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후폭풍 언제까지? =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5년 담뱃세를 포함, 10년 이상 오르지 않았던 담뱃값을 2000원 인상했다. 인상 전부터 세수확보를 위한 '꼼수 증세'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으나, 인상 후 담배 판매율이 뚜렷하게 하락하면서 논쟁은 종결되는 듯 했다. 하지만 불과 1년만인 지난해 담배 판매량이 증가세로 돌아섰고 올해 역시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다. 담배 판매량은 정부 예측보다 낮은 수준으로 감소하고 세수 증가폭은 예상을 뛰어 넘고 있는 상황이다.
담뱃세를 둘러싼 논쟁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흔히 담배라고 말하는 궐련담배(종이로 돌돌 말아 태워 피는 담배)와 궐련담배의 대체품으로 등장한 액상형 전자담배, 그리고 최근 이 둘을 혼합한 형태의 궐련형 전자담배까지, 어떤 기준에 의해 얼마만큼의 세금을 부과해야 적절한 것인지 합의를 도출해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통칭 담뱃세(담배소비세+개별소비세 등)는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 건강보험기금 낭비 등 흡연자들이 외부불경제를 초래하기 때문에 붙는 이른바 '죄악세'(Sin Tax)' 개념의 세금.
2015년 이전까지는 지방세로 분류된 '담배소비세'만 있었지만 2015년 가격 조정을 하면서 '개별소비세'가 더해졌다. 세금의 총량을 높이는 방법으로 가격을 올려 담배로 파생되는 외부불경제를 줄이고 나아가 국민건강도 증진하겠다는 것이 당시 정부가 내놓은 담뱃세 인상 논리였다.
당연히 외부불경제는 줄이면 줄일수록 좋고 국민 건강도 나아지면 나아질수록 좋다. 이 같은 논리라면 세금을 더 늘려서라도 담뱃값을 비싸게 만들고, 이를 토대로 담배 판매량이 제로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좋다.
극단적인 시각에서 보면 담배라는 요물은 세상에서 아예 사라져야 하는 물건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담배는 개인의 의사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기호품이고, 중독성 물질(니코틴)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일거에 모든 흡연자들에게 금연을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다.
때문에 담뱃값은 시대와 상황에 맞게 조절될 수밖에 없고 여기에 따르는 논쟁 역시 담배가 판매되는 한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약빨 떨어진 담뱃세 인상 효과… 남은 것은 '세수풍년'
지난 2015년 1월, 박근혜 정부는 국민 건강 증진을 명분으로 기존 2500원이던 담뱃값을 4500원(국내 담배 기준)으로 2000원 인상했다.
담배에 붙는 각종 부담금 및 세금을 2배 이상 올리는 방법을 썼다. 특히 개별소비세(국세)를 신설, 1550원이었던 부담금 및 세금은 도합 3318원(담배소비세 1007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841원, 개별소비세 594원, 지방교육세 443원, 부가가치세 및 폐기물부담금 433원)이 됐다.
10년 이상 변동이 없던 담뱃값이 하루아침에 껑충 오른다는 소식은 대다수의 흡연자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가격이 오르기 전 미리 '사재기'를 하는 이도 있었고 이렇게 된 김에 금연을 하겠다는 이들도 생겼다. 물론 가격인상을 감내하고서라도 피우겠다는 부류도 존재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2015년 담배판매량은 33억3000만갑으로 가격인상 전인 2014년 43억6000만갑 보다 23.7%(10억3000만갑) 감소했다. 정부가 예측한 28억7000만갑 보단 많이 팔렸지만 어찌됐든 판매량이 줄었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평가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담배판매량은 36억6000만갑으로 전년에 비해 3억3000만갑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불과 1년 만에 판매량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정부는 올해 담배판매량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35억~36억갑 수준으로 예측했다.
인상 전 보다 판매량이 감소한 것은 여전하겠지만, 담뱃값 인상 후 전자담배 등 다른 형태의 담배로 노선을 갈아탄 이들이 급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자담배를 포함한 흡연율 감소폭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즉 담뱃세 인상에 대한 의미와 효과가 점차 퇴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패한 정책 또는 '꼼수 증세'다"
상황이 이렇자 담뱃세 인상은 결국 국민 건강 보단 세수 확보가 목적이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의도가 국민건강 증진이었다 해도 결과적으로 목표 달성에 실패한 정책이고, 상대적으로 부담이 더 안아야하는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 '꼼수 증세'였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당초 정부는 2015년과 2016년 담배세수가 2014년보다 각각 2조78000억원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실세 담뱃세 인상 전후 거둬들인 세수를 살펴보면 2014년 6조9905억원, 2015년 10조5181억원, 2016년 12조3761억원이 담뱃세로 걷혔다.
인상 후 고작 2년만에 기존 세수의 2배 가까운 돈이 국고에 입금된 셈이다.
국내 최대 흡연자 인권단체인 아이러브스모킹은 "과저 정부의 담뱃세 인상은 숱한 반대 여론과 의견을 무시한 채 국민 건강증진 명분을 앞세워 밀어붙인 실패한 정책"이라며 "불통 정책을 청산하고 부작용 만회를 위해 새 정부는 담뱃세 인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담뱃세 인상과 함께 작년에만 3조원 이상 걷힌 건강증진기금이 원래의 취지에 맞게 운용되어 야 한다"며 "흡연자 단체를 포함한 여러 의견을 종합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우선 사용분야를 명시하고 기금 배정 순위와 기준을 투명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담뱃값과 청소년 흡연 문제 등을 고려하면 담뱃세를 더 올려야 한다는 여론도 존재한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관계자는 "담뱃세는 현재 보다 더 인상되어야 한다. 담배 가격 인상은 가장 강력한 흡연율 감소 정책이며 청소년의 흡연 진입 억제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부를 비롯한 국회에서는 국민건강에 더욱 관심을 갖고 기존 금연정책들이 보다 확실한 금연 효과를 볼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금연정책을 개발하고 금연예산을 대폭 증액시켜서 국가금연정책에 더욱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가와 연동해 담뱃세를 지속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조세학자는 "소비자물가지수에 맞게 명목가격을 보정해 시간이 지나면서 담배 실질가격이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면서 "담뱃값을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매년 3%씩 올리지 않으면 가격이 매년 3%씩 떨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