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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심판 항소권 얻으려다... '빈껍데기'만 손에 쥔 국세청

  • 보도 : 2017.04.21 09:10
  • 수정 : 2017.04.21 09:10
법원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조세심판원이 내린 심판결정에 대한 '재의(재심리) 요구권'을 갖으려 했던 국세청의 계획이 물거품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소 엉뚱한 내용으로 법이 만들어지면서 국세청은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는 빈껍데기에 불과한 권한만 손에 쥐게 됐기 때문이다.

조세심판 결정 재의권 확보 논란

현재 국세청의 과세처분에 대해 납세자(청구인)가 제기한 조세불복 사건을 조세심판원이 인용(납세자 승소)하면, 과세처분은 무효가 되고 국세청은 부과했던 세금을 모두 환급해야 한다.

국세청은 그동안 특정 조세심판원의 심판결정에 의구심을 품어온 것이 사실. 쉽게 말해 모종의 '힘'에 좌지우지된 심판결정의 '품질'을 신뢰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국세행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만한 쟁점과 세액이 걸려 있는 과세건에 대해서는 조세심판원 심판결정 과정을 거치되, 3심제가 보장된 재판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국세청 저변에 깔려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국세청이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세법령 개정건의서'에는 국세청의 이 같은 인식이 제대로 드러나 있다. 세법령 개정건의서를 통해 국세청은 조세심판원이 과세가 정당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확정판결과 동일한 사안에 대해 인용결정을 내린 사례까지 열거하며 '심판결정에 대해 처분청에 이의제기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적었다. 

하지만 기재부는 국세청의 건의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덮었지만 뜬금없이(?) 새누리당 추경호 의원의 입법안이 지난해 정기국회 세법심의를 며칠 앞둔 시점에 제출되면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됐다.

추 의원이 대표발의한 입법안은 일정한 요건(법원판결 배치, 국세행정에 중대한 영향 등)처분청이 심판청구 결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이내 재의를 요구할 경우 심판원에서는 30일 내에 재심을 하도록 규정했다.

재의 요구가 가능한 사안에 대한 명확한 기준(청구세액 200억원 이상)만 다를 뿐, 국세청이 기재부에 제출한 세법령 개정건의서 내용이 그대로 입법안에 실린 것이다. 안팎에서는 국세청이 '입법로비'를 한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빚어졌지만 입법안은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올라갔다.

빈껍데기 권한만 손에 쥔 국세청... 왜?

결론적으로 추 의원의 입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세법개정안 심의 과정에서 조세심판원 독립성 저해 등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다만 어느 정도 의견 절충이 이루어지면서 현행 국세기본법에 국세청장이 '일관성 유지가 필요하거나 국세행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으로 판단될 경우 상임심판부 결정과 별개로 조세심판원장에게 '조세심판관합동회의'에 안건으로 부의해 심의할 수 있도록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꽤 치열한 논의 끝에 이루어진 합의였지만 문제는 개정된 국세기본법이 국세청장이 요청권을 사실상 발동하기 불가능하게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개정된 국세기본법(시행령)은 국세청장이 조세심판관합동회의 심리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심판결정서'가 아닌 '심판청구서'를 받은 날부터 25일 이내에 합동회의 심리요청서를 조세심판원장에게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즉 상임심판부 심리결과가 인용인지 기각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요청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결과가 예측하기 힘든 사안을 무턱대고 조세심판관합동회의에 부의해 달라 요청하는 것도 황당하지만 한번 요청이 이루어져 받아들여진 사안은 철회도 불가능해 국세청 입장에서는 사실상 요청권을 행사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초 개정된 국세기본법 시행령이 시행된 이후 4월20일 현재까지 단 한 건의 요청권 행사 사례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쓸 수도 없는 '빈껍데기' 권한을 국세청장에게 쥐어준 법 개정은 '입법미스'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온다.

언제든 시행령을 개정해 실효성 있는 권한을 부여할 수도 있지만('심판청구서'를 받은 날부터 25일 이내→'심판결정서'를 받은 날부터 25일 이내)현재로서는 국세청이 재의 요구권을 가지려다 결과적으로 자기 발등에 도끼를 내리찍는 신세가 됐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국세청은 이에 대해 "신중하게 제도를 활용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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