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인선이 '오리무중'이다.
전임자(최영록 전 세제실장)가 물러난 이후 1달 가량 시간이 지났지만 이렇다할 인선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막중한 자리인 만큼 발빠른 인선이 예상됐지만, 인선에 많은 시간이 소비되면서 이런 저런 논란이 불거지는 모습이다.
사실 세제실장 인사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전통의 '인사관행'에 따라 진행되는 '뻔한 게임'.
애초 기재부 내부에서 세제실장 자리를 놓고 2명의 후보가 맞붙는 구도가 형성됐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러한 인사관행에 기초한 분석이었다.
2명의 후보 중 한 명이 세제실장으로 인선되고, 경쟁에서 밀린(?) 다른 후보는 자연스럽게 국무총리실 조세심판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다음 기회'를 노리는 인사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었고 이 시나리오에 의문부호를 찍는 기재부 내부의 분위기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1~2주일 전부터 이상한 소문들이 나돌기 시작했다.
애초 후보 중 일부가 탈락하고 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았던 신진급 후보자가 '다크호스'로 뛰어들었다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온 것이다.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탈락한 후보의 낙마 이유에 대한 미확인 소문이 입과 입을 통해 나돌았다.
급기야 19일 한 언론이 소문으로만 떠돌던 이야기들을 모아 기사화했다.
청와대가 과거 보직 및 보유세 인상에 반대했다는 전력 등을 이유로 후보 중 한 명을 탈락시켰다는 것이 기사의 내용. 이 부분에 대해 논란이 불거지자 청와대가 "(언론보도 내용은)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명자료까지 내놓았다.
역대로 정해진 공식대로 이루어진 세제실장 인선을 둘러싸고 (크지는 않지만)이 정도의 '잡음'이 나왔던 경우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이례적'이라는 표현보다 '사상 초유'라는 표현이 적절하게 드러맞는 형국.
사실 여부를 떠나 기재부 안팎에서는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과거 보직이야 위에서 인사발령이 내려지는 데로 따르는 것이 공직자로서 당연한 것인데 그 부분을 문제 삼은 것 자체가 명분 없는 '흠집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혹여 보유세 인상에 반대했다 하더라도 지난 정권이 보유세 인상에 부정적인 기조를 가진 상황에 맞는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해석해야지, 이를 현 정권이 추진하는 정책기조에 '방해물'로 판단한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그런 논리로 따지면 지금 현재 기재부 내부에 세제실장을 할 만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촌평했다.
청와대 해명에 이어 기재부도 해명자료를 내고 언론 보도를 반박했지만, 격앙된 안팎의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