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자영업자 등 1000원 벌어 430원 숨겨
100% 소득노출되는 근로자들 상대적 박탈감 커
"현금영수증 발급 기준 낮추는 등 방안 필요"
#. 법인에 소속되어 변호사로 일하는 A씨는 억대 연봉을 받는 고소득 근로자다. 지난해 세법개정으로 고소득자 소득세율이 오르면서 그는 올해에 종전보다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늘어난 세금도 세금이지만 "왜 우리만…"이라는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고 말한다. 봉급생활자들에 비해 변호사, 의사, 임대업자 등 고소득 자영업자 소득이 투명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매년 고소득 전문직·자영업자의 탈세에 대응하겠다는 국세행정 방향을 밝히고 있는데도 불구,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숨긴 소득의 비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을 면밀하게 파악해야 할 대상인 고소득층이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이들의 탈세를 막기 위해선 현금영수증 발급의무 기관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등의 지하경제양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표한 '2018 국정감사 정책자료' 보고서에 따르면 고소득 전문직·고소득 자영업자 등 고소득층의 소득 탈루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고소득층에는 도소매업자를 비롯해 의료업자(의사), 전문직 서비스업자(변호사, 변리사 등), 현금수입업자 등이 포함된다.
고소득 전문직·자영업자의 소득적출률은 2005년 56.9%에서 2009년 31.2%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2016년에는 43.0%까지 올랐다. 2016년 현재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신고한 소득은 1조2901억원이었으나, 세무조사 결과 새롭게 드러난 소득은 9725억원에 달했다.
소득적출률은 실제소득 중 신고하지 않고 누락된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탈세를 많이 한다는 의미다.
이들이 숨긴 소득의 비율은 2014년 43.1%, 2015년 43.0%에 이어 2016년에도 43.0%를 기록하는 등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한 해 동안 본인의 소득의 43%를 신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100% 소득이 노출되는 일반 봉급생활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고소득 전문직·자영업자 등 고소득층의 소득규모가 일반 근로소득자의 소득 규모에 비해 매우 높은데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적은 세금을 납부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근로자들이 과세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소득자로 분류되는 근로자의 경우엔 지난해 소득세 과세표준 3~5억원 구간 신설(세율 40%)·최고세율 인상(5억원 초과, 42%)으로 세부담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강력한 조세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고소득 전문직·자영업자에 대한 국세청의 관리대상자 수를 늘려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고서는 "고소득 자영업자와 전문직의 탈세를 막기 위해 정부는 현금영수증 발급의무 기관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현금영수증 발급 기준을 현 10만원에서 낮추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과태료를 현 거래대금의 50%에서 높이는 제재 수단의 강화도 요구됐다.
보고서는 또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곳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포상금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포상금 지급을 중장기적으로 확대·시행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