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오피니언 > 칼럼

[김준동 변호사의 상속법 Q&A]

병상에서 고개만 끄덕인 유언도 효력이 있을까?

  • 보도 : 2018.04.16 09:00
  • 수정 : 2018.04.16 09:00

[Q] 견실한 중견업체를 운영하던 박장인은 그 동안 바쁘게 사느라 미뤄왔던 가족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우선 부인과 아들, 딸이 먼저 출발하기로 하고 박장인과 박장인의 사위인 김사위는 급한 일을 처리하고 다음날 출발하여 합류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먼저 출발한 가족들이 타고 있던 비행기가 추락을 하는 사고가 나게 되었고 결국 부인과 아들과 딸은 모두 사망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박장인은 큰 충격을 받아 뇌출혈로 쓰러졌고, 겨우 목숨을 건졌으나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위독한 상태가 이어졌다.

한편 형의 재산이 아무런 피도 섞이지 않은 사위에게 상속될 것을 우려한 박장인의 동생 박장수는 무슨 조치라도 취해 놓아야 하겠다는 생각에 공증인 변호사를 대동하여 박장인의 병실로 문병을 왔다.

박장수는 계속해서 "형님, 박씨도 아닌 사람한테 재산을 물려줄 수는 없잖아요? 아직 어머니도 살아 계신데 어머니 생각도 하셔야죠?"라는 등의 말로 자신에게 재산을 상속하여 달라고 박장인을 설득하였고, 박장인이 살짝 정신이 돌아 온 듯하자 공증인 변호사는 박장인에게 전재산을 동생 박장수에게 물려주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해도 될 것인지 물었고, 박장인이 다시 고개를 끄덕이자 공증인 변호사는 위와 같은 내용의 유언장을 공정증서로 작성하였다.

얼마 후 결국 박장인은 사망하였고 위 유언장의 존재를 알게 된 김사위는 위 유언장이 무효라며 박장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 주었을까?

[A] 유언도 법률행위이므로 유언을 할 당시 유언자에게 의사능력이 있어야 그 유언이 법률적으로 유효한 유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사례의 경우처럼 평소에 유언에 관하여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병이나 사고를 당하여 의식을 잃게 되는 경우가 적잖이 발생하고 있고 가족들은 그제서야 급하게 유언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결국 유효한 유언을 하지 못하게 되는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사례와 관련하여 판례는 반혼수상태에 있는 환자가 공증인이 묻는 말에 끄덕거린 정도의 상태에서 작성된 공정증서 유언은 유언능력자체가 없는 상태에서의 유언이므로 무효라고 보았다(대법원 92다 8750판결).

다만 공증인이 유언자의 유언을 직접 필기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공증인이 미리 유언내용을 필기하여 왔고 이를 낭독할 때 유언자의 의식이 명확한 상태에서 본인의 의사에 따라 유증할 의사를 밝혔고 사전에 작성하여 온 공정증서에 따라 공증인이 개별부동산에 관하여 유증의사를 확인하고 이를 낭독한 다음 이의여부를 확인한 후 유언자의 자필서명을 받았다면 이는 유효하다고 하였다(대법원 2007다51550판결).

또한 판례는 유언 당시에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유언자가 유언취지의 확인을 구하는 변호사의 질문에 대하여 고개를 끄덕이거나 "응", "어"라고 말한 것만으로는 민법 제1070조가 정한 유언의 취지를 구수한 것으로 볼 수 없어 무효라고 하였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57899 판결).

따라서 유언을 할 당시 유언자가 유언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인지한 상태에서 유언을 하였는지가 유언의 효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핵심이고, 단순히 고개를 끄덕인 것만으로 유언이 유효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사례의 경우에도 박장인이 공증인의 질문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에서 유언을 하였다면 그 유언은 유효한 것이라 할 것이지만 반혼수상태에서 박장수의 계속되는 요구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 것이라면 그 유언은 유효한 것이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유언은 무효가 되어 결국 김사위가 박장인의 상속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법무법인 두현
김준동 대표 변호사

한양대학교 법과 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전 법무법인 청와 대표변호사
현 법무법인 두현 대표변호사
서울가정법원 성년후견인

관련기사

  • 출생 :
  • 소속 :
  • 학력 :
  • DID :

상세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