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조세소송 명수 '조윤희', 법마을(율촌) 사람 되다

대법원 조세조 총괄재판연구관을 역임한 조윤희 전 부장판사(이하 조 변호사)가 최근 법무법인 율촌에 합류했다.

조 변호사는 재판연구관으로서는 드물게 무려 6년 동안 대법원에서 각종 조세사건을 연구해 온 특이한 이력을 소유하고 있는 인물. 조세 법리에 정통한 그의 합류로 그동안 조세소송에서 강세를 보여 왔던 율촌 조세그룹은 더욱 강력한 드림팀으로 거듭났다는 것이 법조계의 평가. 

조 변호사는 지난 1996년 전주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거쳐 2016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끝으로 만 20년의 공직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 3월 초 율촌에서 변호사로서의 새 삶을 시작했다.

아직은 낯선 변호사 생활에 적응하느라 여념이 없는 조 변호사를 만나 보았다.

Q. 지난 20년간의 법관 생활을 마치고 변호사로서의 새 삶을 시작하는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간단히 지난 공직 생활에 대해 정리를 좀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1996년 전주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한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 대법원에서 판사와 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조세사건과 행정사건을 처리했고, 특히 대법원에서는 조세사건을 전담하는 조세조에서 6년간 근무했습니다.

대법원에서의 6년 중 4년간은 조세조의 팀장인 총괄재판연구관(부장판사)으로 근무하면서 대법원으로 올라오는 모든 조세사건의 처리에 직접, 간접으로 관여하여 많은 경험을 쌓았고, 조세 분야는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많은 분야였습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마치고 2015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더 이상 조세사건을 담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조세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던 저로서는 진로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직무가 상당히 격무라 평소에는 그리 깊이 고민을 하지는 못하다가 사무분담을 변경하는 인사철이 되면서 다시 심각하게 진로를 고민하게 되었고, 관심 있는 조세 분야의 사건을 맡아 더 많은 연구를 할 수 있는 길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율촌의 조세그룹에 합류하게 된 것 같습니다.

지난 20년간의 공직 생활이 법관으로서 반생이었다면, 앞으로의 20년(?)은 변호사로서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반생을 보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조세 분야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은데요, 다른 분야에 비해 특별히 조세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 대학에서 이태로 교수님의 세법강의를 들을 때만 해도 나중에 제가 조세사건을 많이 다루게 될지는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그런데 2003년 서울행정법원에 부임하면서부터 조세와 인연이 맺어졌습니다.

그 후 2008년 서울고등법원 행정부에서 조세사건을 다시 처리하게 되었고, 2009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대법원 조세조에서 조세사건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20년 법관 생활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9년 동안 조세사건을 처리하면서 저도 모르게 운명처럼 조세와 깊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Q. 조세사건을 담당하고 연구하면서 특별히 조세 분야가 매력적인 이유랄까요, 애정이 많으신 것 같은데요, 그 이유가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처음 발령이 나면 어느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지 조사해 배치하는데, 저는 1순위로 조세조를 지원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 행정부를 거치면서 조세사건을 많이 접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민, 형사사건과는 다른 조세사건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행정사건, 그 중에서도 조세사건은 특히 법리에 대한 다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조세사건의 경우 관련 법령이 자주 개정되고, 그러다보니 입법과정에서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법률적 쟁점들이 재판에서 많이 다퉈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법률가는 누구나 '법령의 해석'에 흥미가 많은데, 저 역시 '법령 해석'의 여지가 많은 조세사건을 다뤄보고 싶은 욕구가 강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이 저를 조세 분야로 이끈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198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사람들은 '시민의 권리'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그 한 축이 형사 분야라면 다른 한 축은 조세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세 분야에서 일하다보면, 작은 힘이나마 시민의 권리 신장에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납세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낮고, 과세행정에서도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대법원에서 6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재판연구관을 지내셨는데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건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법원의 제1 사명이 억울한 당사자의 권리구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납세자의 권리구제에 기여했다고 평가되는 사건들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첫 번째로 생각나는 것이 '후발적 경정청구'에 대한 것인데, 최근 대법원에서 선고된 "법인세에서도 후발적 경정청구가 인정된다"는 판결(2011두1245 판결, 2012두10611 판결)입니다.

