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주택분양 호조에도 경영성적은 '제자리'

올 상반기 건설사들은 호재와 악재를 동시에 겪었다. 주택분양시장은 20년만에 최고 호황을 누린 반면 해외건설 수주는 유래없는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동시에 찾아온 호재와 악재가 막상 올 상반기 경영실적에는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분양도 해외수주도 일정 기간이 지나 공사가 본격 궤도에 올라야 매출과 이익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결국 업계에서는 올해 실적보다 내년 건설사들의 실적이 어떨지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낙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커지는 모습이다. 해외수주가 갑자기 좋아지기 힘든 반면 분양시장은 당장 하반기부터 가라앉을 수도 있을 거라는 예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 내년 경영실적 미지수…낙관보다 우려의 목소리

조세일보가 10대 건설사인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 상장사와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한화건설 등의 2015년 상반기 사업보고서를 분석해 본 결과 매출과 영업이익 등 경영실적이 작년 상반기보다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작년보다 2.8% 증가율을 보여 사실상 제자리에 머물렀고 영업이익은 19% 줄었지만 영업성과 만큼 급감하거나 급증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부문별 실적을 살펴보면 해외매출부문은 올 상반기 해외수주가 34% 줄어들고 중동지역 수주는 무려 70% 감소했지만 매출은 오히려 10.5% 늘었다.

10대건설사 해외매출ㆍ주택 매출 추이 (조원,%) 

신규수주가 크게 줄었는데도 매출이 증가한 이유는 최근 3년 수주실적이 좋아 올해와 내년까지 매출에 반영될 수 있는 공사물량이 넉넉하기 때문이라게 건설사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유가하락으로 중동시장이 살아나지 않고 또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중국 건설사의 기세가 등등해 앞으로의 수주도 장담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해외부문의 매출감소도 불가피할 거라는 게 건설사들의 고민이다.

주택부문에서도 올 상반기에는 영업성과와 경영실적이 일치하지 않았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건설사들의 분양 실적은 작년 상반기에 비해 102%나 늘어났다. 하지만 10대 건설사의 주택건축부문 매출은 겨우 9.8% 늘어나는데 그쳤다. 

두배 넘게 늘어난 영업성과에도 매출이 크게 늘지 않은 이유는 올 상반기에 분양된 믈건은 올해 까지는 토목공사 등 매출이 크지 않은 공사가 진행되고 매출이 많이 잡히는 골조나 내부 인테리어 공정은 내년과 내후년에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 매출비중 해외 48%, 건축 32%...해외 변수가 문제                                                 

건설업계에서는 상충된 올해의 두 영업성과가 내년 건설사들의 경영실적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 10대 건설사의 해외 매출 비중은 47.8%이고 주택건축 매출비중은 32.0%로 나타났다.

매출만 놓고 보면 해외비중이 크기 때문에 해외영업의 저조가 국내주택 부문의 호조세보다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더욱이 해외매출은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유가는 60달러대로 잠시 오르는 듯 하더니 다시 40달러대로 주저앉아 중동지역 경기전망이 여전히 어둡고, 최근 중국 건설사의 약진으로 중동은 물론, 이제 아프리카, 동아시아까지 우리 건설사의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기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그동안 1위를 해오던 스페인을 젖히고 세계 1등 건설국가에 등극했다. 

■ 해외수주 저조에 국내 주택도 올해가 피크…내년 이중고 우려

해외 건설환경을 감안하면 건설사중 해외보다 국내 비중이 높은 업체가 내년에 좋은 실적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냐는 예상이 나올 수 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그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나 전문가들은 작년 하반기와 올 상반기 주택분양열기가 내년까지 이어질 거라고 보지 않는 듯 하다.

분양열기의 주요 이유는 전세가 상승과 금리 하락이었는데 올 상반기까지 매매로 전환할 세입자는 거의 대부분 집을 샀고 미국의 금리인상도 이제는 더 이상 연기될 수 없어 조만간 시행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작년과 올해 분양된 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되는 내후년에 공급과잉으로 미분양과 입주지연이 속출해 건설사에게 또 다른 위험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이홍일박사는 "현재의 영업환경으로는 해외비중이 큰 회사보다는 주택비중이 큰 회사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며 "하지만 올 상반기의 주택분양실적과 해외수주실적을 회사별로 자세히 분석해 보지 않고는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이라며 전망을 자제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수주물량, 수주 수익률, 내년 주택경기 흐름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있어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며 "올 상반기 영업성과 보다는 앞으로 닥칠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 할 수 있는 역량이 기업들에게 더욱 크게 요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의 세제·금융 지원과 규제완화 등 각종 지원책으로 회복세를 탄 듯한 건설사들이 해외시장 침체로 별다른 성과도 거두지 못했는데 벌써 분양하락세가 감지되는 등 내년에는 국내외 안팍의 어려움을 모두 이겨내야 할 것이라는 예측에 건설사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