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급(사무관) 이상의 세무공무원직에서 퇴직하고 세무사 개업을 했다면, 2년 간 조세불복·조사 대리 업무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전·현직 공무원 간 비위 행위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의견에도 불구,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위헌 우려가 있어서다.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이하 조세소위)에 따르면 이날 조세소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 같은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김성식 의원안)'을 재논의 안건으로 분류시켰다.
개정안은 이른바 국세청 등에 근무하다 개업한 '공직퇴임세무사'를 대상으로 퇴직한 날부터 2년 간 세무대리 업무 중 심판청구대리, 조사대리 업무 수임을 제한하는 게 주요 골자다. 여기에 세무사(사무직원 포함)가 수임을 위해서 세무공무원과의 연고 관계를 선전하지 못한다.
공직퇴임세무사를 규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공직을 퇴직하고 세무사를 개업한 이들이 현직 공무원과의 유착 등 비위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서다. 납세자의 탈세를 조력하거나 세무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적발된 세무사는 매년 끊임없이 적발, 감독기관인 기획재정부로부터 징계를 받고 있다.
기재위 전문위원실은 최근 세법개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사건 수임제한, 세무공무원과의 연고 관계 선전 금지 의무 규정의 도입을 긍정적으로 고려해 전·현직 공무원 간 유착 관련 비위 행위가 사전에 보다 실질적으로 억지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논란이 없는 건 아니다. 퇴직 전 근무지 관련 사건을 1년 간 수임하지 못하는 '공직퇴임변호사'와 비교했을 때 모든 청구대리, 조사대리 업무의 수임을 2년간 제한하는 개정안의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세법심의 과정에서도 권순박 국세청 개인납세국장은 "취지는 이해하지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타 직역 간의 형평성 문제가 있고, 세무공무원들의 사기 저하로 이어져 능력 있는 직원들이 조기 퇴직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조세심판원 등 공무원 출신 세무사는 적용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기재부 측도 '업역 간 유심히 봐야할 부분이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조세소위 위원들 사이에서 "변호사법보다 엄격하게 해놓은 개정안"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나오면서, 개정안의 규제 수위가 대폭 낮춰(변호사법과 동일하게)지든지 이해관계 대립으로 논의 자체가 장기간 공전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