그동안 우리 과세행정은 과세계기를 포착하여 세금을 부과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을 기울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합리한 점들을 개선하는 데에는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후발적 경정청구제도는 그런 과세상의 불합리를 바로잡기 위하여 들여온 제도의 하나이긴 하지만, 당초에는 그 인정범위가 그리 넓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법원에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를 점차 넓혀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 판결도 그 흐름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법인세의 경우에도 이미 납부한 세금에 관한 사실관계나 법률관계가 변경되어 사후적으로 과세의 근거가 사라진 경우 납세자가 세금을 환급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었는데, 이 판결은 원칙적으로 긍정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납세의무 성립 후 소득의 원인이 된 채권이 채무자의 도산 등으로 인해 회수불능이 된 경우에도 납세자는 후발적 경정청구를 하여 당초 납부한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2013두18810 판결)입니다.

이 판결도 납세자들이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과세행정상의 불합리를 바로잡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에 종전의 판례를 변경해서 "재조사결정에 따른 불복청구기간의 기산일은 후속처분의 통지를 받은 날이다"고 한 전원합의체 판결(2007두12514 판결), 저가 양수 또는 고가 양도에 대한 증여세 과세의 예외 사유인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범위에 관해 새로운 법리를 제시한 판결(2013두5081 판결) 등도 기억에 남습니다.

Q. 여러 로펌에서 제안이 들어왔을 텐데요, 왜 율촌을 선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조세사건과의 인연을 계속해 나가고 싶어 법원을 떠난 저로서는, 아무래도 조세 분야에서 두각을 내는 로펌을 찾을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율촌을 택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율촌은 설립 당시부터 조세전문 로펌을 지향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해 왔습니다. 특히 율촌의 조세그룹은 조세분야의 1세대로 평가받는 우창록, 소순무 변호사가 터를 닦았고, 지금은 강석훈, 김동수 변호사가 주축이 되어 약 80명의 조세분야 전문가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법원에서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조세실무를 율촌의 여러 전문가 그룹으로부터 배울 수 있고, 또한 제가 법원에서 사건을 처리한 경험을 다른 분들과 공유하면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법원에서 조세사건을 처리하면서 여러 로펌들의 소송수행 과정을 지켜봐 왔습니다. 그런데 율촌이 다양한 사건에서 참신한 논리를 내 놓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것도 제가 율촌을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Q. 그렇다면 율촌 조세그룹에서는 어떤 역할을 맡게 되시는지요.

☞ 제가 그동안 법원에서 다양한 조세사건을 처리했고, 특히 대법원 조세조에서 총괄재판연구관으로 4년을 근무한 경험이 있어 율촌에서는 조세쟁송팀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법관으로서 재판을 담당하는 것과 변호사로서 의뢰인을 대리하여 소송을 수행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어서 아직은 율촌의 다른 전문가 그룹으로부터 많이 배워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의 법원에서의 실무경험과 그동안 율촌이 축적해 온 노하우와 지식을 공유하면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조세조 총괄재판연구관 출신으로 최근 율촌에 합류한 조윤희 변호사, 그는 "납세자들의 권익 구제를 위해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Q. 오랫동안 조세 관련 연구를 해 오셨는데요, 마지막으로 최근 조세 분야의 흐름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계속되는 경기부진 속에서도 과세당국은 세원발굴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통적인 분야, 즉 조세심판원과 법원을 통한 조세불복사건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5년에도 대법원에 접수된 상고사건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전통적인 분야 외에 최근에는 조세형사사건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종전에는 세무조사가 시작되더라도 단순히 탈루되거나 회피된 세금의 추징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형사사건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조세형사사건으로 인한 리스크가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조세형사사건이 많아진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세금 문제를 과거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심각하게 바라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조세정의를 세워가는 과정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억울한 납세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한 업무 미숙이나 법률의 부지 때문에 생긴 일인데도 지나치게 부풀려지거나 일방적으로 매도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미약하나마 억울한 처지에 있는 납세자들을 대변하면서 그 분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힘쓰는 변호사가 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