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부분의 손해보험사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이 떨어지면서 MG손해보험을 비롯한 상당수 손보사가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에 못 미치거나 턱걸이하는 선에 그쳐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의 회계기준이 보다 엄격해지는 새 국제보험기준(IFRS 17)이 도입될 경우 RBC비율이 급격히 낮아질 수 있어 안정성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오히려 관련 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MG, 지급여력 130% 대로 금감원 관리받아
롯데, 한화, 흥국, 현대도 권고치 150% 겨우 지켜
MG는 2014년에도 106.9%의 저조한 RBC비율을 기록한 바 있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2015년 후순위채를 825억원 가량 발행해 163.3%를 회복했으나 작년 2분기에 채권평가이익을 부풀리려 회계상 만기보유증권을 금리변동에 따른 평가손익이 반영되는 매도가능채권으로 대거 분류하는 '회계상 꼼수'를 부렸다가 시장금리가 상승하며 대규모 평가손이 났다.
금감원의 RBC 권고 비율인 150%를 겨우 충족하는 회사도 상당수인 것으로 밝혀졌다. 롯데손해보험이 150.1%, 한화손해보험이 153.1%, 흥국화재해상보험이 154.9%, 현대화재해상보험은 158.3%의 RBC비율을 기록하여 금감원의 기준에 턱걸이하는 모습이다.
롯데손해보험은 현재 RBC비율에는 포함되지 않는 퇴직연금 비중이 49%를 차지해 RBC비율 사수를 위한 대규모 자본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퇴직연금은 원리금 보장 상품이 99% 이상이나 현재 RBC비율 산정 방식으로는 원금보장 리스크가 전혀 반영되고 있지 않다.
RBC비율이 가장 높은 회사는 삼성화재였다. 333.3%로 10개사 평균 180.2%를 크게 웃돌았다. 이같이 높은 안정성의 배후에는 차별화된 자산운용이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높은 RBC비율은 꾸준한 리스크관리 결과다. 일부 회사들은 단기 매출 확대를 위해 무리한 상품 판매‧투자를 하기도 하나 삼성화재는 매월 열리는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투자와 상품 출시를 결정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농협손보가 188.8%, 메리츠화재가 188%, 동부화재가 173.2%, KB손보가 168.7% 순으로 뒤를 이어 대형사일수록 안정적인 지급여력비율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작년 손보사의 RBC비율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이유는 11월부터 시작된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보유 채권에서 대규모 평가손이 났기 때문이다. 작년 말부터 자회사 리스크까지 반영한 RBC비율을 산출하는 등 건전성이 강화된 것도 하락 이유다.
한편 에이스손보, AIG손보 등 국내 진출 외국계 손해 보험사들은 대부분 300%대의 RBC 비율을 보일 정도로 높은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어 국내 손해보험사들과 대조적이다. 외국계 손보사들은 이미 자산과 부채를 100% 시가로 평가하는 유럽의 감독 규제 솔벤시(Solvency)II 등에 따라 자산 건전성을 확보한 상황이라 IFRS 17 대로 자산을 평가할 경우 오히려 건전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취약해지는 자산 건전성을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외부 자본 확충을 통해 만회하려는 추세다.
내 돈 맡기기 가장 불안한 손보사는 MG… 위험가중자산비율 62.8%
가장 안전한 손보사는 삼성… 위험가중자산비율 42.9%
손보사들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자 높은 투자율을 얻기 위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려 위험가중자산의 비중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위험가중자산비율이 가장 높았던 회사는 롯데손해보험으로 62.9%를 기록했다. MG손해보험은 62.8%의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위험가중자산비율이 4.9%p가 증가했다.
MG, 동부, 흥국, 한화 등 중소형사들은 총자산 중 위험자산에 투자한 비중이 높았다. 대형사들이 중위험·중수익 투자전략을 구사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중소형 손보사들은 장기적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일단 수익을 높여보겠다는 고위험·고수익 전략을 고수한 셈이다.
한편 삼성화재는 위험가중자산비율이 42.9%로 10개사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동기에 비해서도 2.3%p 낮아진 수치다. 삼성화재는 유가증권 투자액 중 채권 비중이 70%를 넘는다. 손보사 중에서 채권 투자 비중이 가장 크며 올 3월 말 채권 비중은 45.4%로 1년 전보다 0.8%포인트 더 높아졌다.
이어서 현대해상 43.33%, 농협손보 49.97%, 메리츠화재 51.63%, KB손보 51.95% 순으로 위험가중자산비율이 낮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 중소형사들이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무리수를 둘 경우 큰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어 선제적인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IFRS 17이 시행되면 지급해야 할 보험금인 보험사의 부채 평가 방식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된다. 이에 따라 당시의 시장금리와 위험률로 보험 부채를 계산해야 하고 그만큼 보험금 부담이 늘어난다. 결국 회계상 자본이 줄고 부채 규모가 크게 증가하면서 RBC비율 하락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