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도 '섬뜩', 밤에는 더 '섬뜩' = 세종시 국세청사 앞 조형물. '흥겨운 우리가락'이라는 뜻의 조형물이지만 국세청 직원들은 눈동자 없는 눈과 웃고있는 입, 긴 옷자락과 활짝 벌린 두 팔이 마치 '저승사자'를 연상시킨다고 입을 모은다. 낮에 보는 모습도 섬뜩하지만(사진 左). 밤(사진 右)에는 쳐다보기가 무서울 정도로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풍긴다는 전언이다.
세종시 나성동 국세청사 주변에 땅거미가 짙게 깔리면, 야근을 마치고 귀가를 위해 청사를 나선 국세청 직원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것이 있다.
국세청 앞에서 마치 직원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무시무시한 저승사자가(?) 떡하니 서 있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들은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타박할지도 모르지만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800명 본청 직원들이라면 이 저승사자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세종시 국세청사 앞에 있는 저승사자는 밤이 되면 국세청 직원들을 더욱 오싹하게 만든다.
담력이 세지 않은 여직원들은 낮에도 무서운데 밤에는 길을 다니기 무서울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대체 왜 저승사자는 국세청사 앞을 떠도는 것일까.
사실 국세청사 앞에 있는 것은 '저승사자'가 아니라 '흥겨운 우리가락'이라는 뜻의 조형물이다.
하지만 아무 색깔도 없는 회색빛 조형물에 머리에 쓴 삿갓과 눈동자 없는 눈, 웃고 있는 입, 거기에다가 두 팔을 활짝 벌린 모습은 마치 저승사자를 연상시킨다는 것이 국세청 직원들의 의견이다.
조형물 밑에는 '동작이 우아하고 품위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인 한국무용의 한 장면을 연출한 것으로서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했다. 기와의 반복적인 쌓기 구조가 적용된 표현방식은 세종시의 심벌마크가 기와의 모습으로 표현된 것과 같이 세종시를 의미한다'고 설명이 되어 있지만 조형물의 실제 모습은 설명과는 큰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심지어는 최근 터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연상시키며 '저승사자가 국세청을 잡아먹으러 온 것 아니냐'는 쓰라린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2014년 12월22일.
49년 동안 우리나라 세수를 책임지던 국세청이 정든 서울을 떠나 세종시로 이전했고 국세청은 국세행정의 역사를 다시 쓴다는 마음으로 새로운 출발을 선언하며 세종에서의 발전을 꿈꿨다.
하지만 한겨울 추운 타지에서 가족들과 떨어져 적응하기도 바쁜 시기, 연말정산 대란이 터지면서 국세청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일은 기획재정부가 저질러놓고 민원인들의 항의는 애꿎은 국세청이 감내해야 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연말정산 대란, 조직개편 후폭풍,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TIS) 오류, 성노예 계약서 파문, 성매매 파동, 세무조사 비리 등 연이어 터지는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는 세종시 나성동 국세청사 터가 좋지 않아 크고작은 사건사고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흉흉한(?) 말까지 도는 등 세종시 이전 후 제대로 풀리는 일이 하나도 없다보니 일각에서는 고사라도 지내야 한다는 볼멘소리까지 터져나왔다.
그러다보니 이것이 모두 저승사자처럼 보이는 청사 앞 조형물 때문이 아니냐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국세청의 한 직원은 "밤에 길을 다니다보면 진짜 저승사자가 온 것같은 느낌이 확 들 정도로 무섭다"며 "요즘 국세청에 일이 많이 터지다보니 직원들이 저승사자 때문이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라고 말했다.
