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호황으로 철근 판매 증가...주력품목인 조선후판ㆍ자동차강판은 부진
적자 벗어 났지만 매출 5년째 하락세...반전 계기 찾으려 고군분투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사들이 2016년 결산 결과 이익은 호전됐지만 매출이 계속 큰폭으로 감소하고 있어 고민이 깊은 모습이다.
지난 2년간 주택시장 호황으로 주택분양이 130만 가구를 넘어서면서 철강사들은 건설용 철근 주문이 밀려 이번 설연휴까지 반납하고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철근가격도 계속 올라 1년새 톤당 12만원이 뛰어 62만원까지 오르며 철강사의 이익증가세를 이끌었다.
하지만 막상 철강사들의 주력품목인 조선용 후판은 수년째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자동차용 강판도 이렇다할 성장세를 보이지 않아 매출은 지난 5년 동안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나마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건설용 철근 생산을 늘리는 등 환경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해 이익 증가세를 높이고 매출 감소세를 줄였다. 반면 포스코는 사업구조를 당장 변화시키기에는 몸집이 무거워 2015년의 적자에서 벗어난 것으로 만족하며 올해도 구조조정을 이어나가고 있다.
■ 포스코, 5년전보다 매출 23%, 영업이익 48%, 순이익 72% 감소
포스코의 2016년 매출은 53조835억원으로 전년대비 8.8% 감소해 2014년 반짝 상승을 제외하면 6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도 5년전 5조4677억원에서 지난해 2조8443억원으로 48% 감소했고, 순이익도 3조7143억원에서 1조482억원으로 72%나 감소했다.
지난 12월, 포스코 이사회는 권오준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며 전임자의 확대경영이 초래한 부실요인을 잘 정리했다는 평가를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권 회장은 연임이 결정되고도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위기극복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건설호황과 철강가격 상승 등 경영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뀌어 이익은 증가했지만 매출규모가 매년 줄어들고 있어 먹거리를 찾아내지 못하면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권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동안 추진했던 사업 구조조정을 올해도 지속해 사업구조를 합리화하고 신규 프로젝트 발굴을 활성화하겠다"며 올해도 27건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후판라인 가동 중단 등 적극적인 사업구조조정을 계속해 나가자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포스코는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신사업을 위한 투자도 올해 3조5000억원으로 1조원 이상 늘려 매출 54조8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 현대제철, 내진용 철근개발 등 건설용 철강으로 매출 상승세 유지
단위 : 매출-조원, 이익-억원
현대제철은 이번 설연휴 철근공장을 계속 가동해 지난 2009년 이후 8년만에 설연휴를 휴무없이 보냈다.
포스코나 동국제강 처럼 매출이 감소하진 않았지만 회사의 주력제품인 자동차강판이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어 최근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건설용 철근을 통해 성장의 전기를 만들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현대제철은 올해 매출 16조6915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3.7% 성장하는데 그쳤다.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1.3% 줄어 현대하이스코와의 합병후 3년 동안 매출도 이익도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더욱이 주요 판매처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향후 전망도 밝지 않아 언제까지 자동차강판에만 매달릴 수 없을 거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부터 건설용 철강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경주지진으로 우리나라도 지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커지면서 현대제철도 이에 대응해 내진용 철근제품을 개발해 지난해 말 연이어 2개의 내진철근을 출시했고 올해는 초고강도 H형강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이와함께 회사는 주력제품인 자동차 강판부문에서도 초고장력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제품고도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당진과 순천 냉연시설의 생산개시 시기를 앞당기고 해외에서도 멕시코법인과 중국 천진, 중경 법인의 올해안 가동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한다.
■ 동국제강, 2년동안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4년만에 적자탈출
동국제강도 이번 설 연휴 동안 철근생산거점인 인천과 포항 공장을 4일 내내 휴무 없이 가동했다.·
동국제강은 건설호황이 시작된 2년전부터 이미 제품군 조정에 들어가 조선용 후판사업 비중을 13%로 낮추고 건설용 봉강, 컬러강판, 형강 비중을 늘렸다.
회사는 중국철강의 저가공세로 2012년부터 적자가 나기 시작해 2015년까지 4년간 2000억원 내외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2년전부터 다른 철강사보다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시작해 지난해 영업이익 2570억원 당기순이익 114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회사로 전환했다.
동국제강은 그동안 생산라인 페쇄 등 제품군 조정과 함께 본사사옥, 계열사, 보유주식 매각 등 자금조달을 통해 차입금을 상환하는 등 재무구조도 크게 개선했다. 지난해 6월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조기 종료하고 올해 1월에는 하락했던 신용등급도 상향조정됐다.
동국제강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적자에서 벗어났지만 매출은 5년 동안 43%나 감소하고 있어 여전히 매출확보라는 숙제를 풀어내야 한다는 업계의 지적이다.
이에대해 동국제강 관계자는 "그동안 수익확보를 위해 적자가 나는 제품의 생산을 중단하면서 매출 감소가 불가피했다"며 "앞으로 건설경기 변화 등 환경변화에도 안정적으로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과 제품군을 모색하는 노력을 병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얘기했다.
■ "근본적인 체질개선, 기술개발 통한 경쟁력 회복 시급"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3대 철강사의 2016년 영업실적은 매출감소와 이익증가로 요약할 수 있다.
그동안 철강의 주요 수익기반이었던 조선과 자동차 산업의 부진을 보완하기 위해 사업구조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매출이 줄었고, 건설업 호황과 철광석 원가 하락, 철강 제품가격 상승 등 외부환경이 철강사에 우호적으로 작용해 이익은 증가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철강사들의 경영안정과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지난해 같은 환경변화에 의존한 이익증가 보다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선, 자동차는 물론 건설업 경기도 당장 올해부터 어떻게 될지 불투명하고 그동안 규모에만 의지하던 중국철강도 최근 구조조정이 이뤄지며 기술과 효율화 등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사 관계자는 "저가공세로 그동안 우리를 괴롭혔던 중국 철강이 최근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국제철강 가격을 올릴만큼 규모와 효율면에서 경쟁력이 커지고 있다"며 "우리 철강도 다양한 제품구성, 제품고도화, 생산성 효율화, 판매망 확대 등 보다 근본적인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