 가장한 각종 막무가내식 규제로 문 닫게 하고 이제는 매각조차도 방해하는 대 롯데 그룹에 대한 보복, 삼성SDI와 LG화학 현지 공장의 자동차용 배터리에 대한 차별적 조치 그리고 화장품등 소비재위주 제품의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 쌓기 등 어느 하나 한중FTA를 어기지 않은 조치가 아닌 것이 없다.

정치가 막히자 무역도 막았다. 한일무역분쟁 역시 양국이 실질적인 이익이 있었다는 징후는 없다. 다만, 정치적 보복으로 인한 자국민에 대한 정치적 쇼맨십을 고양하고 양국민 간의 갈등을 높였을 뿐이다.

동아시아의 국제 정치가 복잡해져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한중일 3국의 경제구조도 닮아가며 경쟁도 하고 협력도 해야 하는 관계로 진행되고 있다. 정치는 국가의 생존과 부를 위한 일이고, 무역은 개별 기업과 국민이 잘 살기 위한 노력의 총합이다. 어떻게 보면 국제 정치와 국제 무역은 같은 길을 가고 있어야 하지만, 충돌하는 때가 많다. 정치인의 세상관점과 무역인의 세상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 동북아 남-북-중-일 간의 관계는 감정에 휩싸인 자해적인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해결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국제 관계를 무역인의 입장에서 보는 외교관이나 정치인이 나와야 할 때이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

홍재화 필맥스 대표

[약력] 중앙대학교 무역학과 졸업, 전 KOTRA 파나마무역관, 홍보부 근무
[저서] 무역&오퍼상 무작정 따라하기, 수출 더 이상 어렵지 않아요, 어제를 바꿀 순 없어도 내일은 바꿀 순 있다, 해외무역 첫 걸음 당신도 수출 쉽게 할 수 있다 등 다수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drimtru

관련기사

  • 출생 :
  • 소속 :
  • 학력 :
  • DID :

상세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