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세법 쓰기의 남은 과제

지난달 25일 기획재정부 세제실과 조세재정연구원 공동주관으로 '알기 쉽게 새로 쓴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 공청회가 열렸다. 2011년부터 5년 계획으로 시작된 조세법령 새로 쓰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그 첫 작업은 부가가치세법으로 새로 쓴 부가가치세법은 2013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 사이에 국세기본법 및 상속세 및 증여세법 쉽게 쓰기 작업도 1차 완료되었으나 후속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번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 개정초안은 2월중 입법예고를 거쳐 3월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시행된다고 한다. 세법 쉽게 쓰기 작업은 그 동안 세제실에서 여러 차례 시도되었으나 이번에는 조세법령개혁팀을 조직하고 예산도 많이 투입하여 외부 전문기관과 공동작업을 진행함으로써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법은 국민으로부터 공공경비의 충당을 위하여 국민의 경제활동을 대상으로 하여 강제적으로 금전을 징수하는 근거가 되는 가장 오래된 법규범의 하나이다.

우리의 경제활동이 복잡다양하고 계속 변화하는 만큼 세법도 빠져나가는 조세를 막기 위한 그물망을 촘촘히 치게 된다. 그러니 세법은 납세자에게 항상 어렵고 혼란스럽고 애매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좀 더 찾기 쉽고 이해가 잘 되는 세법을 만드는 것은 과세권자의 최소한의 책무이다.

이번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은 현재 4단계 체계를 5단계 체계로 개편하여 정합성을 높였고, 종래 풀어 쓴 서술형 표현을 간단한 계산식과 표로 바꿨다. 이것만으로도 그 동안 납세자들이 겪어온 부질없는 낭비를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은 조문이 방대하고 연결조항이 산재하여 전문가조차도 찾기가 만만치 않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당초 부가가치세법 쉽게 쓰기 작업 시 법률과 시행령, 시행규칙을 연계하는 조문체계의 도입을 강력히 추진하였다.

예컨대 모법은 1조, 시행령은 1-1조, 시행규칙은 1-1-1조의 형식을 취하여 기본번호와 가지번호를 통하여 관련법령을 연계시키는 방법이다.

공청회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새로운 방안은 법제처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새로운 일을 벌이지 않으려는 관료적 속성이 찾기 쉬운 세법을 막았다. 이번에도 조문체계 개선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유감스러운 일이다.

세법 쉽게 쓰기 작업은 이 정도에서 일단 마무리되겠으나 더 큰 과제가 남겨져 있다. 세법 쉽게 쓰기 작업은 내용을 일체 손대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조문의 체계와 배열, 용어만을 바꾼다는 테두리를 설정하였다.

그 결과 그릇은 그런대로 얼개를 잘 갖추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더 중요한 것은 그에 담을 내용물이다. 조세공평과 조세법률주의에 부합하는 조세법의 여러 원칙에 들어맞는 내용을 집어넣어야 한다.

그렇지만 주무부서인 기획재정부의 인적, 물적 인프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 집단의 지혜를 빌릴 제도와 의지의 결집이 필요하다.

재정은 정치와 불가분이다. 앞으로 새로 탄생할 정부가 어떠한 재정정책을 펴든 조세원칙을 제대로 지키는 내용으로 세법을 한 단계 높여 나가겠다는 확고한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남은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