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공익법인 세제 개정

지난해말 예산안과 함께 통과된 세법 개정법률에 따른 시행령이 발표되었다. 세법 법률개정 과정에서 이미 국회에서 논의된 바 있던 내용이 시행령에 담겨 제 모습을 드러냈다.

새해 예산안과 세법개정으로 조세부담률이 역대 최고수준인 2016년의 19.5%에서 더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현 시국은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은 어디로 갔느냐고 따질 상황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그 내용 중 주목할 것은 공익법인 세재 개정내용이다. 이는 지난해 조세재정연구원이 개최한 공익법인제도 개선에 관한 공청회, 한국세법학회의 공익법인 과세제도 하계학술대회 등에서 논의된 핫이슈 중의 하나였다.

공익법인제도에 대하여 설립에서부터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세법을 손보는 것은 그 개선책의 일부분이다. 이번 공익법인 세제 개정은 현재 국회사회공헌포럼에서 논의하고 있는 공익법인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연계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 앞뒤가 바뀐 느낌이다.

공익법인의 역할, 기능, 지원에 대한 기본 목표가 설정되어야 그에 맞는 세제 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개정에는 공익법인이 이익을 못내더라도 매년 재산의 1%를 공익사업에 사용하여야 하는 의무지출 제도가 도입되었다. 미국의 제도(Mandatory Distribution)를 도입한 것이다.

우리가 1%로 설정한 것은 미국은 5%보다 낮기는 하지만 목적사업도 수행하지 못하면서 존속만하고 있는 수많은 공익법인에 경종을 울릴 것이다. 이에 따라 공익법인의 합병이나 해산에 관한 법제 공백이 보완되어야 한다.

또한 성실공익법인의 주식출연한도를 10%에서 5%로 축소하고 재벌급이 출연하는 공익법인의 경우에는 아예 적용을 배제하였다. 그 동안 성실공익법인제도를 상속·증여나 계열회사에 대한 지배력 강화수단으로 악용하여 왔다는 비판을 반영한 것이다.

아울러 이들 법인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 제한은 채택되지 않았으나 그 대신 출연범위를 축소하고 의결권 행사내용을 공시하도록 하였다. 공익법인의 외부회계감사 시 적용하는 회계기준에 관한 규정도 마련하였다.

이러한 공익법인 관련 세제개선안은 공익법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투명성을 강화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익법인 제도는 더 높은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오늘에도 세금의 역할을 대신하여 사각지대를 메워주어야 할 필요성은 여전하다. 오히려 국민 사이의 나눔을 실천하여 사회갈등을 완화하는 긍정적인 역할이 강화되어야 할 시점이다.

공익법인 제도의 성패는 우선 기부문화의 성숙을 토대로 한다. 2016년 영국 자선지원재단인 CAF의 보고서에서 한국의 기부지수는 140개국 중 75위에 머물고 있다. 종전보다 낮아져 뒷걸음치고 있다.

공익법인의 사회적 책임이나 투명성이 강화된다면 주식을 비롯한 재산출연에 대하여 제한을 가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개정이 주식출연 범위를 확대하자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주식출연에 대한 세제혜택을 낮추는 것은 잘 한 일이 아니다.

소수 악용사례가 있다하여 기부자체를 위축시킨다면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의 공익법인제도의 개선이나 세제운용의 성패는 우리 사회가 공익법인에 대한 철학을 어떻게 설정하고 국민들이 어떤 방법으로 공유하게 할 것인가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