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처, "상속공제 확대, 조세회피 늘릴 수 있다"
지난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가업상속공제' 확대 카드가 20대 국회에서 재논의될지 주목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계가 '기업을 대물림할 때 내는 증여세 부담을 줄여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재차 공론화 작업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가업상속공제의 과세특례 혜택을 늘리려는 움직임에는 큰 걸림돌이 존재한다.
상속세 부담을 덜어줘 가업승계의 장애요인을 제거하겠다는 당초 제도도입 취지에서 벗어나 '조세회피' 유인이 증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앞서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의 기준을 확대하려는 정부안, 의원입법안 모두 '부의 세습'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국회에서 부결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가업상속공제의 적용 대상을 완화하는 방안이 올해 재추진 되더라도 국회의 벽을 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발표한 '조세의 이해와 쟁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속적으로 공제대상·공제금액이 확대되면서 도입 취지가 약화되고, 조세회피 유인을 제공할 수 있어 지나친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예정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0~2014년) 가업상속공제건수는 총 296건(연평균 59.2건)이며, 공제금액은 약 2973억원(연평균 594억6000만원)이었다. 이 같은 세제혜택은 가업(중소기업)을 계속 유지함으로서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부여됐다.
현재는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대상범위가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으며, 공제금액도 종전 1억원에서 가업상속재산 100%(공제한도 200~500억원)로 늘어났다.
예정처는 "가업승계대상기업이 상장기업을 포함한 중견기업까지 확대되면서 가업상속공제의 도입취지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장기업들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어 가업승계 개념이 부합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중소기업이 현금 유동성이 낮아 상속세 부담을 위해 가업용 재산을 매각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이 공제를 도입했는데, 상장기업 주식은 환금성이 용이하기 때문에 가업승계대상 기업에는 부합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앞서 가업상속공제의 대상이 되는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요건과 사후관리 요건을 대폭 완화하려는 개정안(2014년 기획재정부 세법개정안,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안)이 발의된 바 있다. 상속·증여세 체계가 가업상속을 어렵게 하고 고용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예정처는 "대상요건의 완화는 세부담 경감의 이익을 가업승계자 개인이 얻게 될 뿐만 아니라 납세자로 하여금 조세회피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가업상속공제 대상요건을 완화해달라는 재계의 요구안이 기획재정부에 제출되어 있는 상태이나, 재계의 목소리가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길 가능성은 낮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부자감세라는 반발이 심했는데, 올해 정부가 재차 똑같은 방침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