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무사 A는 납세자의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때 가공경비를 반영하면서 성실신고를 허위로 확인했다. 수 억원에 달하는 세금 탈루를 도운 조력자 역할을 한 것이다. 세무사법에서 규정한 성실의무를 위반한 케이스.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A씨의 부정행위가 드러나면서 업계에서 퇴출을 의미하는 직무정지 징계를 받았다.
세무사 B의 죄질은 더 나빴다. 납세자의 세금(돈)을 횡령한 것. 납세자가 부동산 양도에 따른 이익에 대한 세금 신고를 맡겼는데,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고 도망가는 이른바 '먹튀'를 하다가 적발됐다. 세무사 C씨의 경우엔 세무사 자격이 없는 자에게 세무사 명의를 빌려준 사실이 과세당국에 걸리면서 일정 기간 동안 세무사 자격을 발탁 당했다.
납세자의 세금신고 내용을 부실하게 검증하거나 명의를 대여해주는 등의 각종 탈법 행위를 저지르는 세무사, 회계사 등 세무대리인들이 끊임없이 적발되고 있다.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행위가 계속해서 발각되는 점을 감안할 때 처벌 수위를 높여 경각심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18일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국정감사 요구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세무사법에서 규정한 성실의무, 탈세상담·명의대여 금지 등의 조항을 어겨 징계를 받은 세무대리인의 수는 36명이었다.
세무대리인의 징계 구조는 이렇다.
일선 세무서나 지방국세청에서 세무대리인의 탈법행위를 포착했을 때, 이를 입증할 증빙서류 등을 첨부한 '징계요건 조사보고서'를 본청에 보낸다. 이후 본청은 보고서 검증을 거쳐 기획재정부 세무사징계위원회에 징계 요청을 한다.
세무사징계위는 탈루세액 규모, 고의성 등으로 징계 양형(처벌의 정도) 기준을 결정한다.
징계를 받은 세무대리인 수는 2013년 37명에서 2014년 51명, 2015년 121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15년에 징계 숫자가 대폭 늘어난 데는 성실신고확인제도 시행에 따른 국세청의 감시 기능이 강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후 2016년 91명에서 지난해는 57명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세무대리인들이 탈법을 일삼고 있다.
최근 5년(2014~2018년)을 보면 징계 사유로 납세자의 탈세를 조력했을 때 적용되는 '성실의무' 위반이 307건으로 가장 많았다. 영리·겸직 금지 조항을 어긴 경우가 20건으로 뒤를 이었다. 현재 세무사는 학교·학원 등 교육 분야에 출강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데, 이 규정을 위반한 사례다.
'사무직원 관리소홀'로 징계 받은 건수는 16건이었다.
사무직원 관리 소홀은 대부분 사무직원이 국세공무원에게 향응을 제공하다 적발된 케이스다.
일각에선 세무사법을 위반한 세무사를 일벌백계 하는 부분에 더해 세무대리 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세무사회도 세무사들의 탈법 행위를 줄이기 위한 자정노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