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조세 > 내국세

[세제개편안 분석]

'상속세 지옥' 원흉 할증평가 손질했지만... '본질'은 외면했다

  • 보도 : 2019.07.31 08:24
  • 수정 : 2019.08.16 07:54

국내 기업 최대주주들의 상속·증여세 부담을 덜어주는 '친(親)기업' 관점의 세제개편이 이루어졌지만 그 폭이 실망스러운 수준에 그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분위기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드는 주범인 '최대주주 할증 과세제(10~30%)'가 중소기업에겐 앞으로 적용되지 않고 일반 기업에 대해서만 할증율이 소폭 조정,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상 일반 기업에 대한 세율 변화가 크게 없어,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이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 적지 않은 나라가 상속세를 폐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상속세제를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손질할 것인지를 언급조차 안한 부분은 세계적인 기류 등에 역행한다는 비난을 받기 충분하다.

최대주주 할증 개선, 재계는 체감 부족

할증

할증제도는 최대주주의 주식가치를 공정하게 평가하고자 지난 1993년 도입된 제도다.

최대주주 보유주식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어 일반주식보다 비싸게 팔린다는 이유로, 일반 기업은 20~30%, 중소기업은 10~15%의 할증률이 붙는다. 대기업의 상증세 최고 세율이 65%까지 치솟는 이유다. 

재계에선 세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현재 주식 상속에 할증과세를 적용하고 있는 국가는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점도 재계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 정부의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은 할증률 하향조정, 지분율에 따른 차등 폐지, 중소기업에 대한 영구적 할증 폐지가 골자.

최대 주주 지분율과 관계없이 할증률을 20%로 통일하고, 중소기업은 할증은 아예 없앴다. 이 조치로 일반 기업 상증세 최고세율은 60%(현 65%), 중소기업은 50%(현 57.5%)로 줄어든다.

실질 프리이엄 가치를 반영하지 않고 할증률을 일률적으로 정한 부분을 손질했다는 점에서 과세형평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소기업의 경영 리스크도 줄일 수 있어, 기업승계에 대해 어느 정도 도움을 준 조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제주체들이 효과를 체감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라는 인식이 짙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50% 이상인 대기업이 거의 없어, 사실상 대기업에 대한 세율은 제자리이기 때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5일 논평을 통해 "상속세 세율 인하 및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법인세율 인하 같은 적극적인 세제개편을 통해 민간 실물경제가 활성화 되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상속세 과세체계 제대로 뜯어 고쳐야 할 때

기재부

◆…정부·여당의 가업상속지원세제 개편안 발표가 있던 지난 6월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최대주주 할증과세제 관련해 "현재 용역을 발주해 검토하고 있지만 (제도 개편은)쉽지 않은 문제같다"고 말했다. (사진 기획재정부)

주식평가의 적정성은 아직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상속하는 시점에 주식 가치가 오를지 내릴지 판단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할증률을 일부 기업에만 부담을 지운 부분은 과세형평에 맞지 않아서다.

부동산을 상속한다면 그 가치에는 할증이 붙지 않고 있어, 상속재산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을 산정하는데 차별도 둔 셈이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상장기업의 경우 최대주주 지분율이 50%를 초과한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이번 개선안은 주식할증평가를 대폭 완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수혜자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에선 할증과세 폐지를 비롯해 상속세 과표 구간 축소, 세율인하 등을 담은 개정안을 다수 발의되고 있다. 과도한 상속세가 기업의 경영 의지를 꺾는다는 것이 주된 목소리다. 이에 상속세율 자체를 낮추는 근본적인 처방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실 과도한 세율 자체도 문제지만, 더 시급히 고쳐야 할 부분은 과세체계다.

현재 우리나라 상속세는 '유산세 체계'를 택하고 있다. 피상속인의 상속재산 전체에 상속세율을 곱해 총액을 계산한 이후 상속인이 각자 받은 상속재산 비율에 따라 나눠 납부하는 구조다. 이러한 과세체계는 상속인 각자의 담세력(조세부담 능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재계에서도 기업승계 관련 상속세제를, 자산을 양도할 때 한 번에 자본이득으로 과세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실체는 변하지 않고 단지 피상속인의 재산이 상속인에게 무상으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실현이득'에 과세가 되기에, 기업승계 과정에서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이중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산취득세 방식은 응능부담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이라며 "상속세를 부과하는 대부분의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방법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서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기사

  • 출생 :
  • 소속 :
  • 학력 :
  • DID :

상세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