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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직장인 '조세저항' 불씨 던진 홍남기의 입

  • 보도 : 2019.03.08 08:08
  • 수정 : 2019.03.08 08:08

홍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코엑스 콘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 참석, 치사를 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치사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등 각종 비과세·감면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기획재정부)

지난 4일 '납세자의 날 행사(제53회)'에서 나온 홍남기 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 발언은 직장인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태세다.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힌 부분이었는데, 그 예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1000만명 가까운 근로자가 이 알토란 같은 공제혜택을 받고 있는 만큼, 일부 시민단체에선 '소득공제 축소 반대 서명운동'까지 들어간 상태다.

그간 납세자의 날 행사에 참석했던 전임 부총리들도 조세정책 방향으로 비과세·감면 축소를 늘 꺼내왔다. 굳이 비교하자면 홍 부총리의 경우엔 특정 공제항목을 '콕' 집어 말한 차이였다. 이를 두고 기재부 한 관계자는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만을 말하기는 막연해, 올해 일몰되는 특례 가운데서 대표 격을 예시로 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의도를 했든 그렇지 않든, 유리지갑이라 불리는 봉급생활자만 터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신용카드

"정책목적 소진, 더 이상 효과 없다"

홍 부총 발언이 가진 의미를 떠나, 사실 이 공제제도는 이미 존재 이유가 불분명해진 상황이라는 것이 많은 조세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신용카드 등(체크카드·현금) 사용액 중 총급여액의 25%를 초과하는 금액을 일정 한도(최대 600만원)에서 과세대상 소득에서 빼주는 제도다. 애초 이 제도는 근로자의 세제혜택 보다는 자영업자의 세원양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세금혜택으로 근로자의 신용카드사용을 우회적으로 독려하고, 자연스럽게 자영업자들의 신용카드 가맹을 유도해 세원을 파악할 목적으로 설계 및 도입된 제도였다는 것이다.

1999년 도입할 당시, 3년 한시 운영되는 '일몰제'였다. 그러나 2002년 일몰 기한이 다가오자 3년 더 연장됐고, 지난해까지 일몰이 찾아온 8차례 모두 제도가 연장됐다. 

'존치냐 폐지냐' 기로에 서있을 때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의 소득파악률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제도 폐지를 주장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은 88%였다. 추가적으로 과표를 양성화할 여력이 크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제도의 조세지출 규모는 2015년 1조5700억원에서 2016년 1조8400억원, 2017년 1조8500억원, 지난해 2조400억원(전망치) 매년 증가세다. 올해는 2조17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애초 제도 도입의 정책목적만 고려하면 이미 수명이 다한 셈이다.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9년도 조세지출 예산서분석' 보고서를 통해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제도는 과표 양성화 효과의 둔화, 전통시장 활성화 등 부가적 목적의 효과성 미미, 조세지출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세

◆…사진은 국회에 제출된 세법개정안(정부, 의원입법안)을 심의하는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회의장.

막상 없애려 해도 쉽지 않을 듯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올해 말 일몰이 도래한다.

일몰이 도래하고 한 해 조세지출액이 300억원을 넘는 제도는 조세재정연구원의 심층평가를 거쳐, 그 평가결과를 정부가 그해 세법개정안에 담는다. 올해는 이 과정이 생략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심층평가를 받은 지 2~3년 지나지 않은 제도의 경우 효과성 검증을 또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통상 1~3월까지 전년 세법개정안 후속조치(시행령, 시행규칙)가 이루어진 이후 그해 세법개정안 작업을 진행하는 기재부 세제실의 스케줄을 감안할 때, 4월부터 공제제도를 어떻게 처리할 지 여부에 대한 검토가 들어갈 전망이다.

지난해 조세연이 국회에 제출한 조세특례 심층평가 보고서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는 있다.

조세연은 전통시장·대중교통 이용분에 대한 추가공제 폐지, 고소득층 공제한도 축소, 세액공제 전환 등의 개편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평가결과가 무조건 세법개정안에 반영된다고 볼 수 없지만, 정부가 큰 방향성을 무시한 채 진행하기는 어렵다.

다만 정부로서 제도 폐지가 곧 '증세(增稅)'를 뜻하기 때문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폐지할 경우 1000만 근로자의 조세저항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공제대상 근로소득자 수는 약 968만명이었다.

결과가 어찌되든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어떤 형태로든 내용을 담아내야 한다. 지난해 국회는 신용카드 공제 일몰 기한을 1년 더 연장하며 '소득공제의 필요성과 효과성 등을 반영한 입법을 추진하라'는 부대의견으로 달았다.

공제를 폐지하는 안이 제출되더라도 '수장'될 가능성이 많다.

지난해 이 공제의 존폐 여부를 결정하는 국회 심의과정에서도 '정책 목표가 달성됐으니 일몰해야 한다', '근로소득자에 대한 보편적 공제제도로 정착됐다'는 상반된 입장이 부딪혔지만 결국엔 살려두는 쪽으로 결론났다.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공제 폐지를 밀어붙이기엔 정치적 부담도 크기에, 큰 논란 없이 존치되는 것이 예정된 수순이라는 얘기까지 나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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