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만난 분은 그동안 10년 가까이 공부한 공기업 팀장이다.
정확히 말하면 대학 때 회계사 공부까지 합치면 20년이 넘은 배테랑 수험생이다. 물론 회사 다니면서 하는 투잡족이다.
불굴의 의지다. 그 어렵다는 공기업에 들어가서 매일 야근하면서 승진도 하고 세무사시험도 준비하고 있으니 말이다.
왜 그렇게 시험을 계속 준비하시느냐고 물었다.
"당당하게 살고 싶어서 시작했고 이제 끝을 봐야지요."
나와는 일년에 두세번 만난다. 내 일정상 먼저 연락하긴 어렵기에 꼭 필요할 때 먼저 연락을 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몇 년 전 상담 끝에 왜 이렇게 장수생이었는지 파악이 됐다.
공부를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이다. 하나하나 배우는 걸 좋아하고 어느 날 깨닫게 되면 신나하는 전형적인 학자 스타일이다.
진단이 나오자마자 처방을 했다.
1. 10가지 정도 시험에 자주 나오는 질문을 했고 그는 단 한개도 못 맞췄다.
2. 본인이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에 대해 나에게 질문을 하라고 하니 대답을 못한다.
3. 이 과정을 통해 자기가 얼마나 자기방식에 갇힌 공부를 하고 있는지 깨닫게 했다.
자기방식을 가지는 것은 좋다. 자기만의 노하우를 쌓는 것도. 그런데 몇 년이 지나도 합격을 못한다면 과감히 바꿔봐야한다.
나처럼 혼자 공부했던 사람은 스터디를 해보고 스터디만 했던 사람은 혼자공부도 해봐야한다.
알에서 새끼가 나오기 위해 새끼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을 걷어찬다. 왜냐하면 계속 그 속에 있으면 썩어 죽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수험생으로 있다 보면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내 경우에도 워낙 고집불통이라서 3년이 걸렸기에 그 심정을 잘 알고 있다.
우선 자신이 간절해야한다. 간절하지 않으면 어떤 전략도 필요 없다. 백약이 무효다. 간절한 사람은 수준이 다르다. 부정적인 변명을 만들어 내기에 앞서 되는 것을 찾는다.
그들은 하루 두 시간 밖에 공부할 수 없는 여건이라도 어떻게 하면 합격할 수 있는지를 기를 쓰고 찾는다. 학원이나 합격한 선배를 만나 상담을 받기도 한다.
알속을 새끼가 깨고 나올 때 어떤 경우에는 힘에 붙여서 죽기도 하지만 새끼는 기를 쓰고 격렬하게 몸부림친다.
결국 그 몸부림으로 알은 금이 가고 깨진다. 그리고 새끼는 세상 밖으로 당당히 나오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