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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순무 칼럼]

건강보험료 세금으로 징수하라

  • 보도 : 2017.02.16 09:15
  • 수정 : 2017.02.16 17:04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에 대하여 3단계 점진적 개편안의 당위성을 역설하면서 다차원 방정식의 해법이 필요하다는 기고문까지 내놓았다.

개편안의 골자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와의 부과방식의 차이를 줄여 보자는 것, 고소득자의 건보료를 높이고, 피부양자의 요건을 강화하여 건보 무임승차를 줄여 재정의 건전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지역가입자에 대하여 주택, 자동차 등의 재산이 기준으로 하는 가중치는 점차 줄이고 소득중심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은 현행 제도가 국민수용성, 공평성, 지속가능성 등 부과요소 중 어느 하나 충족한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개편안이 소득중심의 부과라는 원칙과는 멀고, 자동차와 전월세로 소득을 추정하여 부과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혹평한다.

정부가 건보료 충당책으로 주류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물리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술 마시는 사람에게 부담금을 물리는 것은 편법이다.

건보료에 대한 민원이 연간 7000만 건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다고 오랜 기간 준비한 이 번 개편안이 국회에서 합의 처리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국회가 선거를 포기하기 전에는 건보료에 방울을 달 수 없는 것이라는 현실을 직시한 견해도 나온다. 공감이 간다.

현재 근로자의 약 48%가 한 푼의 근로소득세도 내지 않는다. 전체 근로자의 실효세율이 4% 수준이지만 건보료는 모든 국민의 소득 6% 정도가 징수된다고 한다. 주먹구구식으로 전개되어 온 건보료 책정이 엄청난 민원을 야기한 것은 당연한 결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 동안 건강보험이 사회적 보험의 한계를 넘어 세금으로 하여야 할 일을 무리하게 보험의 틀에 넣어 끌고 왔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가입이나 진료는 선택권이 없다. 건보료를 내지 않으면 국세 체납의 예에 따라 강제징수된다.

법인의 과점주주에게는 제2차 납부의무까지 부과된다. 고액 체납 시 명단까지 공개하여 사회적 지탄을 가한다. 조세와 다를 것 없다. 이와 같은 국민 각자의 중요한 재정적 부담을 건보료라 하여 조세부담률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은 국민부담률의 왜곡을 가져오고 있다.

결코 우리의 실질 국민부담률이 낮은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 겨우 시행되다가 위기에 처해 있는 오바마 케어(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는 저소득층 3200만 명에 보험가입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사보험에 대한 것이다. 우리에 비하면 아주 낮은 수준의 사회적 보험이다.

직장의료보험으로 출발한 우리 제도는 공룡화되고 뒤틀려져서 그 동안 극심한 의약분쟁 등 기형적인 형태로 변모하였다. 엄청난 건보재원에 대한 건보료 책정수준, 운용, 미래설계에 대하여 세금과 다름없으면서 통제와 감시의 수단이 미흡하다.

우리의 건보체계는 이제 어느 누구도 감히 손도 대지 못할 리바이어던이 되고 말았다. 건강보험의 기본체계, 운용방법, 각종 규제와 강제 등에 있어 헌법상의 경제질서, 평등권, 행복추구권, 조세법률주의 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적 요소가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이번 건보료 개편과정에서도 여전하다. “건강보험료를 건강보장세로”라는 보건대학원 교수님의 컬럼이 나왔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곧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현재 추세라면 건보재정은 보험료나 건강증진기금의 구조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의 가장 중요한 축인 건강복지를 위하여서는 차라리 특별목적세인 의료보장세로서 조세화하여 국가의 책임 아래 장기계획을 세우고, 적정한 수준의 기본의료 보장을 설정하여야 한다.

그 나머지는 개인의 책임 아래 두어야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인 모델이 될 것이다. 이 번 개편안의 핵심인 건보료 부담기준도 이를 조세화하면 국민 개개의 소득과 재산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는 국세청에서 부과기준에 대한 시비 없이도 징수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 뿐만 아니라 엄청난 건보료 징수조직과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조세화하여야 의료보장세율 입법과 그 집행에 대하여 국회가 직접 통제할 수 있다. 현재 만연해 있는 건보사기, 건보료 부조리, 병원 및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는 지금과 같은 건보체계로는 개선하기 어렵다.

우리의 건강보험체계가 기득권 집단으로 인하여 어느 누구도 손을 대지 못한 괴물 같다 하여 이를 바로잡는데 아무도 관심을 기울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소순무 변호사(법학박사)

[약력] 서울대 법과대학, 경희대 법학 박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한변협 부협회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공익법인 온율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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